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족쇄를 푸는 열쇠-미녀들의 수다
우리말의 족쇄를 풀어야 영어가 된다...
말이야 쉽지, 당췌 어떻게 해야 하나...고민되실 겁니다.
먼저,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풀어드리겠습니다.
우리말의 의미를 잊지 않되
우리말의 표현법과 형식을 파기하고
영어를 영어식대로 빌려다 쓴다>
우리말의 의미...
이건 전달하고자 하는 message입니다.
이전에 열심히 숙제하신 ‘닥터 우즈’와의 진료 예약 변경...
잊지 않으셨죠?
그게 바로 ‘message'입니다.
그걸 잊지 말자는 거죠.
메시지를 잊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말을 하는 애초의 목적은 ‘메시지 전달’입니다.
메시지는 죽었다 깨도 잊지 말라는 말입니다.
우리말의 표현법과 형식을 파기하고....
진료,
예약,
변경,
(예약을) 하긴 했는데,
바꿀 수 있을까요?
등등....
내부의 메시지를 밖으로 드러낸 우리말 표현은 잊으라는 말입니다.
머릿속에 간직한 건 ‘메시지’이지, ‘표현’이 아닙니다.
메시지만 가져가고 표현은 버리십시오.
그게, 바로 우리말의 족쇄니까요.
영어를 영어식대로 빌려다 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들어오겠죠?
“영어식이 어떤 건데요?”
감사합니다. 이런 정확한 때에 정확한 질문을 해 주셔서~
영어식은 바로 ‘미녀들의 수다’입니다.
엥? 무슨 말이라고라?
남희석이 진행하는 <미수다>를 한 번은 보셨을 겁니다.
거기 보면, 파란 눈의 처자들이 우리말을 정말 기막히게도 잘합니다.
발음이나 억양은 좀 이상해도 알아 묵는데 거의 지장 없습니다.
그런데, 그 중 좀 말이 딸린다는 처자는 이런 식으로 말하지요?
“내 남자친구는 내게 큰 손을 가졌다고 해요.”
이걸 그대로 영어로 옮겨볼까요?
My boyfriend says I have big hands.
이렇게 쉽게 옮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미수다’의 우리말 잘 못하는 처자가 ‘가졌다’라는 동사를 써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have big hands' 대신 ’my hands are big'이라고 해도 틀린 영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영어식은 ‘손이 크다’라는 정적이고 소극적인 표현(동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죠?)보다는 ‘큰 손을 가졌다’....즉, 주어 입장에서 동적이고 적극적인 표현(‘have'라는 동사가 개입되죠?)을 더 선호한다는 겁니다.
우리말과 다른 이런 원칙들이 바로 영어의 면면이 적용됩니다.
잘 안 믿어지신다고요?
나는 머리가 길다.
아기에게서 열이 난다.
그 테이블은 다리가 세 개다.
이걸 영어로 옮기라고 하면...회화 초급반에 앉아 계신 분들은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고서 이렇게 답하죠.
My hair is long.
From the baby, the fever...('난다‘를 몰라서 얼버무림).
The table's stick(‘leg'는 사람에게만 쓰지, 감히 사물 따위가 쓰지 못할 거라는 다분히 우리말 사고관을 가졌기에) is three.
이건, 제가 영어회화를 가르치면서 실제로 겪은 체험담입니다.
지어낸 게 아니고요.
지금도 저와 함께 영어를 공부하는 ‘초급분’들은 이런 답을 내놓습니다.
정말 약속이나 한 듯 말이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중급’이나 ‘고급’에 해당되시는 분들은 아마 바로 ‘싱겁게’
답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I have long hair.
The baby has a fever.
The table has three legs.
하지만 보는 즉시 이런 식의 ‘영어식 영어’가 떠오르지 않았다면...
‘당신’이 우리말의 족쇄에 묶여 있을 확률은...
100%입니다!!!
<미수다>의 우리말 쫌 딸리는 미녀는 왜 “내게 큰 손을 가졌다고 한다.”라고 했을까요?
바로, 자기 나라말(영어)로 가장 자연스러운...
My boyfriend says I have big hands.
를 역시 자기나라말의 족쇄에 묶인 채 우리말을 빌려다 썼기 때문입니다.
