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들고 잘 찍어보셨나요?

어떠세요?

영어로 된 대본 들고 찍기가 훨씬 수월하죠?

우리말 대본은 영 왔다갔다 정신없고...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신다면, 토종댁이 낸 숙제를 안 하신 겁니다.

몸에 배지 않으면 숙달이 안 됩니다.

꼭 따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이 씬 찍으면서 보니 문제가 생겼네요.

뒤뜰에 전치사 ‘at'를 쓸 것이냐

‘in'을 쓸 것이냐.

 

이 문제만 해결하면 사고 없이 씬을 마칠 수 있겠는데요.

자, 우리 한 번 같이 찍어 볼까요?

촬영팀을 꾸려봅시다.

 

총감독: 자자, 장소로 이동합시다

촬영감독: 어디죠?

총감독: 뒤뜰요.

 

올바를 전치사를 쓰기 위해 우리의 촬영감독님

사전을 뒤져봅니다.

 

-‘in'은 넓은 장소에

-'at'은 좁은 장소에

 

이 설명은 개괄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부딪히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는 무리가 있습니다.

증거를 볼까요?

 

                                            We finally arrived at JFK.

 

JFK는 공항인데요. 그 정도면 넓은 장소 아닌가요? 그런데 왜 ‘at'을 쓰지요?

 

                                            Let's meet at Disney Land.

 

디즈니랜드도 그 정도면 충분히 넓은 장소고요.

‘나라’ 정도 되어야 ‘in'을 쓸 자격이 되는 건가?

그럼, 이건 어쩔 건데요?

 

                                              I saw her dancing in the bar.

 

‘bar'는 디즈니랜드하고 공항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작거든요.

그거보다 더 큰 ‘bar'있으면 좀 갈켜 주시고요.

그러니까 ‘in'은 넓은 장소 어쩌고, ’at'은 좁은 장소 어쩌고 하는

개괄적인 설명은 이제 그만!

 

빨리빨리 전치사 갖다 붙여야하는데 머릿속으로 장소의 크기를 줄자로

가늠하며 큰가, 작은가...하고 있을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컷을 찍는 감독의 의지입니다.

 

이것과 연관해서 김혜은님이 좋은 설명을 올려주셨더군요.

 

in-방이나 회의실 등 어느 정도 공간감이 있는 장소

at-건물, 집 등의 특정한 장소를 콕 집어 이야기 할 때

 

'in'의 설명에서 ‘공간감’이라는 말이 나오지요.

토종댁은 여기에다 ‘시간감’이라는 말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그 설명은 쫌 있다 하지요.

 

'at'에는 ‘콕 집어’라는 콕콕 다가오는 설명이 나오지요?

어떤 장소의 한 점을 콕 집어 거기다 인물을 배치시키는 게 ‘at'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머리 긁적이고 계실 분들을 위해서~

엄마도 뒤뜰의 한 부분으로 뒤뜰에 ‘들어가’ 강아지 노는 모습을 본다면

‘in'입니다.

그런데 엄마를 하필 뒤뜰에서도 제일 뒤편에 놓고 싶다면요.

뒤뜰도 앞 쪽, 뒤 쪽이 있죠?

엄마가 뒤뜰 뒤쪽이라는 ‘콕 집은’ 장소에 포진시키고 싶다면....

‘at the back of the yard’입니다.

 

그러니까 뒤뜰 안(in the back yard)에 있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콕 집은 뒤편(at the back of the yard).

아직도 헛갈리신다면...

 

'at'는 ‘in'보다 자유롭습니다.

콕 집었다 해서 거기만 있어야 할 것 같지만...

back yard에 콕 집을 점이 얼마나 많습니까?

앞 쪽, 뒤 쪽, 오른 쪽, 왼 쪽, 거라지 있는 쪽., 잔디 팍 죽은 쪽...

이건 뭐 정신없이 돌아다닙니다.

