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rip(륍)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잘나가는 한국 아줌마 김은정이 인사드립니다. 얼마나 잘나가면요,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서른살에 미국 땅을 처음 밟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대학에서 ESL강의를 하고 있어요. 미국 선생들보다도 인기 빵빵이랍니다.  왜냐? 영어가 안되었던 제가, 되게 된 노하우를 전세계에서 영어를 배우려고 몰려 든 학생들에게  잘 가르쳐 주기 때문이죠.  너무 잘 나가서 한국에서 ‘굿바이 영어 울렁증’이라는 책도 냈지요. 한국 사람들이 돈 쳐들이고 시간 쏟아 붓고 가정도 깨 가면서 매달리는 영어 공부를 더이상 두고 볼수가 없어서요.

제 자랑을 늘어 놓자는게 아니구요, 영어 안되서 괴로운 우리 아줌마들, 아니 우리 미씨들에게 ‘영어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에요. 대학을 나왔나, 어디 나왔나, 미국에 온지 몇년 됬나, 그런거 전혀 상관 없어요. 영어가 안되기는 다 마찬가지랍니다. 미국 남편이랑 몇십년을 살아도 영어 공부 안하면 단어만 툭툭 던지는 ‘말도 안되는’ 영어를 하게 된다는 것을 제가 너무 많이 보았다니까요. 그럼 이 징그러운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이냐? 영어 ‘공부’를 하는게 아니고 ‘재미’를 봐야지요. ‘재미’를 보지 못하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억지로 절대 못하는게 ‘공부’잖아요.

여러분 이제부터 저랑 재미를 보시겠습니다. 여러분이 다 아는 단어 하나로 한국 사람의 속을 후련하게 터주는 영어를 조금씩 배우세요. 한꺼번에 욕심 내지 마시고, 재미를 보다보면 영어는 덤으로 그냥 됩니다. 영어가 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입니다. 재미를 보다 보면 오래 가고 꾸준히 오래 가다 보면 영어가 되는거지요. 영어 진짜 별거 아니라니까요.

그래서, 시작해 보는 이번 주의 한 단어는 rip(륍)입니다. 스펠링도 얼마나 짧고 좋아요 그래. 짧아도 굵어서(?) 쓸데가 많다는거 아닙니까. 짧지만 쓸모가 많은 rip(륍), 몸의 뼈 먹는 갈비 rib(뤼브)하고 헷갈려서 이상한 영어 하지 않도록 조심 하시구요(꼭 그런 분들이 있어요). 끝에 b가 아니고 p입니다. 발음은 r이 있어서 쫌 굴려야 되지만 문장을 제대로 말하면 다 못굴려도 알아 들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 단어가 원래 ‘찢다’라는 뜻입니다. 현재형이나 과거형을 쓸 때는 p를 한나 더 붙여서 ripping(륍삥)이나 ripped(륍트)를 써야 하는 것도 알아두세요. 영어 발음 할 때 ‘핑’이 아니고 쌍 받침으로 ‘삥’해야 더 원어 발음에 가깝와요. 동사는 원형으로 쓰일 일이 사실 거의 없으니까 요롷게 과거형이나 현재진행형으로도 꼭 기억해두세요.

Rip이 가장 기본적인 뜻으로 쓰이는 경우부터 볼까요? 쪼끄만 애들이 책을 보면 잘 찢어요 그쵸? 그럴 때 “얘야 책 찢으면 안되지이. You shouldn’t rip the pages.” shouldn’t(슈든)보고 또 쫄지 마시구요 should not의 줄임말 일뿐이에요.

우리말로 “바가지썼네!” 그렇게 말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말을 영어로 할라치면 딱 떠오르질 않을 뿐더러, 또 어려운 말을 애써 찾아 써서 이상한 영어들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럴 때 이 단어 rip를 넣어서 “What a rip  off!” 하시면 “어머 넘 비싸다아!” “바가지다, 바가지!” 그런 말이 되는거에요. “I overpaid.”나 “I paid too much.”그래도 말은 되지만 생생한 뜻의 우리말 식의 ‘바가지’가 되기에는 2프로 부족하죠.

왜 우리말에 돈 좀 번 친구 있으면 “쟤가 돈 내게 하자”그러기보다는 “야 오늘 쟤 벗겨먹자!” 그러잖아요. 그것처럼 말은 교과서식이아니고 우리의 사는 맛을 풍겨야지요. 몇마디 못하는 영어라도 이렇게 처음부터 그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말로 ‘리얼하게’ 하세요. 그래서 저한테 맨날 뭐 사달라고 달라붙는 구여운 제자들한테 제가  농담조로 잘 하는 말이 “니네가 나를 아예 벗겨먹는구나You guys are ripping me off!” 이렇게 동사 뒤에다 부사 off를 붙이면요, 뭔가 있가다 없어지는 느낌의 말이 되요. 찢어서 떼어간다고나 할까요? 따지지 마시고 그냥 그 느낌을 기억 하세요. 말이라는게 어디, 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 하고 같겠어요?

살면서 내가 당한 웃긴 얘기도 한마디 해봅시다. 뭘 집으려고 허리를 굽혔는데 글쎄 황당하게 바지 가랑이가 주욱 찢어졌어요. 뭐가 찢어졌으면 오늘의  한단어  rip을 무조건 생각 하세요. “I ripped my pants.”

마지막으로 영어 좀 한다하는 사람도 모를 최신 영어 한마디. “I ripped a CD.”하면 CD를 찢었다는 뜻이 아니고 거기서 노래를  (카피해서) 몇개 떠왔다는 뜻이에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하는 말이죠. 한국말도 세대마다 많이 쓰는 말이 틀리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지들끼리 만의 말투가 있으니까요. 고걸 알아서 우리도 요즘 애들 사이에 낍시다. 꼭 우리가 그런 말을 쓰기보다 젊은 사람들이 그런 말 하면 알아 듣기라도 해야죠. 우리도 마음은 여전히 이팔청춘 아닌가요? 몸이 안따라주고 자꾸 까먹어서 그렇지요. 아니 요새 미씨들은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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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EJ Brown) 경희대 영어교육과 출신으로 서른살에 유학을와 1년만에 뉴욕주립대(SUNY at Stony Brook)에서 TESOL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Univ.of Texas at Arlington에서 ESL 강사로 잘나가고 있으며, '굿바이~영어울렁증'의 저자이다. 영어로 버벅대던 시절 만난 파란눈의 심리학과교수와 결혼해, 아들을 밝혀서가 아니고 이름이 진짜 '아들'인 9살짜리 '아들'과 4살이 다 되어가는 딸'조아'를 둔 일명 '아들이엄마'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