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씨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

‘토종댁’ 인사드립니다.

미국 대륙에 입성한 지 10년 넘었으니 ‘토종댁’이 아니라 하신다면 또 아니겠으나

영어에 관한 한, 아니 어떤 외국어에 관한 한 저는 순도 100% 토종댁이 확실합니다.

왜냐?

외국어를 결코 모국어로 습득할 수 없는 나이에 영어에 노출되었으니까요.

미국에 살면서 우리는 조금씩은 영어에 ‘한’이란 걸 느껴봅니다.

영어가 안 돼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숨통 막혀 울화병 생겼거나,

밥 먹다 말고 무안한 기억 떠올라 얼굴 시뻘개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테니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어로 밥먹고 사는 사람이 되었고

그러는 사이,

한국어와 영어의 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사이를 어떻게든

좁혀보겠다고 발악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영어? 니깐 게 별거냐?

영어든 우간다어든 ‘언어’입니다.

‘언어’라는 본심을 잃지 않고, 그 본심으로 파고들었더니..

꼴 보기 싫던 영어와 화해하고 싶어지는 아량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저는 영어보다 한국어를 월등히 잘합니다.”

 

실망스러우시겠지만..

우리는 이미 영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구사하기는 글렀습니다.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러니 며칠 만에 영어 도사 된다, 이것만 하면 당신도 바로 영어 달인...

어쩌고 저쩌고 하는 유혹에 넘어가지는 마십시오.

제가 이 칼럼을 쓰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법.

전, 여기서 중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절대로 영어를 ‘터득한다’, ‘통달한다’가 아닙니다.

잘 '사용한다'입니다. 

남의 나라 언어를 어렸을 때부터 ‘주욱’ 그 나라에 몸과 마음을 묻고 생활하지 않고  ‘감히’ 그 언어를 통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모든 언어에는 문법과 더불어 생활을 전제로 하는 '어법'이란 게 있기 마련이니까요).

고로, 우리는 남의 나라 말을 ‘빌려와서 잘 사용하면’ 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마음이 좀 편해지셨지요?

웬수같은 영어지만 남의 나라 말이다...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이리 생각하면

‘욕심’도 덜 나고 ‘미움’도 덜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어가 하는 짓이 그 때부터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수수께끼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씀?

앞으로 제 컬럼을 주욱 따라오시다 보면 아시게 됩니다.

토종댁인 저!

컬럼제목을 '신토불이' 영어로 정했습니다.

 

신토불이...

몸과 흙은 둘이 아니다...

즉, 제땅에서 난 것이 몸에 가장 잘 맞는다...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제 땅'은 어딘가요?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국어는 제 땅에서 쓰는 제 나라 말입니다.

 

우리 국어는 한국어,

미국의 국어는 영어입니다.

 

토종댁은 공평합니다.

미국하고 비교도 안되게 우리나라를 사랑하지만

'신토불이' 사상만큼은 공평하게 적용합니다.

 

무슨 말이냐굽쇼?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제 땅에서 쓰는 나라 말로 쓴 건가요,

아니면 남의 땅에 사는 사람이 남의 나라 말(여기서는 우리말)로

쓴 건가요?

 

대부분...

남의 땅에서 남의 나라 사람이 남의 말로 쓴 걸 보고 계실

겁니다.(혹자는 또 다른 남의 땅에서 또 다른 남의 나라 사람이 쓴

걸 보시기도 하지요-또 다른 남의 땅=일본)

 

물론, 그렇다고 영어로 된 문법서, 영어책을 봐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지금, 남의 복장 긁는 것도 아니고, 영어 안 돼 죽겠는데 하필 영어책을 보라고 하겠습니까?

 

우리말로 써있더라도 최소한 남의 땅, 남의 나라, 남의 말을 그대로 존중해주는 노력은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그 나라 말을 잘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땅의 언어를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머리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결코 그 나라 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지요.

우리식으로 그 나라말을 사용하려 하니 자꾸 무리가 갑니다.

 

하지만 이 토종댁은,

그 이해의 수단으로 우리의 국어인 '우리말'을 가져갈 겁니다.

우리말을 모국어로, 제1의 언어로 '통탈한 바 있는' 그 놀라운 능력을

적극 활용할 겁니다. 그래서 영어를 우리말과 같은 신분의

또 다른 '언어'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우리말을 진짜로 잘하고,

남의 말인 영어를 우리말보다 결코 잘 할 수 없지만

잘 '사용'하고 싶은

토종댁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Locally grown is the best.

                                                           -토종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