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현재완료의 비밀을 완죤히 벗겨드리러 왔습니다.

기대가득이시죠?

하지만 반면에 실망도 크실 겁니다.

뭐 이래? 뭐 이리 시시해?

 

하지만요. 속단을 금물입니다.

 

시시하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됩니다.

시시한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해 온 우리가 잘못이지(엄밀히 말하면 우리한테 그렇게 가르쳐준 사람들, 교재들),

현재완료는 아무 잘못없습니다.

 

저도 현재완료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진짜, 엄청나게 고민많이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국내에서는 해결안나겠다 싶어서

원서 문법책을 들이팠죠.

 

그래도 뭐 뾰죽한 답은 안 나오더군요.

 

영어 그래머 원서에 나온 현재완료의 설명을 볼까요?

 

The present perfect tense is used to describe an action that happened in the past, but has a connection to the present.

 

직역해보면요....

 

현재완료 시제는 과거에 일어난 행동,

그러나 현재와 '연관(connect)'되어 있는 행동을 묘사할 때 쓰인다.

 

어디서 많이 듣던 설명이죠?

 

네. 그렇습니다.

 

한국 문법책에도 이리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껏 배워온 거죠.

일본 문법서들이 영어원서들을 베껴왔고, 우리 문법서는 또 그 일본 문법서들을 베껴왔으니까요.

 

신토불이 영어..

 

네. 맞습니다.

우리 신토불이도 존중하는 만큼, 원어민들의 신토불이도 존중해야죠.

그네들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요!!!

 

이 설명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라 이말입니다.

 

저 설명을...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영어 원어민이 받아들일 때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우리가 받아들일 때가

같을까 이 말입니다.

 

아뇨!!!

 

전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어 원어민들은 이미 '현재완료'에 대해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저 문법 설명을 보는 사람들은 전 세계 각국에서 모두 제각기 모국어를 갖고 있는...

그 중 태반은 '현재완료'라는 시제를 갖고 있지 않은 언어겠지요..

 

그래서 뭐냐?

 

영어원어민은 영어 원어민 시각으로 문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말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영문법 쓰는 사람이 다른 나라 말을 다 알고 있어야 하나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저 설명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현재완료를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사람이 하는 설명입니다.

 

우리말은 현재완료라는 게 딱히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가능하지만요.

어쨌든 현재완료가 '없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에게 설명하려면,

저 문법서의 설명자는 한국어의 특성에 잘 맞게, 우리가 제대로 쉽게 화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하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전세계 각국어에 전부 능통한 영문법가가 과연 있겠습니까?

바로 요게 자기 나라 말을 자기 나라 말에 근거를 두고 하는 대부분의 문법서들의 한계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을 전세계 국민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문법서들이 있겠죠?

그 문법서들의 기준은 바로 '우리나라말'입니다.

그 나라 말이 아니고 말이지요.

 

아무튼 영어가 외국어인 우리에게는...

우리나라 말로 우리나라 말에 근거해서 풀이해주는 문법서가 필요합니다.

그럼, 원어민의 신토불이를 무시하자?

아뇨. 그게 아니고요!

그 신토불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신토불이도 존중하자는 말이죠.

 

둘 중 어느 하나만 앞세워서는 죽도 밥도 안됩니다.

이제껏!!!

 

혹시 우리는 저 둘 중 어느 하나만 앞세웠기에 영어가 죽도 밥도 안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위에서 설명한 원어민의 풀이를 보았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행동, 그러나 현재와 '연관'되어 있는 행동을 묘사할 때....

 

이게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발목을 잡아왔나요?

 

아니!!! 과거에 일어난 행동이 현재와 연관되지 않은 것들이 있답니까?

 

어제, 엄마가 집을 나갔다.

 

이걸 영어로 하려면 단순과거로 해야 하나요, 현재완료로 해야 하나요?

문법서 뒤지면서, 사전 뒤지면서 머리를 굴립니다.

 

"과거에 일어난 행동이 현재와 연관되어 있을 때..."

 

엄마가 집을 나가서, 밥도 못먹고, 집도 지저분하고, 빨래도 쌓였고...

 

현재와 엄청나게 연관많네요!!

그럼, 현재완료!!!

 

Yesterday, my mom has run away from home.

 

그런데 결과는요?

 

틀렸답니다!!

 

아 왜!!!

 

yesterday, 라는 과거 시제가 분명한 부사가 들어있으면 현재완료를 쓰면 안된다잖아요!

 

아 왜!!

분명히 과거에 일어난 행동이라며??!!

 

여기서 우리는 맥 탁 풀리고, 초점 잃으면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접고 맙니다.

영어는 어려워!!! 부르짖습니다.

 

그랬죠? 맞지요?

 

하지만 여기 대단히 시시하지만 사뭇 다른 시각이 있습니다.

 

원어민의 신토불이도 존중하고, 우리말의 신토불이도 존중하려 애쓰는 토종댁요.

 

원어민들은...

 

과거에 있었던 행동이지만 현재와 '연관'이 있는 시제를 현재완료라고 했네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걸 토대로 우리말을 적용해보는 겁니다.

과연 원어민들이 과거와 현재의 '연관'이라고 표현한 것이 무엇이냐, 이겁니다.

 

connection....그 원어에 집중해주십시요.

 

우리는 이걸...'결과에 영향을 받다' 등으로 해석해서 오리무중 안개속을 헤매었는지도 모릅니다.

 

connect....를 영영사전에 찾아보지요.

