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동안 우리말의 소중한 조사, 어미를 모진 맘먹고 내버리는 훈련을 좀 해 보셨는지요. 아마 혼자 하시기 힘들었을 겁니다. 어떤 책으로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하는지...의욕은 있으나 방법은 암담했을 겁니다.

 

또, 지난 번에 추천해드린 대로 ‘자신이 하는 모든 동작,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영어로 바꿔보기’도 해보셨을 줄 압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말씀드리는 걸 해보지 않고 컬럼만 읽으신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해보라고 하는 건 꼭 해보시고 컬럼을 읽으셔야 얻는 게 있습니다. 최소한 시도만 해보셔도 눈으로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체득되시는 게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모든’ 동작을 해보았더니...

 

아침에 일어났다.

I got up.

(헹 쉽당...)

 

기지개부터 한 번 늘어지게 켰다.

(허걱!) .......

 

도대체가 하루종일 눈 떠 있는 시간,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을 되든 안 되든 영어로 바꿔보리...그리 굳게 결심해보았건만 아침에 일어난 지 10초도 안 지나서 그 모든 의욕은 물거품이 돼 버립니다.

 

하지만 의욕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리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하, 나는 ‘기지개를 켜다’라는 말을 영어로 모르는구나!

 

모르는 건 배우면 됩니다. 뭐...가려우면 긁고 코막히면 코파면 되듯 간단한 논리입니다. ‘기지개를 켜다’를 배우는데 굳이 미국 사람을 동원해야 하거나 영어 선생님을 모셔야 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바쁜데 그 때 그 때 사전을 뒤질 수는 없습니다(물론, 그 때마다 사전을 뒤져서 확인해서 깨우칠 수만 있다면야 말할 것도 없이 좋지요).

 

하지만 자신이 ‘기지개를 켜다’라는 말을 할 줄 몰랐다는 건 꼭 기록해두어야 합니다(한 번 몰랐던 건 또 모르게 될 가능성이 꽤 높거든요). 머릿속에만 입력해 놓으면 반나절만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원래 인간의 뇌는 기억했던 걸 그 정도밖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냉장고에 자석 보드하나 갖다 붙여놓고 영어로 잘 안 바꿔지거나

절대로 안 바꿔지는 표현, 문장을 될수록 전부 기록하십시오.

외출할 때도 다이어리나 수첩을 갖고 다니면서 상황이 허락할 때마다

메모해두면 좋습니다.

 

하루 동안에 그렇게 모아진 ‘영어로 바꾸지 못했던 문장’은...

아마 엄청날 겁니다.

그 다음 날은 역시 중얼거리기를 하면서 그 전날 걸 해결하기도 해야 합니다. 이 작업을 차곡차곡 안하고 넘어가면...너무 양이 많이 쌓여 보기만 해도 먹은 게 얹힐 것 같아 또다시 한 평생 지겹게도 하고 살았던 ‘포기’로 직행하게 됩니다.

 

다 기록할 자신이 없으면...사실, 다 기록한다는 건 불가능이고요.

최소한 하루에 열문장!

(욕심내서 너무 많이 해도 포기하게 된다는 걸 명심하십시요)

 

그 열 문장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사전을 이용합니다

2. 주변의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3. 인터넷의 영어 관련 사이트의 질문 답변 코너를 이용합니다.

 

저는 이 중에서 2번을 특히 추천합니다.

“저는 주변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 없는데요.”

설마 이렇게 말하시려는 분은 없으시겠죠?

 

여러분 주변에는 영어를 잘할 수밖에 없는 미국인들이 지천입니다.

여긴 미국이잖아요?!!!

그래도 방콕만 하고 살든가, 한국 사람만 만나서 정말 정말 정말

미국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분이라면...

도서실로 가십시오.

그곳에는 여러분이 물어보는 영어 문장을 가르쳐주지 못해 안달 난

마음 좋고 책 좋아하는 유식하고 지적인 미국인들이 또 지천입니다.

뭐...서점에 가도 좋고요.

 

목표는 하루에 열 문장입니다.

일단 열문장...‘10’이란 숫자는 외우기도 쉽잖아요?

“쌤!! 하루에 열 문장 배워갖고 어느 천 년에 영어의 달인이 돼요?

