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휴를 맞이해 아이를 데리고 인근의 놀이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볕이 아주 따가워서 등판이 벌겋게 익었습죠.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있는 동안 저는 간식거리를 사려고 줄을 서 있었는데요. 이놈의 촌구석은 하다못해 놀이공원 간식파는 가게 줄까지 느리게 움직이더군요. 앞에 몇 명 있지도 않았는데 탄산음료 하나, 물 하나 사는데 반시간 걸렸습죠. =.=

제가 반시간 동안 땡볕에 서서 땀을 줄줄 흘리고 서 있는데, 바로 옆 줄에 저보다 어두운 피부색의 엄마가 네살 채 못돼 보이는 남자아이를 안고 줄을 서 있더군요. 습도도 온도도 격하게 높아서 옆에 인간의 온기만 느껴져도 불쾌할 마당에, 졸음이 와서 정신이 없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그 아이를 꼬옥 안고 반시간을 버티는 엄마를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음식을 받고 하느라 아이를 잠시 내려 놓으니, 아이는 엄마의 다리에 기대서 서서 자고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 하데요. 저 아이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엄마가 자기를 지탱해 줄 꺼란 무의식중의 믿음으로 저렇게 서서도 잘 수 있지 않나 싶어서요.

그리고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제 딸이 세살 반 됐을 때,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나갔었는데요. 학교 다닐 때라 (제가) 땡빚을 얻어 나간 거라, 뽕을 뽑아야겠단 일념으로 참 격하게 열심히 돌아 다녔습죠. 아침 여덟시면 이미 집을 나와 이것저것 구경하고 점심 약속에 저녁 약속에, 집으로 돌아가면 늘 자정이 넘었습니다. 그렇게 강행군을 계속하다 급기야 서울랜드에 가서도 폐장 시간까지 강행군을 했습지요. 너무너무 재미는 있으나 숏다리로 발빠른 엄마를 따라 다니기가 버거웠던 아이가 업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너 놀러 와서 엄마를 왜 고생 시키냐. 힘들면 집에 가자고 하니 아니라고 아니라고 더 놀고 간다고 다시 쌩쌩하게 걸어 다녔죠. 열시가 넘은 시간이었을 껍니다. 마지막 순서로 전자쇼 인가요, 그걸 보는데, 키가 작아서 잘 안 보이는 딸을 제가 업어 줬습니다. 그랬더니 쑈구 자시구, 오분도 안 돼서 잠이 들더군요. 서울랜드 가보신 분들은 기억하실까 모르겠습니다만, 전자쇼 보여주는 데에서 차 타는 데까지 무쟈게 멉니다... 엄청 오래 낑낑대며 걸어가서 아이를 차에 싣는데, 아이는 거의 기절한 상태로 자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니 참.. 무식한 애미 만나 네가 고생이다 싶어 울컥 하더군요. ㅠ.ㅠ

다소 무대포에 까칠하고 무서운 엄마이지만, 엄마 팔이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그 등에 엎힌 아이를 떨어뜨리지 않을 꺼란 거, 아이가 압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괴력을 발산하며 이제껏 내 품에서 기절한듯 잠든 아이, 늘 끌어안고 왔습니다. 그거 아이가 다 압니다.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늘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겪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 아이가 다 압니다. 굳이 엄마가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희생하는데"라고 생색내지 않아도, 아이는 다 압니다.

쉽지 않은 길을 가고 계시는 싱글맘들.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다 느끼고 있습니다. 꼭 끌어안은 손 놓지 마시고, 끝까지 힘 내세요. 머지않아 '아.. 맞아. 나도 힘들 때가 있었지'하고 회상하실 날이 꼭 올 껍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