이걸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도 우리말 표현 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영미권 <미수다>에 출연했을 때 영어 쫌 딸리는
처자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우리말의 족쇄를 푸는 법의 답은 ‘영미인들이 말하는 식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영미인들이 말하는 식을 알면 우리가 이러고 있냐고...따지고 싶으실 겁니다.
그러면 저는 또 이렇게 따지고 싶습니다.
영미인들이 말하는 식을
매일 방송이나 신문이나 길거리나 보고 듣고 계시지 않냐고요.
여러분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인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이 쓰는 말의 방식은 초지일관 무시한 채,
우리말 방식의 영어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왜지요?
듣지도, 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30분짜리 미국 시트콤 하나 안 보고, 한 시간짜리 라디오 방송 하나 안 듣고, 10분이면 읽는 ‘Dear Ann Landers', 'Dear Abby' 컬럼 하나 안 읽으면서 영어식대로 말하는 게 뭔지 어떻게 아냐고요!!!를 부르짖고 계신 겁니다.
저와 함께 공부하는 분들은 이런 요구를 자주 합니다.
“영어식대로 말하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그건,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닙니다.
그 많은 말과 그 많은 상황은 무궁무진할 텐데...
도대체 그 경우마다의 영어식을 누가 어떻게 가르쳐줄 수가 있단 말인지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그 ‘혁신적’이라 떠벌리는 수많은 영어 관련 책들이
그걸 알려줄 수 있을까요?
그 책들은 모두 무궁무진한 영어 상황의 빙산의 일각 같은 조각들을 제시해 줄 뿐입니다. 그런 책들이라도 많이 보면 볼수록 그만큼 영어식 사고에 가까워지긴 하지요. 그만큼 경험이 쌓이니까요.
제가 쓰는 이 칼럼도 그렇지만...
언어를 터득하는 데는 결코 ‘왕도’란 없습니다.
‘양’, ‘시간’, ‘노력’만이 해결해 줄 뿐입니다.
무조건 부지런히, 꾸준히 보고 듣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책, 신문, 방송...
24시간, 영어만 들여다보라는 게 아닙니다.
하루에 한 두 시간만 꾸준히 투자해도...
영어식은 이런 거구나...
아마, 한 달이면 감이 오리라 믿습니다.
분명, 감은 옵니다.
이 때,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말을 절대 놓지 않고
영어에 비교 대조하는 겁니다.
우리말은 이런 식인데...영어는 이렇게 풀어지는구나...
터득해가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말본새 비교 연구’을 지향합니다.
줄창나게 영어만 듣고, 영어만 보는 게 아니라
영어와 우리말을 같이 놓고 하자는 거죠.
그렇다면 그런 재료는 뭐가 있을까요?
다음 번에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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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시간과 노력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다음의 영어식 우리말을 영어로
대입해 보십시요. 이건 영어식이므로 '바꾸는' 게 아니라 그대로 '대입'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그의 안경은/걸려있었다/주변에/그의 목
그리고
(언제?)~때/그가 들어올렸다/그것들을/(어디로?)향해/그의 눈들
그것들(안경)이/미끄러졌다/주변으로/그의 관자놀이/,
마치/그가/노력하고 있는 중이다/(어떤 동작을 목표로?) 씌어 주기/그것(안경)들을
위에/다른 누군가/속에 있는/어둠
*단어 힌트 드립니다.
(현재형 동사는 시제, 명사는 단수, 복수 개념에 유념하세요)
lift
slide
hang
put~on
temple
여기다 우리말의 족쇄를 채웠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볼까요?
...선생님의 안경은 목에 걸려 있었다. 선생님은 안경을 집어쓰려 했지만 어둠속에서
누군가에게 안경을 씌워주려 애쓰기라도 하는 양, 안경은 관자놀이 부근에서 흘러내렸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중 한 부분입니다.
우리말의 족쇄를 채우고 나면...감히 영어로 바꿀 엄두가 안날 겁니다.
영어식대로 생각하는 영어의 힘...느껴보시라고요.
언젠가 여러분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전문을 영어로 바꿔 말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영어식대로만 생각한다면 말이지요...
홧팅입니다!
숙제해보실 분들은 한 번 해보세요.
토종댁이 도와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