 

‘in'은 어떤가요? 역시 정신없이 돌아다니긴 하지만

우야든동 그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 장소를 죽어도 ‘벗어나오면’ 안 됩니다.

그 장소에서 나오는 순간 ‘in'은 권한 상실입니다.

하지만 ‘at'은 그렇지 않습니다.

장소를 벗어난 언저리, 바깥에서도 마구 점찍고 돌아다닙니다.

단, 그 장소와 ‘연관’만 있으면 됩니다.

 

이전에 ‘러브 스토리 인 하바드’라는 드라마가 있었죠?

김태희, 김래원이 주연으로 나온...

그 드라마의 작가도 영어의 전치사 때문에 우리처럼 애먹은 분이었나 봅니다.

 

러브 스토리 in 하바드

 

그럼, 김태희와 김래원은 하바드 건물을 벗어나면

사랑 안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하바드 대학 건물 안에서만 사랑한다...

그러니까 그 드라마는 하바드 대학 밖에서는 그 어떤 씬도 찍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 ‘in Havard'라면서요?

 

자, 눈치채셨죠?

하바드 캠퍼스를 벗어나 온 데 다 돌아다니며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그래서...

‘at Havard'여야 맞습니다.

 

박물관에서 모든 전시물들이 살아나는 'Night at The Museum'이라는

영화가 있었죠?

 

그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주로 박물관 안에 있습니다.

나오고 싶어도 못 나왔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in'이 아니라 'at'인 이유는?

설마 아직도 '박물관은 좁은 공간이니까'하시는 분 없겠지요???^^

 

박물관 안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박물관과 연관된 사건이라는 것에 중점을 둔 거죠.

굳이 '박물관 안'으로 묶어버리지 않으려는 의도죠.

 

Night in The Museum이라면 '박물관 안에서의 밤'이라는

어감입니다. 이것보다는 '박물관에서의 밤'이 더 일반적이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건물 안 밖을 굳이 나누지 않을 때

'at'를 쓰는 겁니다.

 

                                     학교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말만 보면 'in'가 'at'의 구분이 모호합니다.

그냥 '~에서'로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치사 선택이 어려운 건데요.

 

간단히 생각하세요.

 

저기다 '안'이라는 말을 넣으면 더 어울릴까요?

학교 캠퍼스 안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네요. 더 와닿네요.

 

그럼, 'in the school'을 쓰면 되는 겁니다. 굳이 '안'을 언급하고 싶다면 말이죠.

 

‘at'은 ’in'하고 ‘~에서’라는 의미를 공유하고 있어서 헛갈리는 거지만...

사실, 이 둘은 많이 다릅니다.

 

at는 말씀드린 대로 ‘in'처럼 어디 갇히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어

그저 그 장소에 ‘연관’이 있으면 됩니다.

 

                                        Let's meet at Disney Land.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 ‘알았어. 끊어.’하고 그냥 끓어서는 안 됩니다.

친구 못 찾습니다.

이건 디즈니랜드 안일 수도 있고, 그 앞일 수도 있거든요.

도대체 그 광활한 디즈니랜드에서 ‘콕 집은 점’ 중 어디?

이런 질문이 당연히 나와야죠.

그러면 매표소 앞, 풍차 놀이 앞, 미키마우스 코 밑에서...등등이 나오는 거죠.

 

                                           We finally arrived at JFK.

 

하면 ‘we'가 공항 문 앞에 있는지, 그 안에 들어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옆 집 사는 아줌마가 놀러오셨네요.

“얘, 너네 엄마 어딨니?”

“뒤 뜰에 계실걸요?”

이럴 때, 답은 뭘까요?

 

                                                in the back yard

                                                at the back yard

 

둘 다 맞습니다.

하지만 ‘in'을 쓸 경우는 아까부터 엄마가 그 안에서 엄마가 가드닝을 한다거나 확실히 알고 있는 경우고요.

‘at'은 좀 전에 뒤쪽으로 갔는데 뒤뜰과 ’연관된‘ 어딘가에 있을 거란 말이죠.

