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잘원 원칙 4-우리말의 그물망을 풀어라

 

이런 문장을 영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지요.

 

<이 이야기는 내 직장 동료가 겪은 일입니다.>

 

이 말을 영어로 옮기기 위해서 대부분 먼저 해당되는 단어부터 짝짓기에 들어갑니다.

 

이 이야기-this story

내 직장 동료-my coworker

겪다-experience

일- story (여기서는 '노동'을 뜻하는 'work'가 물론 아니지만 정말 많은 경우,

              글자만 보고 '일'이라 하면 'work'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자, 나름대로 단어를 짝짓기 했다면 이제는 문법에 맞춰 연결을 시켜가겠죠?

 

이 이야기는/ 내 직장 동료가/겪은/일입니다

This story is/my coworker/ experience/work

 

다시 써볼까요?

 

This story is my coworker experience work.

 

영어의 기초인 분이라도 이게 영어로 문장이 안 된다는 '느낌'을 팍팍 받으실 겁니다.

 

그래서 머리만 벅벅~~~

 

자, 이 때 중급이신 분이 등장해서 고쳐주십니다.

 

"영어는 꾸미는 말이 꾸밈받는 말 뒤에 오니까 'work'가 먼저 와야죠."

 

그래서 이렇게 다시 나열합니다.

 

This story is work my coworker experience.

 

그래놓고 중급자인 본인도 이상합니다...이상하다는 감이 팍팍 옵니다.

그래서 또 머리만 벅벅~~~

 

자, 문제가 무엇일까요?

 

왜 이렇게 쉬워보이는 문장도 제대로 영어로 표현이 안 되는 걸까요?

 

뭐 단어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요...완벽하게 아는 건 아니라 해도

89,90%는 분명 압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의사 전달 가능해야 하고요.

 

그런데 도대체 왜 안될까요?

 

자, 그 답을 알려드리지요.

 

우리 말은 토씨가 발달되어 있다 보니 앞 뒤 말이 대단히 유기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그물망처럼 말이지요.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쉽게 설명해 드리지요.

 

우리 말은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가 멀~어서 중간에 수식어가 줄줄이, 한정없이

늘어지고 얽힙니다.

 

위 문장을 바로 예로 들지요.

 

이 이야기는....(2년전에 우리 회사에 같이 입사해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내 동료가

(어제 회식하고 늦게 집에 가다가 우연히 길에서 친구를 만나) 겪은 일입니다.

 

자, (      )의 얼키고 설킨 그물망들이 보이십니까?

영어는 이 그물망의 얼키고 설킨 실코를 죄 풀어서 죽 펼쳐놓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훨씬 덜 복잡합니다.

그 증거를 보실까요?

 

위 문장에서 그물망의 얼키고 설킨 우리말의 실코를 풀면...

즉 중간에 들어간 수식어를 뒤로 보내고 대주어, 대서술어부터

갖고 와서 나눠주면

이런 두 개의 문장으로 단순화됩니다.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다.

내 동료가 겪었다.

 

그렇죠?

이걸 영어로 표현해 보실까요?

 

This is a story.

My coworker experienced.

 

어떠세요?

아직, 문장을 하나로 연결하지는 않았지만 그물코를 풀지 않았던

먼저번의 경우보다 뭔가 훨씬 맥이 잡힌 것 같지 않나요?

 

이걸 연결해 보지요.

 

This is a story my coworker experienced.

 

정말이지 이 정도만 해도 처음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런데 문장과 문장이 만나면 그 사이에 '다리'가 되는 '접속사'를 넣어줘야 한다는 건

아실 겁니다. 바로, 'that'이죠.

 

여기서 'that'은 겁먹지 말아 주십시요.

 

그저, '근데 그건'이란 뜻의 연결어. '다리'일 뿐입니다.

 

This is a story.....(근데 그것은)....my coworker experienced.

 

이러면 99%는 완성된 겁니다.

 

마지막 1%는 어떻게 완성이 될까요?

아무래도 'experience'가 마음에 걸립니다.

 

'겪다'라고 해서 '경험하다'라는 'experience'밖에 안 떠올라 쓰긴 했지만

'story'를 'experience'한다는 게 어딘가 이상하다는 건 아실 겁니다.

그래서 계속 화장실 갔다 안 닦은 듯 찝~찝했던 거죠.

 

그럼, '겪다'는 'experience' 아니고는 도저히 모르겠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그렇다면 'experience'를 포기하면 됩니다.

 

'겪다'를 포기하는 거죠. 내버리는 거죠. 왜요? 그거 아니어도 표현할 수 있는 길은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길은 정말 많으니까요.

 

이것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내 동료에게 일어났다.

 

'겪다'를 버리고 이걸로 바꿔버리면 어떨까요?

이제는 혹시...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요.

 

This is a story that happened to my cowo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