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영어를 배워야 한다'라는 말의 모순
그동안 ‘1번 카메라’를 들고 분주히 영어 씬을 찍어보셨나요?
안 해 보셨다고요? 어허…. 그렇다면 다음 내용이 이해가 안 가실텐데요…
어쩌나…
토종댁의 신토불이 영어는 ‘실전 응용’이 동반되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왜냐…영어는 언어요, 언어는 ‘적용’이거든요.
머리속에 ‘이론’으로만 영어를 저장하고 있기에…’적용’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10년, 20년 해도 영어가 제자리인 거거든요.
다소 잔인한 말 같지만…이게 현실입니다.
혹자는 ‘아이들처럼’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 계통의 학습서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고요.
아이들처럼 영어를 배운다…
쉽게 말해서 이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원어민들이
하는 대로 따라해야 한다’라고 정리해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문법 무용론’을 들고 나오기도 하고…
성문 영어의 타파를 부르짖기도 하고…
그러나 토종댁은 이리 생각합니다.
‘아이들처럼’ 영어를 배워야 한다…
그리되면 너무나 행복하겠으나 그리된다는 건 100% 불가능!
맞습니다.
‘아이들처럼’ 영어를 배울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금쯤
백악관에 투어 갔다가 운좋게 오바마를 만나 품위있는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한국인 대표로 마이클 잭슨 추도 행사에서
그가 한국 문화에 미친 영향과 기여에 대해 전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도 남을 추도사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아이들은 영어를 빨리 배웁니다.
영어 뿐이겠습니까? 우간다어, 이디오피아어, 방글라데시어….
어디다 데려다놓아도 한 두 달이면 아이들은 원어민에게 기본적인 인사말을 건네고
앉아 있습니다. 부모들은 그 옆에서 입 꾹 다물고 눈웃음만 날려주고
계시고요.
아이들이 왜 언어를 빨리 습득할까요?
다 아시겠지만…뇌구조가 다릅니다. 12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제2, 제3의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놀랍죠? 정식 명칭도 있는데 잊었습니다, 그려…
아무튼 그게 13세를 기하여 퇴화를 시작해서 1,2년 이내 완전 소멸된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 기능을 잃은 지가 이미…20년입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겁니다.
아이들의 언어 습득은 기본적으로는 '흡수'입니다.
아이는 ‘엄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엄마’를 3,000번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뭐, 언어학자가 한 소리니 그냥 믿읍시다.
그런데 3,000번을 듣기만 한 아기라면 아마 아빠보고도 엄마라 하고
동네 이장님 댁이 어딘지 물으러 집에 들른 길 가던 사람도 ‘엄마’라 할 겁니다.
뭔 말이냐굽쇼?
제대로 '언어'를 하려면 소리를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용’도 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적용'이란 말은 '응용'이란 말과 다릅니다.
응용은 적용이 숱하게 이루어져 완벽한 단계에 도달했을 때 쓰는 말이죠.
어려워서 모르시겠다고요?
풀어서 말씀드리죠.
아이가 소리도 듣고, ‘엄마’라는 단어가 적용되는 상황을 주도 면밀히 분석 관찰한 결과…
‘움마’…하고 옴짤거려 보았더니 온 집안 식구들이 만세를 부르며 환호합니다.
아기가 ‘엄마’라고 말했다면서 말이죠.
아기는 신이 납니다. 반응이 예사롭지 않으니까요.
제대로 한 것도 아니구만…
그래서 이번에는 ‘음마’라고도 해 봅니다.
‘엄마’에 맞춰가는 적용의 단계를 밟는 거죠.
그랬더니 또 난리납니다.
아기는 나름대로…’움마’도 맞고, ‘음마’도 맞구나…하다가
듣는 소리를 정확하게 발성화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엄마’로 정착합니다.
아무도 ‘그래, 네가 ‘움마라고도 하고 음마라고도 했지만 사실은 ‘엄마’가 정확하단다.”하고 결론 내려 주는 사람 없습니다.
아기 혼자 나름대로 ‘엄마’의 정확한 발음과 용도를 찾아내서 결론내린 겁니다.
밥주고 닦아주고 안아주고 내가 아프면 밤새 곁을 지켜주는 저 여인이
‘엄마’구나…하고 말이죠.
그러니까 뭡니까?
언어의 습득이란…
무수한 도전과 실수가 과정이 되어 ‘정착’되는 겁니다---적용!
그 무수한 도전과 실수 없이 언어는 결코 완성될 수 없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엄마’, ‘엄마’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 용도에 100% 맞게 정확하게 정밀하게 확실하게 ‘엄마’하지는
못한다는 말입니다.
