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씨님들이 좋은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는 아마도 없으실 겁니다.

집집마다 사연이야 각양각색 이겠지만, 서로에게 기대에 못 미치는 배우자들이 (쌍방이건 일방이건) 이혼에까지 치닫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혼을 할 때 가장 징한 싸움의 전쟁터가 되는 이슈가 양육권/양육비 인데요. 양육권 싸움에서 미씨님들이 꼭 염두에 두셔야 할 문제는, 나쁜 남편 = 나쁜 아빠라는 편견을 버리셔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번에도 언급 했지만, 아무리 가정에 소홀했어도, 바람을 피웠어도, 무능하고 게을러도, 이런 데리고 살기에는 거시기한 인간적인 측면들이 자동으로 판사의 눈에 나쁜 아빠의 조건들로 보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판사/법원이 양육권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또 그를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를 꼭 염두에 두셔야 나쁜 남편의 허물을 드러내는 데에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지난번보다 좀 더 자세히 양육권에 관한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양육권 관련 첫 글에 올려 드렸듯 양육권은 법적 양육권 (legal custody)과 거처상의 양육권 (physical custody),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양육권 결정에 근거가 되는 법적 원칙은 "best interest of child," 즉,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결정을 내려주는 겁니다.  아이에게 무엇이 가장 이로운 arrangement일까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Unless detrimental to health, safety, and welfare of the child, continued contact with BOTH parents is presumed to be in 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가 원칙이 됩니다. 아이에게 건강이나 안전상의 해가 되지 않는 한, 양쪽 부모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이로운 arrangement라는 거지요.

법적인 양육권이란 아이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예: 중요한 수술을 한다던가 아이의 종교에 관한 결정권 등)  아이가 아빠와 떨어져 산다고 해서 연락도 하지 않은채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아이가 큰 수술을 한다던가 하면 아빠의 법적 양육권을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부모가 의견의 차이가 극심해서 어떤 이슈에서도 합의점을 못 찾는 사람들이라면, 아이의 "best interest"를 위해 한 부모에게 sole legal custody를 주는 경우도 있게 되는 겁니다. (예로, 아이가 지속적인 병원 출입을 필요로 하는데, 방문권을 가지고 있는 아빠가 매번 동의를 안 하고 시간을 끈다던지 하고, 아이가 아빠와 함께 있는 경우에는 아이가 병원에 가야해도 병원을 안 데리고 간다던가, 엄마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던가 해서, 양쪽 부모가 법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이의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경우라면 primary caretaker인 엄마가 아빠의 동의 없이도 모든 법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법원에서는 엄마에게 sole legal AND physical custody를 주게 됩니다).    

거처상의 양육권을 고려할 때 역시 아이의 best interest가 중심 원칙이 되는데요. 일전에도 올려 드렸듯 이혼이라는 크나큰 일을 겪으며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가장 최소화 해주는 것이 아이의 best interest라는 추론에 따라 법적 별거일 이전의, 또 별거 이후 양육권 최종 결정일 까지의 parenting schedule을 최대한 유지시켜 주도록 하게 됩니다. 정확한 parenting schedule을 합의서로 제출하지 않은 경우, default로는 primary caretaker이 80%, non-custodial parent가 20%의 거처상의 양육권을 나눠 가지게 되고요.

양육권 문제는 이혼이 finalize된다고 끝이나는 게 아니지요.  양육비를 어떻게든 안 주려고 아이를 건사할 시간적 여유도 없으면서 아이를 데려다가 아무나한테 맡기는 사람들도 있고, 어린 아이가 보는 앞에서 포르노를 본다든지 하는 여러가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될 수 있습니다.  이혼 이후에 양육권상의 변경을 요청하려면 무엇이 법원에서 이런 요청을 받아들일 근거가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양육비를 지불 안 하는 거, 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는 거, 신체적 장애, 성적/종교적 취향등은 양육권 결정, 또는 변경시 고려되는 사항들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사항들이 얼마든지 부모들 사이에서 불화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양육비를 안 주는 거야 각종 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나중에라도 받아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데려가서는 상습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조부모 등) 매일 마가린밥이나 먹이거나 하는 문제는 저런 넘과 왜 이혼을 해야 했는지를 상기시켜주는, 속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법이라는 것이 개인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이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을 주는 문제가 아니라면 왠만한 건 법원에서 개입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반면 법원에서 고려하는 사항들은 아이의 건강과 안전에 해를 끼치는 일들, 즉 아이에게 adequate medical care을 제공하지 않는 것, 아이가 영양결핍이 되도록 먹는 것을 챙겨주지 않는 것, 아이를 폭행하는 것, 상습적으로 어린 아이 앞에서 포르노를 보는 것, 마약을 하는 것, 어린 아이를 데리고 rated R 영화를 보러 가는 것 등이 있습니다.       

위의 문제들을 법원에 가져갈 경우, 케이스에 따라 법원에서는 한 쪽 부모에게 sole legal & physical custody를 주는 경우도 있고 legal custody는 joint로 놓고 문제의 부모에게는 monitored/supervised visitation만 허락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Monitored visitation은 폭력적인 부모 (접근금지 명령 내려있는 부모 등)나 sex offender등에게 주로 내려집니다.  

이혼 이후 아이들을 교환함에 있어서 끊임없이 문제가 있을 경우 (아빠가 연락도 없이 나타난다던가 나타나서 엄마를 위협한다던가 등의 문제들) 아이들을 동네의 경찰서에서 교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역시 법원에 요청하셔서 court order에 포함시키실 수 있습니다. 어디어디서 언제언제 만나서 아이들을 주고 받도록 자세히 명시해 놓으시는 것이 앞으로 십수년간 있을 많은 골치거리들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이 되실 수 있습니다. 애아빠가 Court order에 명시된 시간이 아닌 때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떼를 쓴다던가 폭력을 행사한다던가 하면 경찰을 부르시면 되니까요 (court order violation이므로 경찰이 재깍 출동해 줍니다).  

쓰다보니 엄청 길어 졌네요. 다음번엔 판결문 상으로는 엄마가 physical custody를 가졌다가, 이혼 이후 아빠가 sole legal & physical custody를 가져가게 된 케이스에 관해 글을 올려 드리겠습니다 (어떤 경우에 법원에서 이런 극적인 판결을 내리게 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서요). 그럼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