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구체적으로 영어가 잘 안되는 이유를 풀어볼까 합니다.

영어가 안되는 이유는 뭐,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어순이 달라서

 

아마도 이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걸 한 번 더 파고들어가면?

왜 어순이 다를까요?

 

나라가 다르니까.

민족이 다르니까.

 

맞습니다.

 

그건 곧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말과 통할 겁니다.

 

영미인들은 우리와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문화적인 차이는 물론이지만 생각 자체가 다르다는 거죠.

 

생각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언어가 먼저일까요?

 

당연히 생각이 먼저입니다.

 

같은 사물을 보고, 같은 현상을 보고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말과 영어는 이렇게 달라져 있습니다.

 

영어는 어떤 동작이 되었건간에 그 동작의 '주체'를 중시합니다.

주관적인 사고관이 투철합니다. 개개인을 존중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개성을 중시합니다.

 

우리말은 어떤 동작이 되었건간에 동작의 주체보다는 '동작' 자체를 중시합니다.

우리는 주관적인 사고관을 강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 맞추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을 존중하기 보다는 '공동'의 '조화'를 더 중시합니다.

 

그 모든 게 영어와 우리말이라는 '언어'에 녹아있습니다.

 

아무튼,

 

주관을 중시하고 개성을 중시하고 개별성을 강조하는 영어는 그래서

'주어'를 절대로 놓지 않습니다. 영어의 주어는 늘 맨 앞자리에, 늘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말에 '사라진' 주어만 찾아내도 영어는 조금은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어 문제와 더불어 우리말은 너무 친절합니다.

어떻게 친절하냐고요?

 

한 번 보실까요?

 

문에 버튼이 달려 있어요. ('달려'가 영어로 뭐지? 끄응)

탁자 위에 놓여 있잖아요!  ('놓여'가 영어로 뭐지? 끄응)

그것들이 왜 바닥에 떨어져 있지?  ('떨어져'가 영어로 뭐지? drop? fall? 끄응)

벽에 그림이 많이 걸려 있군요.  ('걸려'가 영어로 뭐지? 'hang'? 끄응)

너도 명단에 올라 있더라.  ('올라'가 영어로 뭐지? climb? 끄응)

열쇠가 자물쇠에 꽂혀 있잖아!  ('꽂혀'가 영어로 뭐지? insert? 끄응)

그 편지에는 우표가 안 붙어 있군요.  (''붙여'가 영어로 뭐지? paste? 끄응)

식탁보에 잉크가 묻어 있군.  ('묻어'가 영어로 뭐지? 끄응)

치마에 얼룩이 져 있어요.  ( '져'가 영어로 뭐지? loose? 끄응)

 

어떻습니까?

 

위의 문장들을 영어로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빨간색으로 표시된 저 단어들

때문이 아닌지요?

 

저런 단어들을 몰라서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안 계신지요?

 

위의 문장들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단어들은 사실, 필요없습니다.

다 빼볼까요?

 

문에 버튼이 있어요. 

탁자 위에 있잖아요!  

그것들이 왜 바닥에 있지?  

벽에 그림이 많이 있군요. 

너도 명단에 있더라.  

열쇠가 자물쇠에 있잖아!  

그 편지에는 우표가 안 있군요.  

식탁보에 잉크가 있군.  

치마에 얼룩이 있어요.  

 

훨씬 문장이 간결해졌고, 그렇다고 뜻이 안 통하거나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네요!

 

그 단어들은 빼고 위의 문장들로 다시 영어로 옮겨보세요.

 

댓글로 달아주시든, 혼자 바꿔보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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