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셨나요?

이제, 자신만의 영어책을 한 권씩 마련하셨는지요?

비록, 아직 빈 노트에 불과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채울 일만 남았으니 부지런히 가자고요!

 

설마, 공책을 마련해 놓고 고이 고이 보관만 하고 계신 건 아니시죠?

냉장고에다 자석식 화이트 보드나 종이라도 붙여놓고 부엌일하다가

중얼중얼 영어로 모든 행동, 생각을 옮겨보는 중에

막히는 표현, 도저히 모르겠는 표현은 족족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장담하지만...

남이 써놓은 회화책 골백번 외우는 것보다 자신이 막혔던 것 해결해서

습득하는 게 백만배는 효과적입니다. 잊으려고 몸부림쳐도 아마 잘 안 잊혀질 겁니다.

믿어 보십시오.

직접 해보고 효과를 체험하시기 전까지는 아마 믿지 못하겠지만요...험험...

 

지난번에 내드린 숙제는 착실히 올리신 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막힌 표현이 너무 많아서 엄두가 안나 못 올리셨을까요?

이런 걸 한다고 해서 별로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셔서?

이 토종댁은...

숙제로는 안 올리셔도 자기만의 영어책에 부지런히 적어 두셨을 거라

믿습니다. 그리 믿지 않으면 이렇게 컬럼을 써 나가는 여정이 외로울 것 같아서요...^^

자, 뜻을 세우고 토종댁을 믿고 같이 가기로 하신 분이 한 분이어도 좋습니다.

토종댁의 신토불이 영어는 남의 것을 보기만 해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입을, 귀를, 손을 부지런히 놀려서 ‘체득’하는 사람만 열매를 따갈 수 있습니다.

뜻을 세우신 분들...자, 또 나가봅시다요.

 

우선 지난 번 숙제로 내드린 문장을 해결해 볼까요?

 

아침에 눈을 떴다(잠에서 깨어났다. 아침에 일어났다 등).

요거 해결하는 데는 다들 문제없으셨겠죠?

I got up.

I woke up.

I opened my eyes in the morning.

 

늘어지게 기지개부터 한 번 켰다.

이 표현에서 막히신다면 그걸 하나 하나 순서대로 해결해볼까요?

토종댁의 ‘체치기’ 기법을 동원해 봅시다.

자, 체를 들고 ‘늘어지게 기지개부터 한 번 켰다’를 넣고 사정없이

흔들어주세요. 어떤 알곡이 떨어지나요?

 

기지개를 켜다

 

한영사전에서 ‘기지개’를 찾아주세요....

stretch...라고 나오는군요.

그 옆에 자상하게 ‘기지개를 켜다’가 나와 있네요.

 

stretch oneself

take a stretch

 

그럼, 주어 넣고 시제맞춰 문장을 만들어봅시다.

 

I took a stretch.

 

집을 떠받칠 뼈대인 대들보는 이렇게 완성되었네요.

이것만해도 집은 안 무너집니다. 확실한 문장이 되었다는 말이죠.

그럼...이젠 집안에 데코 좀 해볼까요.

데코는 안 해도 되지만 있으면 집 안 ‘분위기’가 살아나죠?

문장에도 이 데코를 주면 마찬가지로 ‘분위기’, 즉 ‘느낌’이

살아나고 더해집니다.

그냥 ‘기지개를 켜다’가 아니라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다’였죠?

바로, ‘늘어지게’라는 맛깔나는 분위기를 살리고 싶다 이겁니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요?

 

자, 여기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영어의 비밀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영어는 우리말의 ‘원초적 본능’입니다.

우리말의 ‘늘어지게’를 한영사전에서 찾아보세요.

 

lazily

leisurely

라고 나올 겁니다.

 

 그럼, 이걸 넣어서 한 번 문장을 만들어 볼까요?

 

                               I stretched myself lazily.

 

어떠세요? 마음에 드시나요?

