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1번 카메라밖에 모르는 바보!

 

 

그동안 잠자고 있던 영어책도 책꽂이에서 꺼내 놓고 자기만의 영어노트도

마련하셨지요? 토종댁은 무조건 그리 믿쑵니다.

 

오늘은 ‘영어, 1번 카메라밖에 모르는 바보!’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혹시 ‘개그콘서트’ 보시나요?

저는 매니아인데요. 특히, ‘분장실의 강선생’을 좋아하지요.

거기 보면 강유미가 안영미에게

‘너는 바보야. 선배밖에 모르는 바보.”

혹은 ‘3번 카메라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하는 대사를 칩니다.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토크쇼 하나 찍어도 고정 카메라를

많게는 열 대씩 돌리나 봅디다. 그러니까 진행자 잡는 카메라, 게스트들 각각 잡는

카메라가 다 따로 있어서 이후 편집작업 때 시간이 대폭 줄어들고 있는 모양입니다.

 

예를 들면, ‘해피 투게더’ 사우나 토크에서 유재석이 웃긴 말하면 신봉선이

배꼽 넘어가는 씬이 있다……그 때, 유재석을 잡고 있던 카메라를 잽싸게 돌려

웃고 있는 신봉선을 포착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래서 아예 신봉선을 향해

2 번 카메라를 고정시켜 두고 그 순간을 포착, 편집 때 끼워넣는 거죠.

 

자, 이젠 영어 이야기에 이걸 적용시켜 보려합니다.

진행자인 유재석을 잡는 카메라를 1번 카메라라고 합시다. ‘1번’은 항상 선두고 중요하니까요. 1번 카메라는 주인공만 잡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화자’……술집에서 젓가락 두들기는 마담이름이 아니고요……^^

‘말하는 사람’요.

그리고 ‘행자’……이것 역시 행주치마 두르고 설거지하던 식모 이름이 아니고요.’

행동하는 사람요.

즉, 말하는 주체, 행동의 주체를 주인공이라고 부르자 이거지요.

 

1번 카메라는 이 화자, 행자만 잡습니다.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당연합니다. 이제 시작이니까요.

 

우리말의 경우를 먼저 볼까요?

우리말로 영화의 한 씬을 찍어봅시다.

 

                   유재석은 지붕 위에서 춤추고 있는 송은이를 보았다.

 

 이 씬을 1번 카메라 들고 찍어봅시다. 여러분이 촬영감독입니다.

이 토종댁은…….혹시, 감독 자리를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

꿈에서라도 ‘감독님’이라는 말 한 번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요……

자, 촬영감독님, 레뒤이~, 악숀!

 

유재석은 (‘유재석’을 잡아주시고요)

지붕 위에서(빨리 지붕위로 카메라 돌리시고요)

춤추고 있는(오잉? 뭘 잡아야 하남유? 카메라들고 마구 헤메다가 겨우~)

송은이(춤추는 ‘행자’인 송은이 발견, 잡아주시고요)

보았다(다시 ‘보고 있는’ 행자인 ‘유재석’을 잡아주시고요)

 

아이고...정신없으시죠?

유재석 비추랴, 지붕 위로 올라갔다가 뭘찍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헤매다가

겨우 송은이 발견하고 반가움도 잠시, 다시 부랴부랴 유재석에게로……

 

자, 이번에는 영어로 같은 씬을 찍어봅시다.

 

Youjaeseok (유재석 잡아주시고요)

saw (계속 유재석을 잡으시면서 ‘무언가를 보는’ 눈 정도 줌인해주시고요)

Songeunyi (송은이 잡아주시고요)

dancing(그대로 송은이가 춤추는 모습 잡아주시고요)

on the roof (그 상태에서 그대로 줌 아웃만 해서 지붕 넣어주시고요)

 

어떻습니까?

영어할 때가 카메라 움직이는 빈도가 훨씬 적습니다. 그렇죠?

혹시 이래서 영화산업이 미국에서 단연 발달한 걸까요? ^^

 

이 ‘1번 카메라’ 기법을 확실히 감잡기 위해 동작이 조금 더 복잡한 씬을

찍어보지요.

 

     나는 공을 잡으려고 차가 달려오는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를

                     붙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나’를 잡아주시고요)

공을(공을 잡아주시고요. 공이 어딨는데? 에고 뜬금없어라)

잡으려고 (행자는 누구? ‘나’ 잡으면 돼남요?)

차가 달려오는 (빨리 달려오는 차 잡아주시고요)

도로로(도로 잡아주시고요)

뛰어드는(행자는 누구? 나? 소년?)

소년을(아, 소년이구나. 허겁지겁 빨리 잡아주시고요)

붙잡으려고(행자는? 나? 소년? 헤매는 가운데……)

달리기 시작했다(당췌 누가 달린다는 거여욧?!!)

 

어떠세요?

우리말은 문장이 조금만 더 길어져도 카메라가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여기갔다, 저기갔다...

바빠지기만 하면 다행이게요? 누구를 찍어야 할지

‘행자’조차 확실치 않다니깐요.

