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댁은 요즘 뿌리깊은 나무, 열시청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보시나요?

 

 

우리말에 대해 정말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단순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것 외에 글자를 만든 군왕의 사랑이 가득한 말이요, 글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훌륭한 우리말이 영어를 만나면 참으로 입장 곤란해집니다.

 

영어가 훌륭하지 않아서가 아니고요.

(어떤 나라의 언어든 나룸대로 그 언어를 구사하는 민족의 정신을 반영한 훌륭한 언어입니다)

 

언어를 표현 도구로 삼는다는 핵심만 같을 뿐,

영어와 우리말은 형성된 역사, 기원, 배경, 구조...

모든 게 다르니까요.

 

당연한 겁니다.

 

영어와 우리말이 훌륭하지 않고의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고 말입니다.

 

더 없이 훌륭한 우리말이 영어를 만나면 '쓰잘데기 없는' 군더더기가 생깁니다.

 

증거를 보실까요?

 

다음 문장들을 영어로 바꿔보십시요.

 

1. (슬픈 드라마를 보니) 눈물이 나네.

2.  이쪽에 발자국이 나 있어.

3. 저기 빈자리가 하나 났어.

4. 그 동네에서 사고가 났어.

5. 내 이름이 명단에 올라 있어.

 

위의 다섯 문장을 영어로 바꿀 때,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인지 짚어볼까요?

 

일단, '주어'입니다.

 

당췌 주어가 안 보이는 게 많네요.

 

눈물이 나다.

 

주어를 알리는 토씨, '은', '는', '이', '가'가 붙은 걸 찾으니 '눈물'이네요.

눈물이 주어네요.

 

눈물(주어).........................나다(동사/서술어).

 

그래서 눈물...을 딱 써놓고 봅니다.

 

Tear...............(침묵)

 

말이 안 나옵니다. 왜죠?

 

눈물이 '나다'에서 '나다'를 찾으려하는데 잘 생각이 안 납니다.

 

발자국이 나 있다.

 

주어가 '발자국'입니다.

 

footprint....................(침묵)

 

발자국이 '나다'에서 '나다'가 당췌 생각이 안 납니다.

 

무지 쉬운 단어같다는 느낌은 드는데 말이죠. 머리만 긁적입니다.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1. 눈물이 나다.

2. 발자국이 나다.

3. 자리가 나다.

4. 사고가 나다.

5. 이름이 오르다.

 

위에서 서술어에 해당하는 '나다', '오르다' 등은 모두 '군더더기'입니다.

우리말에서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들이나 영어를 만날 때는 말입니다.

 

우선, 저 다섯 문장 중에서 주어는 없습니다.

주어가 있어야지요. 근데 다 빠졌습니다.

 

'은/는/이/가'가 붙어서 우리말의 주어인 척 보이는 '눈물', '발자국', '자리', '사고', '이름' 이

영어에서는 주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걸 주어로 생각하니 영어가 될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주어가 반드시 필요한 게 영어인데 뭐가 주어라는 말인지요?

 

생략되었습니다.

우리말에서는 말이죠.

 

그 생략된 주어를 영어에서는 가져와야 합니다.

 

바로 우리 말에서 생략되기 쉬운 영어의 주어!!!

 

I(she, he, they), there, it, (혹은) 사물.

 

우리말을 토씨가 있어서 굳이 주어를 안 써도 분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토씨 없이 '자리'로 구분하는 영어는 주어 자리에 주어를 반드시 넣어줘야 합니다.

 

우리말에서는 툭하면 사라지는 영어의 중요한 주어들.

 

I

there

it

(혹은) 사물

 

을 다시 살려서 위 다섯문장을 새롭게 들여다보십시요.

 

뭔가 입이 움직이시면 다음 컬럼을 꼭 보아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