벽보고 ‘으마’해보기도 하고, 놀다가 ‘움마’해 보기도 하고…
미국에 처음 온 한국 아이들이 며칠 새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하는 모습을
보면 가관입니다. 시제도 엉망, 품사도 엉망…
그러다 금새 고치죠. 선생님이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교정해 주었나요?
아닙니다. 스스로 자가 교정을 한 겁니다.
여기서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처럼’ 영어를 배울 수 없는 이유!
아무도 우리에게 그 상황에 꼭 맞게 3,000번씩 단어와 문장을
실행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아셨습니까?
그런데 3,000번은 고사하고 하루에 원어민과 몇 마디도 말을 섞을 일이 없다면…
영어가 안 될 가능성은…
100 프롭니다!!
뭐, 오늘 토종댁이 약 올리려고 컬럼을 쓰고 있냐…
결코 아닙니다.
아이처럼 영어를 배운다…는 것의 오해를 짚고
어른들에게 맞는 방법을 찾자는 게 제 의도지요.
결론을 말씀드리죠.
아이와 다른 뇌 구조를 가진 어른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흡수’하지만
어른들은 묻고 따져서 확실히 궁금증을 풀어 ‘이해’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해’에서만 그치면 안 됩니다.
반드시 ‘적용’이 필요합니다.
아이와 어른의 언어 습득 과정을 간단히 공식으로 정리해보죠.
아이의 경우: (3,000번의 소리 및 상황을) 흡수+실전 적용
어른의 경우: (3,000번씩 소리와 상황을 접할 수 없으므로
묻고 따져서) 이해+실전적용
우리는 영어의 바다에 빠져있기는 하나-미국에 사니까요-
영어에 노출되어 있기는 하나…
영어를 쓸 일이 선택적으로만 있는-문제가 생겼을 때, 물건 리턴하러 갈 때,
갈등이 생겨 언쟁을 해야 할 때, 권리 주장을 해야 할 때, 아이 학교에 갔을 때 등등-환경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영어를 쓰지는 않고(이해는 했으나 적용을 안해서) 영어를 쓸 일이 생길 때만 영어가 안 된다고 가슴치며 답답해 합니다.
답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평소에 영어를 쓰면 됩니다.
어떻게요?
미국 친구도 없고…
물론, 미국 친구를 사귀고, 동네 아짐을 사귀고, 자원 봉사를 다니고,
취직해서 일을 하고 등등 좋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쉬운 방법은 자기 자신을 이용하는 겁니다.
어떻게요?
물론, 책 읽고, 일기 쓰고, 혼자 말하고, 텔레비전 보고, 라디오 듣고,
오디오 북 듣고…뭐든 좋습니다.
거기다 ‘1번 카메라’ 들고 영어 씬 찍으며 다니기…
(토종댁 영어를 여기서부터 읽기 시작하신 분들 중 진짜
캠코더를 들고 길거리로 뛰어나가 엄한 사람들 초상권을 마구 마구
침해하며 실제 촬영에 나서는 일이 없으시기를)
하필, 토종댁이 추천한 이 ‘1번 카메라 활영’을 들이미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어만큼 이 카메라 기법이 잘 통하는 언어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왜??
1. 영어에는 주어가 일일이 붙어 다닌다.
우리 말에는 일단 ‘주어’를 언급했으면 같은 문장 뿐 아니라
다음 문장에서도 ‘다 알고 있으니까’하고 일일이 다시 주어를
밝히지 않지요.
(남자 친구 두 사람이 ‘미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중)
“이제 혼자 몸이 되었으니 한 번 가서 사귀자고 해 보면 될 거라
생각되는데?”
지금, 위 문장에서 우리말로는 주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죠? 행위의 주체인 사람이 하나도 안 나오잖아요?
그러니 씬을 찍어야 하는 카메라 감독은 당황할 수밖에요…
‘행주(행위의 주체)’가 대체 누구야?
그러나 영어는 어떻죠?
너무나도 친절하게…모든 주어가 다 살아나옵니다.
못 믿으시겠다고요? 보실래요?
I think she(Miza) is single now, you could ask her out.
어떠세요?
카메라 감독님은 그저 I/she/you를 찾아 행위와 연결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씬을 찍기가 우리말보다 훨씬 쉽죠?
2. 행위자와 행위가 붙어 다닌다.
지난 번에도 확인시켜 드렸지만 우리말로 찍을 때는 카메라를
정신 없이 돌려대야 했잖아요?
행자와 행위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말이죠. 수식어가 막막 가운데 들어가니까요.
그런데 영어는 주어, 동사의 사이가 가까워서-대부분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
카메라 워킹 라인이 아주 단순합니다.
앞으로 다시 확인시켜 드릴 테니 안심하십시요.
* 곧 다양한 촬영 기법(시제, 접속사 등의 활용)을 위한 ‘1번 카메라에 필터 끼우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