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단어'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토종댁식 단어공부법에 대해 잠깐 소개를 했습니다.

아마 쉽지 않으셨을 겁니다. 영영사전을 보라하고, 구글 검색도 하라하고.

단어는 그냥 '한영사전' 찾으면 바로 나오는데, 뭘 그런 걸 몇 개씩 귀찮게스리, 하셨을 겁니다.

 

이해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한영사전은 너무나도 필요하고 너무나도 요긴하지만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건 한영사전만의 문제점은 아닙니다. 아마 전세계 사전이란 것의 문제점일 겁니다.

 

사전이 갖고 있는 그 문제점 때문에 한영사전만 갖고 공부하면 우물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는 겁니다.

 

그 문제점은 바로 '뜻이 너무 많다!'입니다.

 

take, 라는 영어 단어를 찾아보면 사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웬만한 일반인이 보는 사전에는 40번까지 나옵니다.

 

take, 단어 하나에 뜻이 40가지나 된다는데, 그걸 어떻게 다 외워서 써먹으시려고 하십니까?

헐~~~~~.

 

혹시 우리나라 국어 사전 보신 적 있으십니까?

(여기서 잠깐!

영미인들은 대학원까지 나오고 박사라도 집에 영어사전 한 두권씩 꼭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집에 국어사전 갖고있는 집이 별로 없습니다. 그 뿐입니까?

영미인들은 영어잘하면서도 '문법서'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집에 국어문법서 갖고 있는 분 별로 없지요. 왤까요? 저도 모릅니다.

다만, '영어'라는 언어는 원어민들에게도 어려운 건가보다 싶습니다.)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 'take'에 해당되는 '취하다'라는 동사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1. 일정한 조건에 맞는 것을 골라 가지다.

2.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지다.

3 . 어떤 일에 대한 방책으로 어떤 행동을 하거나 일정한 태도를 가지다.

4 . 어떤 특정한 자세를 하다

5. 남에게서 돈이나 물품 따위를 꾸거나 빌리다.

6. 장가를 들어 아내를 맞아들이다.

 

위의 것은 그나마 '단촐하게' 정리가 된 사전입니다.

 

아무튼 위의 '취하다'의 뜻을 죽 보시니까 어떠십니까?

우리에게는 그냥 '취하다'일 뿐, 저렇게 복잡한 뜻으로 풀어서 생각해 본 적 있으신지요?

 

아마 없을 겁니다.

 

우리말인데도 내가 우리말도 잘 모르는구나, 한숨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영/영한/한영 사전도 이런 식입니다.

 

사전은 이렇게 자세하게, 골치아프게, 세세하게, 디테일하게, 헤집어서

뜻을 풀이해놓을 수밖에없습니다.

 

왜죠? 사전이니까요!

 

사전은 그래서!

 

정말 단어를 모를 때, '참고'하는 용도로 써야합니다.

그걸 붙잡고 공부한다고 매달려봤자, 응용은 안됩니다.

말 그대로 공부로 머리에만 남고(그나마 남으면 다행입니다),

실제에 적용안됩니다(그나마 '글자' 자체가 달라 '글자'에 덜 얽매이게 하는 '영영' 이 낫고요).

 

그래서 지난 시간에 잠깐 맛뵈기 해드린 토종댁 단어 공부법에서는

구글 이미지 검색을 강조했습니다.

 

'글자'로 뜻을 해부한 게 아니라 그 단어가 갖고 있는 '이미지', '심상'이 무엇인지

일단 시각화를 해보는 겁니다. 꼭 정답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이미지를 죽 보다보면 뭐라도 머리에 떠오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혹시

 

....이런 뜻인가?

 

그냥 느낌이기만 해도 좋습니다.

 

문제는 그런 다음에!

 

단어를 '글자'로 확인하라는 겁니다.

 

글자부터 확인하면 시각화의 기회는 영영 상실됩니다.

 

단어는 '글자'로 의미는 전달될지 모르지만 '활용'은 안 됩니다.

 

글자가 활용이 되어 팔팔하게 살아 움직이려면,

 

눈

뇌

입

 

이 같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살아있을 활', 즉 '活語(이 표현은 영상번역가로 유명하신 이미도님이

창안하신 것 같습니다. 아주 적절한 표현입니다)'가 되지 못하고,

'죽을 사', 즉 '死語'로만 남을 뿐입니다.

 

매일 영어가 제자리라면 혹시 활어를 익히는 게 아니라, 사어를 익히지 않았나

돌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