이렇게 ‘at’는 그 장소와 연관된 아무 곳이나 ‘콕 집어’ 말하는 것이라 무수한 점을

찍을 수 있고요. 안이든 밖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냥 ‘연관’만 있으면 됩니다.

 

'at'는 콕 집어(무수한 점이 가능한)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적으로는 ‘순간적’입니다.

콕 집는데...시간이 오래 걸리지않죠?

'in' 은 그 장소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보니 시간적으로 어느 정도 ‘지속성’이

느껴집니다.

 

                                         나는 주로 밤에 공부해.

 

여기서 ‘밤’이라는 시간적 대상도 ‘공간’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Usually, I study at night.

                                        Usually, I study in the night.

 

둘 다 맞습니다.

하지만 굳이 ‘오래’라는 부사를 안 붙여도 ‘in'을 쓴 쪽이 ’오래‘라는

이미지를 더해 줍니다.

 

영어로 ‘밤에’는 ‘at night'이라고 흔히들 쓰는데요.

'in the evening'은 익숙해도 ‘in the night'는 좀 어색하죠?

하지만 요즘 현대 영어는 ‘in the night'이라고도 많이 씁니다.

전기가 없어서 밤에 잠만 자던 옛날에는 눈감았다 뜨면 바로 아침이라

밤이 느낌상 짧았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아침(in the morning)', 오후(in the afternoon), 저녁(in the evening)'과

달리 밤만 ‘at night'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제는 밤에도 일할 수 있으니 ‘시간감’이 생겨 'in'이 가능해진 겁니다.

 

다음 문장 보세요.

 

                                    My baby wakes up five times at night.

                                    My baby wakes up five times in the night.

 

이것 역시 둘 다 맞아요.

하지만 아래 문장의 경우...‘in'의 시간감이 느껴집니다.

‘at'의 찰나적인 느낌보다는 ’in'을 써서 길고 긴 밤을 보내는

고된 엄마 마음이 조금은 더 살아나죠.

 

찰나적인 'at', 지속적인 'in'은 '감정' 표현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I was suprised at the news about Susan.

She was shocked at the terrible scene.

 

이걸...'be suprised at', 'be shocked at'이라는 '숙어'로만 인식하고

중뿔나게 외우려고만 하셨다면 까묵는 건 둘째 문제고

확대, 응용이 안되는 제자리 걸음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suprised/shocked

 

이런 감정들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 순간에 놀라고 충격받고...

24시간 놀란 상태로 있는 사람은 없죠. 일단 놀랐다가 또 다른 감정들로

바뀌는 거지요. 그런데 꽤 지속감이 있는 감정들이 있어요.

슬픔, 고통, 실망...

 

                            I was shocked at the news abut Susan.

                                     I was lost in deep sorrow.

 

어떠세요?

일단 'at'으로 순간 놀랐다가 'in'으로 푸욱 젖어드는....

 

영어란 참 경제적이죠?

그깐 전치사 하나로 많을 걸 담을 수 있군요...

(그래서 산업혁명이 그리 일찍 일어났나?)

 

자, 그럼 이제 문제의 씬을 찍으러 갑시다.

 

촬영감독: 감독님, 주인공은 누군가요?

감독님: 엄마입니다.

촬영감독: 엄마를 뒤뜰에 ‘at'시킬까요, ’in' 시킬까요?

감독님: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보세요.

촬영감독: 강아지가 공 받으려고 폴짝거리는 걸 한동안 지켜보는 거니까...

                 시간 감각이 포함돼면 좋겠죠?

감독님: 그렇죠. 그리고 엄마를 뒤뜰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키세요.

              이제부터 당분간 뒤뜰은 ‘그들만의 세상’이 되는 겁니다.

              자자, 카메라 들어갑니다. 레뒤~ 악숀!

 

자, 과연 촬영감독님은 엄마를 ‘at' 시켰을까요, ’in'시켰을까요?

 

*사진 속의 저 귀여운 아기는 'in the box'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