뭔가 찝찝하다는 기분이 드시죠? 원래 우리가 말하고자 했던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다’의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죠.

아니, 저는 오히려 반대말 같은데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다’는 힘차게 몸을 크게 쭉 뻗는 걸 말하죠. 이제부터 기운찬 아침을 시작하기 위해 온 몸을 당겨, 당겨! 그 느낌 말이죠...아닌가요?

그런데 사전에서 찾은 ‘늘어지게’의 ‘lazily'는 붙볕 더위에 개 혓바닥 축 늘어지는...

그런 느낌이니까요.

 

제가 사랑해마지 않는 시트콤 ‘Friends'에서 무식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Joey가 유식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Ross에게서 조언을 얻어 컴퓨터상으로 ’동의어사전‘의 도움을 받아 같은 의미의 단어를 다양한 표현으로 바꿔 추천서(모니카와 챈들러의 아이 입양을 위해)를 작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서 모든 단어를 동의어 사전을 이용해서 변화시켰더니 마지막 서명을 한 'Joey'라는 이름마저 ’Baby Kangaroo'로 바뀌어 버리죠.

 

사전은 기계입니다. 변화 무쌍하고 복잡 다단한 일상, 감정 표현에 완벽한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사전은 해당 단어 하나만 덜렁 놓고 보니까요.

살아있는 유기체인 우리는 문장 안에서 어우러져 ‘변장한’ 단어의 신원을 파악해야 합니다.

 

‘늘어지게 기지개부터 했다’에서 ‘늘어지게’의 원래 정체는 무엇입니까?

과연 이 단어가 품고 있는 원초적 본능은 무엇입니까?

‘기운없이 축 늘어지게(lazily)’ 했다는 뜻입니까?

아닌 것 같죠?

 

그렇습니다.

여기서 ‘늘어지게’의 원초적 본능은 바로, ‘크다’입니다.

기지개를 무지하게, 대단하게 ‘크게’ 켰다는 뜻입니다.

고수가 되시면 ‘늘어지게’를 체에 넣는 순간, ‘크다’가 아래로 걸러져 나옵니다.

 

그 날을 향해 돌진, 돌진!

 

그럼, 다시 문장을 만들어 볼까요?

 

                      나는 기지개를 (무지하게) 크게 켰다.

                              I took a stretch 크게.

 

앗! ‘크게’는 영어로 어떻게 해야 하남유?

당황하실 것 없습니다.

‘크게’라는 부사를 ‘큰’ 이라는 형용사로 바꾸면 되지요.

 

               I took a 큰 기지개(big stretch).

 

혹시, 영어는 왜 ‘결심하다’라는 단어가 ‘decide'라는 한 단어로 있는데

굳이 ‘make a decision'이라는 것까지 있는지, 그리고 왜 그걸 더 많이

쓰는지 의아했던 적은 없으십니까?

바로, ‘어떤’ 결심인가...하는 형용사를 편하게 넣어주기 위함이지요.

 

                          I made a hard decision.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친절하게도 사진 속의 고양이가 ‘big stretch'의 시범을 보여주고 있네요.

팔부터 다리까지 온 몸을 쭉 뻗는 ‘큰’ 기지개가 바로 ‘big stretch'입니다.

그리고 ‘크다’는..‘작다’보다...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입니다.

‘좋다(good)’와 연관되죠..이상한 쪽의 상상은 마시고요...험험...

 

                        I took a good stretch.

 

오늘 제가 드리려던 말씀은 ‘영어는 우리말의 원초적 본능이다’였습니다.

우리말의 문자 그대로를 영어로 옮기려 해서는 ‘조이’가 ‘아기 캥거루’가 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문장, 표현 속에서 변화무쌍, 휘황찬란, 기기묘묘, 형형색색 변하는 우리말 단어들의 능수능란한 변장술에 현혹되지 마시고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세요.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회에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