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스피킹은 좀 되는데 리스닝이 영 안돼.

나는 문법은 좀 아는데 스피킹이 도통 안돼.

나는 독해는 좀 되는데 영작이 영 안돼.

 

이런 말씀들 많이 하십니다.

 

하지만 모두 오해입니다.

 

스피킹, 리스닝, 독해, 문법은 일심동체입니다.

 

스피킹이 초급이면 리스닝도 초급이고,

독해가 초급이면 문법도 초급인 겁니다.

 

왜 그럴까요?

 

증거를 볼까요?

 

스피킹은 '입으로 하는 '영작입니다.

 

문법없이 독해가 될리 없습니다.

혹시 문법 기반이 약한데 독해는 좀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는 단어들을 기반으로 '유추'를 하신 겁니다.

 

그건 단어 유추이지, 엄밀히 말해서 독해라고 하기는 부족합니다.

 

리스닝은 타인의 스피킹(입으로 하는 영작)을 독해하는 것입니다.

 

어떠세요?

다시 생각해 보니, 말이 되지요?

 

특히 이 부분요.

 

"나는 스피킹은 되는데 리스닝이 잘 안돼."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실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고요. 오해는 말아주십시요.

자신의 실력과 위치를 제대로 알아야 적당한 보조도구를 쓸 수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 정도면 이 정도 교재는 봐야지, 이 정도 드라마는 봐야지,,

하다가 막상 접하고는 너무 어려워서 실망하고,

그게 영어에 대한 재미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아는 것은,

부끄럽거나 불쾌한 일이 아니라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시작입니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서요.

 

스피킹은 되는데 리스닝이 잘 안돼.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스피킹이 된다....고 누가 판단을 해주던가요?

아무도 말해준 사람 없습니다.

감히 누가 '당신의 스피킹은 영 아닙니다.'하고 대놓고 말하겠습니까?

 

상대방 역시 이쪽의 스피킹을 '단어유추'합니다.

문법에도 안 맞고, 원어민이 쓰는 표현도 아니지만,

단어와 표정 등으로 유추를 해서 알아들어 주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알아듣고 그 다음 대화로 진행되면,

이쪽은 "아, 내가 스피킹은 되는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타인의 말을 듣는 '리스닝'은 '유추'의 주체가 이쪽으로 넘어옵니다.

이쪽에서 유추를 해야 하지요. 상대방이 유추를 할 때는 맘편하게 말하면 되지만(유추능력은 상대방 몫이니까요)

이쪽에서 유추를 할 때는 머리가 핑핑 돌아갑니다.

단어 포착하랴, 접속사 줏어내랴, 주어 담아내랴~~.

 

그래서 이런 분은 스피킹은 접고(되는 줄 알고요),

리스닝 공부를 죽자고 파고 듭니다.

 

입은 안 떼고 듣기만 합니다.

 

그래서는 영어를 배우기가 힘듭니다.

한 쪽만 편식하는 언어 습득 노력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 십상입니다.

 

스피킹, 리스닝, 독해, 문법, 영작은 일심 동체입니다.

총체적으로 보고 같이, 더불어, 함께 익혀야 합니다.

 

그렇다고 1교시는 스피킹,

2교시는 리스팅,

3교시는 독해,

4교시는 문법,

5교시는 영작 순으로

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통합적으로 다루면서 그 다섯가지가 자연스럽게 체득되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잠깐, 아까 '유추'의 이야기로 되돌아갈까요?

 

본인의 스피킹 실력에 대해 평가를 받고 싶다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혹시 학교 선생님이나 지적 수준이 있는 원어민과 대화를 할 때는 한결 소통이 잘되고,

쉽게 말해서..이쪽 말을 상대방이 더 잘 알아들어주는 것 같고,

그러니까 대화가 자연스럽게 왔다갔다 하는데,

 

어디 허름한 관공서나 마켓 같은데 가서 캐쉬어나 직원들하고 이야기하려면

영 이쪽 말을 못알아 들어줘서 답답한 적 없으신지요?

 

그게 증거입니다.

 

스피킹이 정말로 된다면...상대의 지적 수준 등에 관계없이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에 따라 대화 소통에 차이가 느껴지신다면...

스피킹이 본인의 생각보다 잘 안되고 계신 겁니다.

 

바로, 상대방의 유추 능력의 차이가 관계되기 때문이지요.

 

상대방의 유추능력에 관계없이 소통되는 대화의 자연스러움.

그게 바로 영어가 되는 거겠지요!

 

안타까운 것은,

 

본인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도 그렇지만,

또 과대평가하는 것도 발전에 저해될 수 있어요.

 

중고등학교 6년에 대학교,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내가 어떻게 초등학생들이, 혹은 틴에이저들이 읽는 유치한 소설을 읽어?

 

그래서 딱딱한 문법서를 뒤적이게 되고

지루한 회화책을 앞에만 보고 책꽂이에 모셔두는 사태가 발생하는 거지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은 소설류만 하더라도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그 한 페이지에만도 얼마나 좋은 표현, 얼마나 생생한 표현, 영어 공부 자료들이 넘치는지 몰라요.

 

오늘도 자신의 수준에 '딱' 맞는 교재나 책이나 드라마를 고르시다가 하루 해 보내시고,

정작 손에 든 건 없어서 막막하신 분들!.

 

먼저, 정직하게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보세요.

 

한줄이라도 영작을 해보고, 말을 해보고, 어느 정도 영어와 친구가 되어 있는지

판단을 하신 다음에 서점에 나가 보세요.

 

본인을 위해서는 한 번도 가지 않았던 Children 섹션에 가서 환타지, 미스테리, 스릴러, 로멘스, 코믹...

골라보세요.

 

뉴스청취, 드라마 캡션 공부, 타임즈 독해보다 어쩌면 그 쪽이 영어와 친구되는데 훨씬 더 좋은

중매장이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다음 시간에는 저도 재미있게 읽었던, 또 지금도 꺼내서 읽어보는 그런 '교재'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