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가볍게 한 말씀 올릴까 합니다 (결혼기간 중 쓴 각서에 대해 칼럼 올리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당.. ㅠ.ㅠ)

속풀이에 가면 이혼,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참 많이 올라 옵니다.

더 이상은 하루도 남편과 같이 못 살겠다고 하시면서, 이혼 해야 하겠냐고 물으십니다.. =.=

때리는 놈, 욕하는 놈, 바람피우는 놈, 남자노릇 못 하는 놈, 집에서 노는 놈 (전업주부 말고.. 그냥 노는.. =.=), 도박으로 전재산 날리고도 정신 못 차리는 놈... 별의 별 놈들이 다 있습니다.

이혼을 원하는 여자분도 전업주부라 애/애들 데리고 독립해서 살 자신이 없는 분부터 놀고먹는 남편 먹여 살리는 전문직 여성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댓글들을 보면 대충 답이 나와 있습니다.

남자가 경제력이 있고 여자분이 전업주부인 경우, 도박, 바람, 폭행을 일삼는 게 아니라면 아이들을 위해 참고 살라고 합니다. 남자가 찌질하거나 별볼일 없는데 여자분이 능력이 있는 분이라면, 거기다가 아이도 없다면, 단번에 이혼 하라는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립니다.

이런 걸 보면, 미국의 배심원 제도가 참 그럴싸한 제도라는 걸 느낍니다. (쌩뚱맞죠?)  예전에 판사로 오래 계셨던 법대 교수님이 배심원 재판에 다녀왔던 경험을 얘기하시면서 그러시더라구요. 배심원들이 말입니다. 12명의 별 잡종들이 다 모인 이상한 그룹인데, 본인 빼고는 법쪽으로 배경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둘러모여 앉아서 법적 판결을 내리는데, 의논하는 과정에서 다들 reasoning이 말도 안 되는 걸 들이대더라는 거지요. 법적인 근거가 별로 없는 facts들을 근거로 결정을 내리려고 하더래요. 정신이 하나도 없이 서로 떠드는데, 너무 신기한 건, reasoning이 어떻게 됐건, 왜 그런 결정을 내리고 싶건, 12명이 하나같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미씨들도 자라온 배경도 다 틀리고, 집안도 성향도 성격도 직업도 틀리지만, 어떤 문제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사람들의 직감?이랄까요? Intuitive하게 다가오는 옳고 그름이 다 고만고만한 거 같습니다.

법적으로 풀어 보자면, 남편이 경제력이 있는 경우, 결혼기간이 길어질수록 여자에게 손해날 일은 별로 없지요.  물론 어차피 이혼을 하려면 하루라도 젊을 때 하는 게 좋을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이미 유아기를 지나서 엄마, 아빠가 누군지 알때가 됐다면, 어정쩡하게 아이가 상처받을 나이에 이혼을 하시는 것보다 좀 더 아이가 커서 말이 통할 나이가 됐을 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이혼을 위해 감정적으로 준비를 할 시간도 벌게 되시는 거구요. 마이나스 가계가 아니라면 결혼기간이 길어질 수록 이혼할 시에 나눌 재산의 크기도 커지는 거구요. 결혼기간이 길어질수록 배우자 부양비 (spousal support)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거구요 (10년 넘게 된 부부가 이혼할 경우, 배우자가 죽거나 재혼할 때까지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 쉽습니다. bright line rule은 아니지만. 배우자 부양비에 관한 칼럼을 읽어 보시기 바라고요).

개인적으로, 하루도 더 같이 못 살겠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이혼할 자신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은 아직 살만 하신 거 같습니다. 준비가 덜 되신 거 같아요. 경제적인 문제로 이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때일수록 더 자기 개발에 힘쓰시고 만약을 위해 경제적 독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대의 경우, 여자분이 경제력이 있고 남자가 싹수가 노란 경우엔, 결혼기간이 길어질수록 여자에게 손해날 일만 많지요. 꾹 참고 끝까지 데리고 살아 준다고 느무나 감사하며 loyal하게 있을 남자들도 아니고요. =.= 자세한 내용은 "무능 + 게으름은 죄악이다"라는 칼럼에 올려 드렸습니다.

남편이 전업주부였던 경우, 양육권 결정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셔야 합니다. 아차하면 남자가 아이의 primary phycial custody를 가져가는데요.. 아무리 결혼기간 중에 아빠가 아이를 더 봐왔다고 해도 이혼한 후에도 계속 집에서 집안일만 할 수는 없을테고 (남자가요. 아무리 여자쪽에서 양육비와 배우자 부양비를 보조 받는다고 해도) 본인도 일을 구해야 할테고, 재혼도 할테고... 그러다 보면 눈깜짝할 사이에 아이는 뒷전으로 밀리고.. 조부모, 탁아소 등만 전전하게 되고... (그런데 아빠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를 본다고 해서 - "양육권 조정 신청"에 관한 칼럼에 올렸는데요 - 아이를 다시 데려오겠다고 하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참 안타까운 케이스 많이 봤거든요.. 안 그런 아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배 아파서 나온 아이가 아니기 때문인지.. 아님 남자라는 거 자체가 한없이 이기적인 동물이어서 그런건지.. 아이보다 자기가 먼저인 아빠들이 대다수라.. =.=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시지요. 이혼은 해서 후회이거나 못 해서 후회인 거 같습니다. '모 아니면 도'가 딱 이혼인 거 같습니다. 모가 나올지 도가 나올지는 전적으로 윷가락 던지는 본인에 달려 있고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