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우리가 단어를 '죽어있는' 사어로 공부해서 활용이 안된다,
'살아있는' 활어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기억나시는지요?
영단어를 '활어'로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허무하게도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사전을 보고 각각의 예문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말그래도 '공부'가 되어서
기억에 오래 남지 못합니다. 사전보고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 '연구'라고 해도
될 겁니다. 아무 문맥도 없이 한 줄 예문만으로 그 단어를 습득한다는 건 무리지요.
사전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참고용'입니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말이 나오면 찾아보는 참고용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책은 잘 안 봅니다.
책은 단어들이 '문맥' 속에서 가장 적절한 용도로 펄펄 살아 움직이는 '활어' 단어들의
대향연입니다. 이 책에서는 어떤 단어가 이렇게 쓰였는데, 또 저 책에서는 저렇게 쓰입니다.
그런 경우들은 머릿속에 그림, 이미지로 다 저장해두는게 영단어를 활어로 익히는 법입니다.
절대로 단어를 영한 사전에 나와 있는 우리 말에 묶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 영단어가 자기 세상, 즉 영어로 쓰여진 책 안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뛰노는 상태 그대로
습득할 수 있어야 활어 습득이 가능한 겁니다.
영한 사전을 보고 우리 말을 묶어버리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rrive/reach를 한 번 생각해 볼까요?
arrive
reach
이 둘 다 영한 사전에서 찾으면 뭐라고 나오나요?
닿다, 도달하다, 도착하다
이렇게 나옵니다.
Finally, they arrived at the airport.
She reached the pocket for the key.
위의 것은 그들이 공항에 '닿은' 것이고, 아래 것은 그녀가 '주머니'에 닿은 것입니다(여기서는 '손'을 말하겠죠).
우리말로 이렇게 다른 두 단어를 '닿다', '도착하다', '도달하다'라는 거의 똑같은 단어로 묶어버리면,
그 때부터 우리는 '닿다', '도착하다', '도달하다'라는 한국어의 용법에 묶입니다.
그래서 '사어'가 되는 겁니다.
우리말로는 '도착하다', '닿다'가 되려면 '~에'라는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문법책들마다 'arrive'에는 'at'이라는 전치사가 붙는다,
'reach'에는 전치사가 필요없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ㅤㅇㅙㄹ까요?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헛갈리지 않는 두 동사를 우리나라 문법책에는
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어가며 조심하라고 하는 걸까요?
예. 그렇습니다.
영어를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응용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영어에서 'arrive'와 'reach'는 아주 다른 단어입니다.
단, 같은 게 있다면 '목표물'입니다.
이 두 단어는 다르기 때문에 하나는 'at'이라는 전치사를 필요로 하고,
다른 하나는 전치사가 필요없습니다.
누군가는 그리 말하지요.
arrive는 자동사기 때문에 전치사가 필요하고,
reach는 타동사기 때문에 전치사가 필요없다고요.
네.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런데 왜 '닿다', '도착하다', '도달하다'라는 비슷한 뜻의 단어 두 개가 하나는 자동사고,
하나는 타동사일까요?
다시 묻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말로는 비슷한 뜻의 이 두 동사가 어째서 하나는 자동사라서 전치사가 필요없고,
어째서 하나는 타동사라서 전치사가 안 필요한 걸까요?
다시 말해, 우리말로는 거의 같은 뜻인 이 두 단어가 영어로는 과연 어떻게 다른 걸까요?
그냥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잠깐이라도 고민해보시면 아마 기억이 더 오래가실 겁니다.
고민해보신 내용을 답글로 써주시면 다른 분들께도, 제게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기탄없이, 부끄러워마시고, 본인의 고민을 한 번 적어보세요.
단, 답을 찾아보시려 하시지 말고, 사전을 뒤져보시는 건 괜찮습니다.
어디선가 답을 찾아서 답글로 적으시면 별 도움 안 됩니다.
'답'이 아니라 '고민'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