치과를 찾으시는 환자분들 중에 이미 본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부터 치료법까지 다 정하신 후에 내원하시는 분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경우 이미 여러군데의 치과를 방문하신 후라 본인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시고 오시는 분들도 계신 반면에 전문가의 소견 없이 그런 결정을 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가령 “선생님, 저 여기 이빨 하나가 없으니 임플란트 하나 해 주세요!” 라는 예를 생각해 봅시다. 임플란트 하나를 해 넣는 것은 이치에 맞겠으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반드시 그 없어진 원인을 생각해야 합니다.

치아가 하나 없어졌다면 이유가 있어야겠죠. 첫 컬럼에서 말씀드린대로 우리가 치아를 잃게 되는 원인은 치아 내의 손상과 치아 외부의 손상 두가지로 크게 나뉘게 됩니다. 치아파절, 충치, 신경치료의 실패로 인해 치아를 발거하는 경우에는 치아내의 손상이므로 치조골을 포함한 치아외부는 그 형태가 보존된 경우가 많겠죠. 또한 입안전체에 퍼져있는 경우보다는 문제가 그 한 특정부위에 제한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대개 간단한 수술을 통해 임플란트를 심어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치아손실의 이유가 치아외부의 손상, 특히 잇몸질환에 의한 것이라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겠습니다. 잇몸질환은 만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특성상 환자분들이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고, 입안의 모든 치아를 동시에 공격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구강내에 농이 생겼다든지, 치아가 잇몸병으로 인해 흔들린다든지, 씹으실 때 우리우리한 증상이 입안 이곳저곳에서 번갈아 발생했다면 잇몸질환이 이미 심하게 진행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만일 잇몸질환으로 인해 치아를 잃는 상황이 왔다면 치아소실 부위에 상당량의 치조골을 잃으셨다는 추측이 가능하며, 모든 치아를 동시에 공격하는 잇몸질환의 특성을 감안하면 구강내 다른 치아들도 결코 안전할 수 없습니다.

치과에 가실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하나가 있습니다. 입안에 뭐든 해넣으시기 전에 반드시 병을 먼저 제거하는 것입니다. 임플란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임플란트는 깨끗한 (건강한) 환경속에 존재해야 합니다. 자연치아 쪽에서의 병을 그대로 남겨두고 임플란트를 심게 되면 그 세균들이 그대로 옮겨와서 임플란트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겠죠. 따라서 임플란트처럼 고가의 치료를 계획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을 먼저 치료합니다. 인접치들의 잇몸치료 및 심지어 충치치료까지도 말끔히 해놓습니다. 필요하다면 치료불가능 단계에 있는 다른 치아들을 추가로 발거해 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임플란트 하나를 생각하시고 오신 분들에게 잇몸/신경/충치치료 및 추가 임플란트에 대한 말씀을 드리면 얼굴을 붉히시고 돌아서는 분들도 계시고, 저의 설명을 이해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임플란트 하나라도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이런 경우 정중히 거절합니다. 비싼 임플란트를 병든 세균들위에 던져놓는 것과 같아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차라리 임플란트를 안하셔도 좋으니 병제거를 위한 치료를 먼저 받으시라고 궙합니다. 참고로 45세 이상의, 중등도 이상의 잇몸질환을 가진 분들의 경우 임플란트 하나만 심음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잇몸질환은 환자분이 모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인이 자각할 수 있을 단계가 된다면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불치병이라는 암에서 자각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내원하는 경우 대부분 암의 말기로 진단받는 것과 유사합니다. 더구나 질환을 아시고도 여타 이유로 치료를 연기하신 경우라면 정말 크게 댓가를 치루십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지요. 나중에 돈도 훨씬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 무엇보다 환자분들이 고생 정말 많이 하시게 됩니다.

따라서 나타나는 현상보다 원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원인을 가능한 빨리 제거해야 합니다. 임플란트 하나를 심어서 지금 없는 치아를 걱정하기보다 남아 있는 더 많은 치아들을 건져 더 많은 임플란트가 필요없어지도록 궁리를 하는 것이 시간적, 금전적, 정서적 측면에서 모두 득이 되는 현명한 소비자의 결정입니다. 이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적인 치료계획에 따라 치료를 받으셔야할 또다른 이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