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컬럼에서 영어할 때 영잘인과 영못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비교해 드리겠다고 했지요?
약속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아마 이 문장이었을 겁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우리는 모두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정도 말은 사는 동안 여러번 하게 될 겁니다.
안 그런가요? 특별히 어려운 말도 아니고, 특별히 현학적인 말도 아닙니다.
다분히 일상적인 말입니다.
자, 그런데 이게 여러분 눈에는 '문어체'로 보이나요, 아니면 '구어체'로 보이나요?
쉽게 말해서...말하는 문장인 것 같은지, 글로 쓴 문장인 것 같은지 여쭈어 보는 겁니다.
언뜻 봐도, '문어체' 맞죠?
잘 모르겠다고요?
이 문장을 그대로 남편분께 해 보십시요.
아마 남편분이 "뭐해? 책 읽어?" 할 겁니다.
남편에게 말할 때는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면 대학에 가는 게 말도 못하게
중요하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잖아?"라고 하겠지요?
뭘 말하기 위해서 '문어체', '구어체'를 들먹였을까요?
영잘인과 영못인의 머리속을 비교해 준다더니...
좀 전에 제가 우리말로 쓴 '문어체', '구어체'를 영어로 옮긴다면
과연 여러분은 '문어체', '구어체'의 느낌을 다 살려가며
영어로 옮기나요?
........(생각해 보시라고 드리는 시간)
아니지요?
자, 여기서 제가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답이 나옵니다.
물론, 영어에도 문어체, 구어체가 엄연히 존재하니
미국인이라면 그거 다 따져가며 말하고, 쓸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그런가요?
논문을 쓰거나 연설문을 쓰시는 분이야 그 차이를 확연히 구별해서 쓰겠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주부라면 '문어체', '구어체' 구분이 필요없습니다.
즉, 말하는 느낌 그대로 옮기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우리말로는 '문어체'라는 걸 알기에
영못인의 머리속에서는 '문어체'에 대한 압박감이 밀려옵니다.
이미 영잘인은 그 구속을 깨고 자유로운 발상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문어체에 대해 압박받는 영못인은 가급적 어려운 단어를 떠올리려고 기를 씁니다.
경제, 성공, 진학, 중요, 알다
economy, success...그나마 이건 압니다.(아는데도 더 멋진 거 없나 두리번)
진학??(몰라, 사전 찾아야지)
알다...그냥 'know'하면 되는데 역시 문어체의 족쇄를 못 풀고,
'know'같은 시시한 거 말고 'aware'같은 좀 더 있어 보이는 단어를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주저합니다.
물론, 그 동안 영못인의 말을 들으려 기다리고 섰는 눈 앞의 미국인은
지루해지기 시작하고요. 왜? 영못인은 아직 입도 못 뗐으니까요.
<우리는 모두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 영못인이 이 문장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정말 참혹한 전투가 일어나는 현장입니다.
온통 아수라장, 뒤범벅, 아비규환...그 자체니까요.
일단 대주어와 대서술어를 가져와야죠.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We...모두?
everybody? everyone? all? all the one?
알고 있다...
현재 진행형? are knowing? 아, 성문 기본영어에서 'know'는 현재 진행형이
안된다고 했지?(문법 하나는 빠삭하므로)...그럼, 그냥 'know'? 아니면 또 다른 게 있나?
있겠지. 내가 영어 못하니까 모르는 거쥐...우이쒸...
그 다음 말이 뭐였더라?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하기 위해'는 자신있쥐...'to 부정사'의 '부사적 용법'(정말 문법하나는 빠삭합니다)...
to success...아니지...success의 동사형이 와야니깐...succeed...to succeed
경제적으로...는 워떻게 해결하쥐?
economic을 부사형으로...economically....맞다, 맞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진학? 대학에 진학하는 게 뭐지? 대학에 가는 건 아는데...going to college...the colloge인가?
정관사가 붙나, 안 붙나? 아니, college가 아니라 university던가? 둘다 대학인뎅...
에라 그냥 going to the college...로 할래. 정관사가 있는 게 안전하쥐.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
I can not add more....(더할 수 없이) important....사실을? fact?
뭐 이렇게 대충 단어는 바꿨는데...바꿨는데...
옴마나 어떻게 연결한담?
아까 주어 어디갔어? 서술어 어디갔어?
참참...We everyone know...였지....
그 뒤에 이을려면...옴마나...난리났네...뭐부터 와야하남??
그러고 있는 사이, 앞에 있던 미국인은 이미 가고 없네요....ㅠㅠ
그럼, 이제 영잘인의 머리속을 들여다볼까요?
<우리는 모두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누가? We all
있다, 하다(be/do 중에서 결정)
알다. 흠...do 동사. 사실을 아는 거니까 'know'로 충분해.
We all know...(뭘 알어?) the fact 또는 접속사 that...다시 절이 시작되니까 주어, 서술어 다시 필요하지..어떤 사실이지?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중요 메시지를 앞으로, 부가적인 혹은 추가적인 건 뒤로...going to college(주어) is(서술어) very important...이제는 부가적인 정보...to 부정사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to succeed economically)...영어는 '명사'형을 더 좋아하니까...깔끔하고 간단해서...for economic success로...
그래서 그대로 붙이면...
We all know
that going to college is very important(or essential)
for economic success.
자, 정리해 볼까요?
1. 영잘인은 정확한 단어를 꿰고 있습니다.
college/university
고로, 영못인은 사실 'college'와 'university'라는 초등 수준 단어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겁니다.
결코 어려운 단어가 아닙니다.
정확한 단어...그게 중요한 겁니다.
2. 영잘인은 정관사/부정관사의 용법을 제대로 압니다.
영못인은 문법책을 수십번 들이팠지만 아직 그 용법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3. 영잘인은 '~하기 위해'라고 해서 'to 부정사'의 부사적 용법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고의 자유를 누립니다.
영못인은 오로지 'to 부정사'밖에는 생각 못합니다. 사고가 식민지 시대를 겪고 있습니다.
'왜냐하면'...이 나오면 for, since, as 등이 있어도 'because'밖에 못쓰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4. 영잘인은 영어의 순서(사실, 이게 사고의 순서이기도 함)대로 생각합니다.
누가? 있다?(be) 하다?(do) 어떤 상태로? 혹은 무엇을? 어떻게? 왜? 무엇을 위해?
이게 영어의 순서이자 자연스러운 사고의 순서입니다.
누가 하는데 뭘 어떻게 왜 무엇을 위해 어디에서 언제....
뭐, 이런 식으로 자연스레 사고가 진행되니까요.
영못인은 무조건 우리말 순서대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뒤죽박죽.
우리는 누구나 영잘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영잘인인 사람도 많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컬럼을 볼 필요도 없겠지요.
영잘인이 되려면 노력해야 합니다.
제발 부탁이니 노력은 않고 방법만 찾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언어란...
써보지 않고 마법같은 방법으로 한 순간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써 보십시요.
단, '옳은' 방법'으로 말이지요.
노력이 우선이고,
방법은 둘째입니다.
둘째라도 중요하긴 하니 토종댁은 그 '옳은'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단은 위에서 말한 문제들은 풀어야 할테니까요.
그 문제들을 풀 수 있는 건 역시 노력이긴 하고요.
적어도 그 노력에 시원한 냉수라도 한 사발 떠다 드릴 수 있는
토종댁이 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