 

                                          우띠, 촬영감독 못해 먹겠네……

 

불평이 나오고도 남습니다.

그 심정……충분히 이해합니다.

이건 뭐……도저히 1번 카메라 하나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2번, 3번....그래서 더 많은 카메라를 동원해야 합니다.

 

자, 이제는 영어로 찍을 차례입니다.

 

         I started to run to catch the boy chasing a ball

             into the street in front of an oncoming car.

 

I   (‘I’ 잡아주시고요)

started to run   (그대로 ‘I’가 뛰는 모습 잡아주시고요)

to catch (역시 그대로 ‘I’가 뭘 catch하려 하는……이를 테면 손을 내민다든가……

               잡아주시고요)

the boy(카메라를 옮겨서 ‘boy’ 잡으시고요)

chasing a ball(아이와 공 연결해서 공 잡아주시고요)

into the street(공하고 도로 연결해서 잡아주시고요)

in front of an concoming car(마침 그 도로 위로 오고 있는 차 잡아주시고요)

 

어떻습니까?

카메라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왔다갔다 하는 적이 없습니다.

 

피사체를 중심으로 카메라의 이동 순서를 다시 한 번 볼까요?

 

먼저 우리말입니다.

 

       나는 공을 잡으려고 차가 달려오는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를 붙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공-차-도로-아이-나

 

다음은 영어입니다.

 

                          I started to run to catch the boy chasing a ball

                           into the street in front of an oncoming car.

 

                                      I-boy-ball-street-car

 

자, 이제부터 이주 신기한 놀이를 해 볼 겁니다.

이름하여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나-공-차-도로-아이-나

 

이 단어들과 이미지가 흐르는 순서대로

상상력을 동원해서 스토리를 만들어 봅시다.

뭐,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만드시면 됩니다.

저는 이리 했네요.

 

나는 공을 차다가 차에 부딪혔는데 도로에 아이가 서 있어서 나는...?

(꽤 상상력 풍부한 저도 잘 안 되네요)

 

I-boy-ball-street-car

 

나는...아이가 공을 차고 있다가 도로로 들어갔는데 차가 오고 있었다.

 

오호!!

영어는 단어만 보고도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얼추 원래하고 비슷한 스토리가 생기는데요...

(제가 어거지로 끼워맞춰서 그런 걸까요? 못 믿겠으면 직접 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 이유는 무얼까요?

 

우리말은 주어와 술어(행자와 동사)가 ‘따로’ 놀기 때문입니다.

거리가 아주 멉니다. 주어 일단 뱉고 목적어 실컷 나열한 다음에 맨

마지막에 술어를 갖다 놓습니다.

그러니 주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찍어야는데 맨 마지막에 나오니

장면을 찍을 수가 있나요? 이건 완전 불가능이지요.

 

하지만 영어는 주어와 술어가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닙니다.

(물론, 수식어가 사이에 들어가면 어쩌다 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 또한 회화체에서는 잘 쓰지 않고 문어체에서 쓰지요).

 

행자와 행자가 한 행동이 한 셋트로 다닌다 이겁니다.

그러니 1번 카메라 하나로 행자와 행동을 같이 담을 수 있다, 이거죠.

그 행자의 행동이 끝난 다음에는 또 목적어가 되는 대상으로 옮겨서

착착 찍어가면 됩니다.

 

오늘 내용이 좀 어려웠을까요?

 

그러면 다시 한 번 곰곰이 따져보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영어의 ‘본질’에 대해 너무나도 중요하고도 중요한 이야기를 했거든요.

다음 시간에는 카메라에 흑백 필터를 끼우는 법(과거시제)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특히 실기가 중요하니 실기 숙제 나갑니다.

다음 대본을 보고 직접 1번 카메라 들고 찍어보시기 바랍니다.

 

<엄마는 뒤뜰에 앉아 아버지가 던지는 공을 잡으려 폴짝거리는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말로 같이 찍어 보지요.

 

    엄마-뒤뜰-엄마 앉아요-아버지-공 던져요-강아지 폴짝-엄마 바라봐요

 

영어로 찍어보십시요. 제가 감독이니 제가 드리는 순서대로 한 번

잡아보십시요.

 

        뒤뜰-엄마 앉아요-바라봐요-강아지 폴짝-공-아버지 던져요

 

자, 찍으신 커트의 순서대로 영어를 만들어보세요.

단, 기존대로 영작하시던 건 잊으시고요.

여러분이 촬영감독이다...생각하고 영상을 찍으면서

문법에 맞춰 단어를 갖다 넣는 겁니다.

어순요?

에잉...아직도 눈치를 못 채셨다니...섭섭합네다...

 

어순은 바로 촬영감독인 여러분이 찍으시는 씬 순서 그대로입니다.

 

영어는 조사, 어미가 없고 어순만 있으니 90%는 다 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다 안 된 나머지 10%는?

 

시제

동사 활용(수식어가 될 때 동사 형태를 바꾸라는 말이죠.

to 부정사, 현재분사, 과거분사로 말입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딥따 쉽게, 자세히 앞으로 계속 이야기할 테니

모르셔도 너무 좌절 마시고요)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