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제대로 일도 할줄 모르면서 돈을 챙겨가는 변호사들이 많다보니 변호사들이 집단적으루다가 욕을 먹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게다가 이젠 실력은 둘째치고 돈을 많이 안 받는 "정직한" 내지는 "양심있는" 변호사를 찾으시네요. 누차 말씀 드리지만,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 관건이어야 하지, 싼 변호사를 찾는 게 관건이어서는 안 되는데 말이죠.

두 개 예를 올려보죠.

제가 최근에 알게 된 미씨 한 분은 아이 셋을 데리고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아주 많이 남은) 이혼을 진행 중이신데요. 다행히 별거 초기에 제 칼럼을 알게 되셔서 공부도 좀 하셨고 좋은 변호사도 만나셔서 일 진행은 잘 하고 계십니다. 이 분은 13년간 전업주부 하셨고 나눌 재산도 십여만불 밖에 안 됐지만 시간당 350불 하는 그 지역에서 가장 비싸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실력있는 변호사를 찾아 가셔서 케이스 진행 하셨습니다. 일년여 기간동안 변호사 비용으로 삼만불이 넘게 들어갔지만 (받으실 돈의 근 30%) 일전도 아깝지 않다고 하십니다. 그 변호사님을 못 만났더라면 얼마를 받아냈을지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고, 무엇보다 엑스 남편에게 호통 쳐주시는 가장 든든한 자기편이 생겨서 만족한다고요. 이제 세 아이 데리고 본인 미래도 준비하시며 알바도 뛰시고 열심히 사십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자다가도 웃는다고 하시네요, 이혼을 너무 잘 해서.

다른 한 분은 아주 최근에 제 칼럼을 휘젓고 다니신 분이신데요.

27년간 전업주부 하셨고 한국에 친정에서 사준 본인명의의 부동산도 있습니다. 아이는 다 커서 내년이면 대학 가구요. 현금으로 모아둔 돈만 백만불이 넘습니다. 집에 에퀴티가 20만불이 넘구요. 근데 시간당 250불 하는 변호사에게 가서 상담 받으시면서 은행에 들어있는 현금 얘길 하자 변호사가 처음 얘기한 것보다 변호사 비용이 많이 들꺼라고 (시간당 rate을 올리는 게 아니라, 시간이 더 들어간단 뜻) 하니 도둑놈이라 하십니다. 본인이 가질 돈이 50, 55만불 "밖에" 안 되는데, 거기에 변호사가 숟가락을 얹으려고 달려든다고요.

자, 후자의 경우에 대해 제가 예를 들어 이해를 돕도록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형법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가 걸려 옵니다. 남편이 음주운전으로 잡혀 들어가 있다고 빼내달라고 하지요. 변호사는, 특별하지 않은 음주운전은 건당 1000불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경찰서에 가서 보니 음주운전이 다가 아닌게죠.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죽인 겁니다. 자, 이 상황에서, 이 변호사가 변호사비를 천불보다 더 받으면 도둑놈인 겁니까? =.=

왜 돈을 적게 받으면 정직한 것이고 더 받으면 도둑놈인 겁니까? 외려 남들보다 싸게 받는 변호사가 의심스러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500불의 써비스를 요구하며 돈은 100불만 받으라고 하는 겁니까?

제가 15살때 난소에 물혹이 생겨 큰 수술을 했습니다. 배를 반으로 가르는 수술이었는데, 한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수술을 해주신 의사선생님, 그 한시간 남짓으로 7000불 받으셨습니다 (인플래이션 생각하면 요즘 돈은 만불이 훨씬 넘는 가격이죠). 그 수술로 저희집이 완전 휘청 했는데요. 제가 그 상황에서, "내가 이 수술 하나로 불로장생할 것도 아닌데, 이런 도둑놈의색희 같으니, 이런 간단한 수술을 칠천이나 받아 쳐먹어?!!!"라고 했어야 하는 겁니까? 왜 의사쌤한테는 찍소리 못하면서 뻑하면 변호사 비용 갖고 걸고 넘어 집니까?

비싼 변호사 찾아가서 비싸다고 툴툴대시는 분들.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본인은 똑같이 40시간 일하고 10만불 벌 수 있는데 굳이 5만불 벌고 싶겠습니까? 변호사인들 일 좀 덜하고 가족과 더 시간 보내고 싶지 않겠어요? 맡은 일을 제대로 못 하는 것들을 욕하십시오. 왜 정당하게 일하고 돈 버는 사람들을 계속 걸고 넘어지는 겁니까?

정말 양심있고 실력있는 분들을 본인이 못 찾는다고, 그런 사람들이 없다고 하는 것도 어패가 있습니다. 제 주위에는 여러분 계신데요. 비싸다고 욕 들어먹는 분도 계시고, 실력 꽝인 것들보다 싸게 돈을 받아도 욕 먹는 분도 계시고. 욕 안 먹는 변호사는 없는 듯. 자꾸 그렇게 변호사들 욕하시니 실력있고 양심있는 변호사들이 개인과 상대 안 하는 분야로 빠지는 겁니다. Class action같이 한 방에 수백만불 벌 수 있는 케이스나 맡으려 하지, 더런 꼴 다 보고 욕만 얻어먹는 가정법 따윈 안 하려 하는 겁니다. 그럼 그 피해는 누가 입습니까? 그래놓고 가정법, 이민법 하는 변호사들은 다 실력없다 또 욕들 하시죠.

큰 돈 벌 수 있는 litigation에 발을 담글 수 없어 가정법, 이민법 들어온 변호사들도 많지만, 아무리 억울하게 도매급으로 욕 들어먹어도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의 손을 거쳐가는 클라이언트 개개인의 삶이 보다 나아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땅 파먹고 살아야 합니까? 그래야 양심있다 하실 껍니까? 당장 수중에 10불도 없어 길거리에 내앉아야 하는 분이라면, 시간당 250불을 내놓으라는 변호사가 야박해 보일 수 있다 생각 합니다. 하지만, 본인명의 부동산에, 공동명의 부동산에, 현금 백만에, 이런 분들까지 시간당 250불이 도둑놈이라고 하시면 전 정말 화가 납니다. 이런 분들이 변호사비를 안 내면 누가 냅니까?

저 아는 양심적이고 실력있는 이민법 하는 변호사님이 계십니다. 어제 말씀 나누는데, 작년에 2만불 적자 내셨다고 하시더군요. 일은 박터지게 하시는데 pro bono (무료봉사) 케이스가 너무 많아 돈 되는 케이스를 많이 못 하셨다고요. 물론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이런 분이 매년 적자 내시면서 얼마나 더 오래 사무실 운영이 가능하실지 걱정이 되더군요. 그럼 자기 사무실 닫고, 흔히들 말하는 "돈만 밝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변호사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 생계 유지를 위해 하는 수 없이, 위에서 시키는대로 일 하게 되는 겁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푸드 스탬프로 식료품 사고 메디캘로 병원 다니면서 벤츠 끌고 다니시는 분들 있습니다. 엘에이에서 많이 봤네요. 그런데 정작 사회봉사 빡씨게 하고 사무실 쳐박혀 밤새 일하는 변호사는 현대 쏘나타 타면서도 적자인 거지요. 이런 걸 원하시는 건가요? 그래서, 자기 권리 찾아주자고 백방 뛰어다닌 변호사는 파산시키고, 본인은 55만불 다 먹으면 만족 하시겠습니까?

저는 아직까지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돈을 받을 일이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밖에 안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