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듣기만 해도 골치아픈 현재완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현재완료는 한국책이든, 미국책이든 어느 문법책에나 '시제(tense)'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완료...

다들 '시제'라고 하네요.

그러면 별 수 없지요. '시제'라고 합시다.

 

영어의 시제는...

 

아이쿠!

듣기만 해도 지겨우시죠?

현재, 과거, 미래, 현재완료, 현재완료진행, 미래완료, 미래완료진행...어쩌고 저쩌고...

 

어떤 미국인은 영어에 이렇게 시제가 많다고 우수한 언어라 자랑스레 말하기도 하더군요.

한국어에는 시제가 몇개나 되냐면서요.

 

뭐든 구조적으로 발달되면 분류도 복잡해질 거고..그만큼 우수한 언어...발달된 언어...

뭐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어떤 나라던가요...시제가 딱 하나뿐인 나라도 있다 하던데요.

현재형으로 모든 상황을 표현한다고 하죠.

 

너, 밥먹니?

 

이거 하나로 어제 밥먹었니, 지금 밥먹니, 내일 밥먹을 거니...가 다 통한다는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안 될 것도 없을 것 같긴 하네요.

 

뒤에다가 시제를 나타내는 '오늘', '내일', '어제'를 반드시 붙여줘야하겠지만 뜻이 안 통할 것도 없네요.

그렇죠?

 

영어에는 도대체 왜? 어째써?

 

과거, 현재, 미래만 있어도 될 것을 굳이 '완료'라는 걸 만들어갖고 우리를 괴롭히는 걸까요?

 

도대체 현재완료가 뭡니까? 백과사전에서 찾아봅니다.

 

The present perfect is a grammatical combination of the present tense and the perfect aspect, used to express a past event that has present consequences.(from www.wikipedia.com)

 

이 말을 우리 문법서에는 이렇게 풀어들 놓았죠.

 

<현재완료는 현재에 있어서의 동작의 완료, 현재까지의 경험, 과거 동작이 현재에 미치는 결과, 현재까지의 동작·상태의 계속을 나타낸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입니까?

과거의 동작, 경험 등이 현재에 결과가 미칠 때 현재완료를 쓴다...

 

중고등학교 때도 이렇게들 배우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별 수 있나요? 그렇게 가르쳐주니 그리 배울 수밖에요.

그 때 제가 번쩍 손을 들고 이런 질문을 했더랬습니다.

 

"선생님. 현재에 그 결과가 영향을 안 미치는 동작, 경험도 있나요?"

 

그 때, 선생님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있으니까 이런 게 있지!" 였습니다.

그래놓고 예는 하나도 못들어주시더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혹시 저처럼, 지금도 '현재에 그 결과가 영향을 안 미치는 과거의 동작, 경험이 있나?'하고

생각하시는 분은 안 계신지요?

 

지금도 그 때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현재완료의 정의...

 

영어로 풀어놓은 정의는 미국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나 봅니다.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언어인 영어를 이미 모국어로 쓰고 있는 상황이므로 저 설명이 잘 이해가 가나봅니다.

 

하지만 우리는요?

 

현재시제라는 게 없는 우리에게, 저 영어 설명을 그대로 풀어놓은 설명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여러분은 이해가 가시나요?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동작, 경험, 완료??

 

도대체 이게 뭔말이랍니까?

과거에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거야 원....

설명이 근본적으로 틀렸거나, 혹은 제 머리가 딴딴한 돌이거나!!!!

 

아니, 도대체가 영어는 왜 우리말에 없는 '현재완료'라는 이상한 시제를 갖고 있나 이말입니다.

 

가만가만!

 

우리 '한글'도 전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발달된 언어인데, 영어메만 시제고 우리말에는 없다 하니

웬지 살짝 자존심이 상하는데요?

정말 우리말에 이 현재완료가 없을까요?

혹시 우리말에 있으면...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현재완료는 과연 우리말에 없을까요?

토종댁이 여기서 제시하는 답은?

 

있다!!! 입니다.

 

자존심 살려보자고 어거지로 꿰맞춘 게 아닙니다. 진짜로 있습니다.

형태가 다를 뿐입니다. 시제로 분류를 안 했을 뿐입니다.

 

증거를 보실까요?

 

남편: (신문 펼쳐들고) 어? 맨날 쓰는 내 돋보기 안경 어디갔어?

아내: 그거 맨날 걸리적거려서, 거실 장식장 서랍 안에 (                ).

 

자, 이 때 (                      )에 어떤 말이 들어가야 자연스러울까요?

 

1. 넣었어요.

2. 넣어뒀어요(넣어두었어요).

 

순토종 한국인인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보세요.

 

혹시 '1번'이라고 대답하실 분 계신가요?

 

대부분...아니 순토종 한국인이 맞으시다면 모두 '2번'으로 대답할 겁니다.

 

왜죠?

 

왜...돋보기 안경을 서랍에 넣었어요...라고 않고 '넣어뒀어요(넣어두었어요)'라고 대답할까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이게 현재완료의 기본 개념입니다.

 

뭐냐고요?

 

그냥 '넣었다'는 단순 과거입니다. 과거에 한 단순한 행동이죠. 그게 전부입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여지가 없습니다. 어떤 물건을 집어들고 서랍안에 '넣었던' 과거의 행동...

오로지 그것 뿐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넣어두었어요'라고 대답함으로써 그 행동에 어떤 메시지를 '추가하려'했습니다.

 

뭘까요? 과연 뭘까요?

 

세상에는 시제가 하나뿐인 나라도 있다는데 '넣었다'라는 과거형으로도 뭔가 부족해서

굳이 '넣어+두었다'고 '두다'까지 추가해 가며 길게 표현하는 이유가 뭐냐 이겁니다!!!

 

아내가 추가하려 한 메시지가 뭘까요?

 

혹시 답해주실 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