저도 모릅니다. 어느 천 년에 될지...

그런데 이 참에 계산 좀 해볼까요?

 

하루에 열 문장이면 한 달에 300문장, 혹은 300가지 표현이군요.

한 달에 300가지 표현이면...1년이면 3,600가지 표현이군요...

흠...

혹시 지금 여러분의 책장에 빼곡이 꽂혀있는 영어 관련서에 나온

문장을 하나라도 외우고 계신 게 있는지요?

뭐..완전히 없기야 하겠습니까마는...

 

모르긴 몰라도 지금 그 영어 책들은 주인이 좀 펴줄 날만을 기다리며 먼지만 얹고 있을 겁니다. 그 책을 살 때만해도 역시 의욕은 대단했지요...

수 십 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라는데...

그런데 과연 효과가 있었나요?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정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혹시좀 팔린다 해서 대단한 기대를 갖고 달려든 ‘의욕’들이 빚어낸 숫자행진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물론, 그 책들은 효과를 담고 있습니다.

제 말은 독자들이 과연 그 효과가 제대로 빛을 보게 만들어주었나...

하는 겁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영어 관련서를 사지 마십시오.

갖고 계신 걸로 충분합니다.

그 책들 중 반 이상 본 것들도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책을 꼭 사셔야 먹은 게 안 얹힐 것 같다 생각되신다면

책을 사서 꼭 끝까지 읽고 책에서 시키는 대로 외우고

밑줄 긋고 문제풀고...제대로 하십시요.

그걸 다 하셔야 그 책들이 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십시요.

 

도대체가...책도 사지 말라면...

 

그럼...이제 뭘해야 할까요?

 

여러분이 책을 직접 만드십시요.

 

여러분이 책을 만드는 편이 베스트셀러 백 권 사서 반도 안 보고

꽂아두는 편보다 천 만 배 효과가 큽니다.

당장 두툼한 빈 노트 한 권 마련하시고요.

하루에 배우거나 해결한 열 문장을 기록해 가십시오.

눈으로 읽은 베스트셀러의 명문장, 획기적인 비법(그런 건 있지도 않지만)은 다음 날이면 가물거리지만

 

여러분이

“아, 나는 이걸 모르는구나.”

하고 인정하고,

“아, 이걸 영어로는 이리 말하는구나!”

하고 깨달은 문장은 평생을 갑니다.

 

제가 그 증인입니다.

저도 처음에 노트를 만들면서...

어느 천 년에 이 노트를 채우나...싶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그 두툼한 노트가 세 권이 쌓였습니다.

전체 문장, 표현 가짓수로 치면...뭐 셀 수도 없겠는데요...

시작이 중요합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노트를 채워가는 즐거움에 ‘포기’하기가 아까워집니다.

 

오늘, 여러분들 중 이 문장을 해결해야 하는 분이 계시겠지요?

 

기지개를 켜다

 

맛보기로 제가 한 번 해결해드릴까요?

한영사전에서 ‘기지개’를 찾아봤습니다.

 

기지개=stretch

기지개를 켜다=stretch oneself, take a stretch

 

그런데 원래 하려던 말은 ‘기지개부터 한 번 늘어지게 켰다’군요.

앞서 제가 강조했던 ‘체치기’와 남의 나라 말을 존중하는 신토불이식 영어 전환법을 십분 고려해서...한 번 바꿔보시겠습니까?

이 모든 걸 고려하지 않은 문장은 이런 게 되겠지요?

 

나는    I

기지개부터 켰다   stretched('부터'는 어쩐다? ‘from’을 써야하나?)

늘어지게 (사전에서 기본형인 ‘늘어지다’를 찾았더니....엥...뭐가 이리 많어? 뭘 쓴담?)

 

자, 토종댁의 ‘체치기’와 신토불이 마인드를 적용해서 한 번 해결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숙제와 더불어 하룻동안 혼자말해보기 하셨을 때 안 되었던 문장 두 개만 덧붙여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단, 해결 못하신 거 말고...해결하신 걸 올려주시고요.

 

그러니까...

 

우리말과 해결한 답

그리고 해결한 방법만 간단히 올려주시면 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안하셔도 되고요.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