 

join together...라고 나오는군요.

 

현재완료는 과거가 현재에 손을 내밀어 'join'한 겁니다.

이게 현재완료의 비밀입니다.

엄청 시시하죠?

 

1. I lost my key.

2. I have lost my key.

 

이 지긋지긋한 문장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고민하지 말기로 합시다, 우리.

 

1번과 2번은 같은 뜻입니다.

이제까지 다른 뜻으로 아셨나요?

같습니다.

 

단지, '표현'만 다릅니다.

 

제발~~1번은 안되고, 2번은 된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요.

뜻은 같다니까요! 열쇠를 잃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잘 보십시요.

 

마술을 한 번 보여드릴게요.

여기다가 'yesterday'를 집어넣을게요.

 

1. I lost my key, yesterday.

2. I have lost my key, yesterday.

 

같은 뜻이었는데, 'yesterday'를 집어넣었더니 1번만 말이 되고,

2번은 말이 안 된다 합니다.

 

왤까요?

 

1번은 과거동사를 썼고, 2번은 현재완료를 썼기 때문이죠.

 

어? 뜻은 같다면서요?

 

예. 뜻은 같습니다.

하지만 표현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완료에는 'yesterday'같은 '확실한 과거'를 나타내는 부사가 못옵니다.

 

아 왜요???

 

말씀드렸잖아요!!! 과거와 현재가 'join'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말로 예를 한 번 볼까요?

 

1. 나, 어제 열쇠 잃어버렸어-과거

2. 나, 지금 열쇠 없어('잃어버렸어'라고 쓰면 엄청 어색하죠?)-현재

 

어제, 지금...같은 부사가 들어가면서 표현이 바뀝니다.

 

그렇죠?

 

영어도 같습니다.

 

감이 좀 오시나요?

 

1. 저, 3년 전에 이사왔어요(과거)

I moved here three years ago.

 

2. 저, 이사 온지 3년 되었어요(현재완료)

I have lived here for three years.

 

1, 2번은 같은 뜻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뭐가 다른가요?

 

우리말로도, 영어로도 뜻은 같은데 '표현'이 달라졌어요.

 

한 가지만 더 볼까요?

 

1. Did you eat lunch?

2. Have you eaten lunch?

 

점심시간 쫌 지나서 회사동료에게 둘 다 쓸 수 있습니다.

어느 건 되고, 안 되는 거 아닙니다.

 

뜻은 같습니다.

그런데 표현이 다르죠?

 

그래서 뭐가 엄청나게 다를 거라 생각하시죠?

 

아뇨.

 

3년전에 이사왔건, 이사온지 3년 되었건...엎어치고 메치면 같지 뭐가 그리 다릅니까?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과거를 과거로 묻어두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내버려두지 않고,

그 과거를 지금 내가 발붙이고 서 있는 '지금'!!!

 

현재로 'join'시키려는 화자의 의지입니다.

단순과거에는 그 의지가 없어요.

현재완료에는? 있죠!!!

 

3년전에 이사왔다..보다...

이사온지 3년 되었다(3년째다)...에서 현재성이 안 느껴지십니까?

 

너, 점심 먹었어?

 

우리말로는 이렇게 한가지로밖에 못 묻지만...

 

영어는 두 가지로 물을 수 있습니다.

 

1. Did you eat lunch?

2. Have you eaten lunch?

 

굳이 이렇게 두 가지라서 편한 점이 있습니다.

 

밥안먹었으면 나하고 같이 밥먹자!

 

바로 2번, 현재완료를 쓰면

 

말하는 사람이 '현재' 품고 있는 뜻이, 기대가, 속셈이 내비쳐진다는 겁니다.

 

Did you eat lunch? 는 그저 과거로 묻혀집니다.

현재와 결부시키려는 아무런 뜻도, 기대도, 속셈도 없습니다.

오죽하면..'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노래도 있겠습니까? ^^

과거는 묻어야 할 과거일 뿐입니다. 제발 현재와 결부시키지 말아달라고요!

그 노래의 뜻이 그런 거죠?

 

하지만 현재완료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과거를 현재에 결부시켜 주세요!! 입니다.

 

아, 그렇다고 'Have you eaten lunch?'가 반드시 밥안먹었으면 같이 먹자는 말이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말하는 사람이 하필 현재완료로 과거를 현재와 결부시키려하는 데는 무슨 '이유' 가 있을 거라는

말이죠. 그냥 묻어두는 과거를 쓰면 되지 말입니다.

 

어떻게든 과거를 현재와 결부시키려는 의지, 기대, 속셈~~.

그게 현재완료의 핵심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과거를 써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현재완료를 써야 한다.

 

그런 거 없습니다.

 

현재에 발붙이고 현재를 강조하려면 현재완료를 쓸 수 있습니다.

그냥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고 싶다면 단순과거형 쓸 수 있습니다.

 

누구맘대료요?

말하는 사람 맘대로요!!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은 현재완료에 대한 큰 줄기입니다.

그 줄기에서 여러가지 세부적인 용법들이 파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줄기를 잊지 마세요.

현재완료는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만든 '선'의 개념입니다.

대부분의 시제들은 '점'입니다. 특점 시점에서 일어난 '점'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과거를 현재로 끌고와서...질질 끌고오면 바닥에 선이 남죠?

둘을 결부시킨 현재완료는 '선'으로 확장됩니다.

그래서 현재완료에 '계속적' 용법이라는 게 있는 게지요.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도움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