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신나게 체치기해 보시니 어떠시던가요?

혹시 가물가물하신 분이 계실까봐 다시 요지를 짚어드리지요.

<말하려는 내용이 머릿속에 글자로 떠오른다.

그 글자들을 체에다 쏟아 붓는다.

체를 마구 쳐서 곱게 정제된 ‘상황’이라는 알곡만 뽑고

안 걸러지고 남은 필요 없는 쭉정이들은 내다버린다.>

하도 거론해서 마치 실존인물인양 착각마저 들려고 하는

Dr. Woods와 예약시간을 잘 바꾸셨는지요?

자, 어떤 쭉정이들을 버리고, 어떤 알곡들만 걸러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 혼자 북치고 장구쳐봐야 아무 소용없고요.

여러분이 해 주신 숙제를 갖고 떠들어보지요.

특히, 숙제하신 분들...

그중에서도 특히, 제가 예로 든 분들께는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줄 겁니다.

직접 확인하시면 아시겠지만 숙제결과 중 절반이상이

이런 알곡을 걸러내셨네요.

I'd like to change my appointment.

I'd like to reschedule with Dr. Woods.

I want to reschedule with Dr. Woods.

자, 이걸 한 번 상황으로 그려봅시다.

닥터 우즈의 오피스로 전화를 겁니다.

“따르릉-”

“Dr. Wood's office. What can I help you?"

(여러분의 숙제 중 하나를 집어넣어보지요.)

"I want to reschedule with Dr. Woods.“

어떤가요?

아무 문제없을까요?

이걸, 우리말로 바꿔 볼까요?

“닥터 우즈 사무실입니다. 뭘 도와 드릴까요?”

“닥터우즈와 시간을 다시 잡기 원해요.”

자, 그러면 과연 리셉셔니스트의 반응은 뭘까요?

과연 아무 문제없이 곧바로 "OK.", “Sure."일까요?

십중팔구는 이러지 않을까요?

“예약을 하셨나요?”

물론, 예약을 했으니 시간을 다시 잡기 원하겠지만...

그래도 리셉셔니스트로서는 확실히 예약은 하고 시간조정을 원하는 건지,

짚고 넘어가고 싶어할 겁니다.

그러니까 뭡니까....

요는...

쭉정이를 너무 걸러도 안 된다는 거죠.

그럼...그 기준이 뭐냐고 묻고 싶으시겠죠?

간단합니다.

가능한 한, 상대방에게 ‘뜬금없다’는 기분을 주지 않는 겁니다.

여기서 우리말 공부도 할 겸, ‘뜬금없다’의 뜻을 알아보고 갈까요?

뜬금없다-형용사. 갑작스럽고 엉뚱하다.

그렇습니다!!!

상대방이 ‘갑작스럽고 엉뚱하다’고 느끼는 기분이 크면 클수록

그 영어는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영어 뿐 아니라 어떤 언어든...

상대방이 ‘갑작스럽고 엉뚱하다’고 느끼지 않고

‘편안하고 자연스럽다’고 느끼면 되는 겁니다.

발음이 버터에 미끄러지듯 훌륭하지 않아도,

단어가 유치원생 수준으로 유치찬란해도,

말하는 속도가 굼벵이 기듯 굼떠도...

가장 중요한 건 ‘메시지’입니다.

그 메시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물론, 발음, 속도, 억양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메시지의 ‘내용 구성’입니다.

그걸, 신토불이 영어는 ‘체치기’라고 표현하는 거지요.

여기까지 너무 어렵다고 생각되시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내용 구성’이 완벽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병원에 예약 시간 조정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면

우선, 가장 먼저, 최우선적으로...

현재, 내가 예약을 걸어둔 상태...라는 걸 밝히는 게

‘덜’ 뜬금없지 않을까요?

‘덜’ 갑작스럽고 엉뚱하지 않을까요?

그럼, 대화에서 적어도 한 두 단계는 줄어들 겁니다.

그렇게 ‘덜 갑작스럽고 엉뚱한 숙제를 주신 분들 것을 볼까요?

I had an appoinment with Dr. Woods.  But I need to reschedule now.

I have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but I want to change my schedule.

I already have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but could I get my reschedule with him?

I made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but I would like to reschedule.

I have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and I'd like to reschedule.

I have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but I 'd like to change another time.

 

 I have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but I want to reschedule.

 

 I made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But I have to reschedule.

 

 I had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But I want to change my schedule.

 I had an appointment with Dr. Woods, But I'd like to reschedule.

 

일단,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걸 밝히니 뒤에 요구하는 시간 조정이

훨씬 자연스레 다가옵니다. 리셉셔니스트가 최소한 ‘뭐야, 예약은 해 놓고

바꾸고 싶다는 거야? 예약도 안하고 뭐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고?‘하는

생각은 안 해도 되니 ‘덜’ 뜬금없게 여기겠죠.

그런데...

위의 숙제들에서 뜬금없지는 않으나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바람직한 언어는...바람직한 영어는...

상대방을 당황시키지 않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자, 혹시 상대방이 불편해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본인이 발견하고 풀어주셔도 좋고요.

이건, 어디까지나 ‘지적’ 아닙니다, 아니고요.

실수를 고쳐가는 거죠.

이렇게 고친 실수는 결코 다시 안 까묵습니다.

혹시, 조금이라도 불쾌하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바로 시정조치 들어갑니다!

 

*다음 회에는 체치기 영어에 이어 '덩어리 영어'가

이어집니다. 체치기와 덩어리로 우리말의 족쇄를

풀어갈 겁니다. 기대해주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