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종댁입니다.

자주 오려고 기회를 보는데도 먹고 사는 일이 있다 보니 마음같이

여유가 잘 안 생기네요. 죄송합니다.

어쨌든 한 번 시작한 걸음, 열심히 밟아보려 합니다.

자, 그동안 황당한 숙제도 하시고,

목 빼고 기다려주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뭐 대단하거나 새로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영어에 대한 ‘한’이 깊어서라고,

그만큼 영어를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에 해변대 바닷가 모래알만한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고요.

지난 번에 저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차피 우리말을 떨쳐낼 수 없다면,

대신 우리말을 영어식으로 떠올리자고 했습니다.

기억하시죠?

이런 말은 전혀 못 들어본 것도 아니실 것이고,

전혀 생소한 방법도 아닐 것이고,

평소 생각 못했던 테크닉도 아닐 겁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바로 ‘HOW To'의 문제죠.

‘방법’의 문제 말입니다.

시작부터 김빠지게 맹글어드릴런지는 모르지만...

저는 방법은 가르쳐 드릴 수가 없습니다.

뭐시라고라?

기껏 꿈 부풀게 만들어놓고 방법을 못 가르쳐준다고라?

화나시겠지만...

제가 방법을 가르쳐 드릴 수가 없는 이유는...

딱히 구체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을 영어식으로 떠올리는 건...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부터 우리말을 영어식으로 떠올려보세요!

제가 암만 떠든다고 내일부터 그게 바로 되는 게 아닙니다.

아니, 몇 달 걸려도 안 될지 모릅니다.

몇 년 걸릴지 모릅니다.

인식을 바꾸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바꾸면 변화는 큽니다.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해도 많은 소득이 있는 거라고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장부터 김은 빠졌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노력이 필요하다 해도 해 보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이제까지의 영어와 분명 다른 영어를 하실 수 있다고

감히 자신합니다.

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자, 우리말을 영어로 떠올리는 인식의 전환...

그 녹녹치 않은 과정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과정을 한 번 그려봅시다.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이런 걱정이 들었다고 해봅시다.

“내일, 오랜만에 친구 모임이 있는데 시어머니가 김치 담그자고

호출이라도 하면 어쩌지?“

이럴 때, 우리는 머릿속에 뭘 떠올릴까요?

한 번 해 보세요.

기다리지요...

........

해 보셨나요?

뭐가 떠오르던가요?

그렇습니다.

글자가 떠오릅니다.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걱정되는 ‘상황’이 있어도 그 상황을 이미지로 떠올리기 보다는

걱정을 글로, 말로 풀어서 ‘문자’로 떠올립니다.

그걸 바탕으로 이미지가 반영되죠.

아닌가요?

이걸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아내의 유혹’에서 애리가 음모를 꾸미고 그게 들통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그려보세요. 그 생각을 시청자가 알 수 없으니 에리가 독백으로 풀어주거나 속으로 하는 말을 들려줍니다.

그렇죠?

그런데 시청자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도 생각을 이렇게 합니다. 우리도 생각을 글자로 합니다.

글자를 모르는 아기들이나 문맹자들은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아마 이미지나 그림으로 할 겁니다. 그러나 글을 깨치게 되면서 생각하는 법도 바뀌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저 같은 경우는 걱정되는 일을 그림으로만 떠올리면 고장 난 영사기 돌리듯 정리가 안 됩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듯 글자로 찍어대는 게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도 ‘글자’로 합니다.

그 글자를 남에게 풀어내면 ‘말’이 되고, ‘언어’가 되고, ‘표현’이

되는 거죠.

이렇듯, ‘글’은 우리 생각과 언어 표현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영어로 표현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우리말이라 혼란을 겪습니다.

어떤 영어 전문가들은 머릿속 우리말을 지워버리라고 주장하지만

이렇게 ‘글’은 모든 언어 표현의 기본이다 보니,

머릿속에서 ‘글’을 지우기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우는 대신, 바꾸면 됩니다.

표현하기 쉽게 말이지요.

영어로 만들기 쉽게 말이지요.

지난 번 숙제의 원문을 보지요.

<어제 닥터 우즈한테서 진료를 받으려고 예약을 하긴 했는데

그 시간에 일이 생겨서 시간을 바꾸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자, 이것 역시 ‘문제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린 것에 불과합니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무슨 문제가 있고,

걱정이 있습니다.

그게 머릿속에 글자로 구체화된 것에 불과합니다.

영어가 어려운 이유는...

이 ‘상황’을 반영하는 글자를 그대로 ‘표현’하려고 기를 쓰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자로 떠오르는 상황은

상황일 뿐입니다.

글자는 그 상황을 떠올리기 위한 매개체일 뿐입니다.

우리가 옮겨야 하는 건 ‘글자’가 아니라 ‘상황’입니다.

자, 우리가 정작 표현해야 할 상황은 뭔가요?

닥터 우즈와 예약을 했고, 시간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죠?

이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말로도, 영어로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의사와 예약을 했는데 시간을 바꾸기 위해 병원에 전화한다...

아마 100명이 한다면 100개의 표현이 나올 겁니다.

“예약을 했는데요, 시간을 좀 바꾸고 싶어서요.”

“예약은 되어 있는데, 일이 생겨서요. 시간 조정이 되나요?”

“예약을 하긴 했지만 시간이 안 맞아서요. 좀 바꿔 주실래요?”

“예약은 했는데, 그 시간에 못 갈 것 같아서요. 다른 시간 안 될까요?”

이런 식으로 100개 못 만들까요?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우리말로는 여러 개 된다...이해해주면서도...

영어로는 딱 한 가지만 있는 듯 인색하게 굽니다.

답이 뭘까...궁금해 합니다.

답이 뭘까요?

리셉셔니스트가 시간을 바꿔주면 그게 답인 겁니다.

상황이 해결되면 그게 답인 겁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죠.

머릿속에 떠오른 글자(우리말이든, 콰테말라말이든)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우리가 얽매여야 할 것은 ‘상황’입니다.

글자에 얽매이면 발에 족쇄를 달게 됩니다.

하지만 상황에 얽매이면 족쇄를 풀고 자유를 얻게 됩니다.

다음번에는 족쇄를 푸는 법을 구체적으로 다루어보겠습니다.

준비물이 있습니다.

‘체’가 필요합니다.

공사장 같은 데 가면 있는, 고운 모래 걸러내는 체 말입니다.

그걸 하나씩 구해서 지참하고 와 주십시오.

곧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