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남의 아이 때문에 속상한 일이 종종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네 살 때, 두눈 뻔히 뜨고 코앞에서, 제 아이가 한 뼘 더 큰 다른 아이에게 주먹으로 강타 당하는 걸 목격하고 완전 눈 뒤집혔던 경험을 한 사람이라서요. 민사상의 책임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식 부모의 관념으로는, 아이의 잘못에 대한 손해배상을 응당 부모가 해야하는 거지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렇지가 않답니다.

가장 보편적인 룰은, 아이의 민사상의 책임은 부모가 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민사상의 책임은 그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만 물을 수가 있습니다 (아래 열거할 예외 사항들를 제외하면). 아이들이 누구 손주들처럼 어린 나이에도 본인 명의로 부동산을 몇 개 가지고 있는 게 아닌 이상, 피해 입은 사람만 억울하게 되기 십상이죠 (피해 보상을 받을 수가 없으니).

다만, 아이가 부모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던가 (애들이 싸우고 있는데 한 쪽 부모가 자기 애에게 다른 아이를 더 패주라고 지시하는 등 =.=) 하면 vicarious liability라고 하여, 책임의 전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원래 자기 아이가 폭력적인 성향이 짙은 아이라면, 함께 노는 친구나 부모에게 그런 성향에 대한 warning/notice를 줘야 할 의무는 있습니다. 경고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상해를 입히면, 변상할 의무가 부모에게 넘어 옵니다. 또한, 부모 자신의 negligence를 인해 아이가 사고를 낸 거라면 (아이에게 장난으로 술을 먹였는데 아이가 술기운에 사고를 쳤다던가, 부산한 아이를 데리고 상점에 들어가 아이를 방치해 놨다던가 등), 이 또한 아이의 민사상의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됩니다.

위의 경우들을 제외한 나머지의 경우엔 아이가 무슨 짓을 저지르건 왠만해선 부모에게 책임이 전가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에 따라서는 특정 법조항을 만들어 아이의 잘못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적정 선까지 부모가 하도록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만, 그런 법적 제도가 구비되지 않은 주에서는 위의 경우들을 제외하면 부모는 아무런 책임이 없게 됩니다) 따라서 내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아이와 장난 하다가 그 아이의 과실로 팔이 부러진다 해도 그의 부모에게 법적으로 배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얘기지요. 물론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 쪽에서 알아서 배상을 해주면 쌩유 입니다만..

따라서, 제목처럼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하는데요.

우선, 엄마 눈 앞에서 아이들이 싸우고 있다. 근데 내 아이 잘못이 없고 다른 아이가 내 아이를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다, 이런 경우는 말입니다. 무조건 그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셔서 저지 하시구요. 고함으로 저지가 안 된다면, 그 아이를 밀쳐 내시던 때려 주시던 해도 됩니다!

고함 치는 거: 저는 제 아이의 목을 달려와서 주먹으로 강타하는 아이에게 (그 전에 투닥투닥 때리는 거 두 번이나 제가 하지 말라고 얘길 해놓은 상황이었고, 때린 아이의 엄마가 저보다 애들에게서 훨씬 가까이 있었던 상황이었죠) 때리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이유로, 그 애미에게 "왜 남의 귀한 자식에게 소릴 지르냐!"는 소리만 듣고, 맞은 아이는 꺼이꺼이 서럽게 우는데 사과 한 마디 안 하고 쌩~~~ 지 새끼 데리고 가버리는 퐝당한 씨츄에이션을 당했던 사람인데요 (자긴 죽어도 지 새끼가 제 아이 때리는 걸 못 봤답니다. 아무리 지 새끼가 때렸다 해도 애미에게 미리 얘길 해야 했다나요.. 알고보니 그 아이는, 유치원에서도 이미 여러곳에서 퇴학을 맞은 아이... 다른 아이들을 하도 때려서... 그래도 죽어도 못 봤답니다. 지 새끼가 저희 애 때리는 거.. =.=). 자, 이만~하면 그 애미에게 천만번 얘기한들 자식 교육 제대로 시킬 상황 아닙니다. 그럼, 내 눈 앞에서 내 아이라도 지켜야 합니다. 고함치는 거, 민사건 형사건 저촉될 이유 한개도 없습니다. 내 아이가 위험에 쳐해 있다면, 그 부모에게 알리고 자시고, 고함이라도 치셔서 상황을 막아야 합니다.

남의 아이 밀쳐내기: 정당방위라는 게 있습니다. 남이 나를 이유없이 해한다면, 나도 나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는 거죠. 이 정당방위가 제 삼자에게도 적용이 됩니다. 첫째, 방어가 필요한 사람이 본인을 방어할 권리가 있고 (아이가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 둘째, 그 사람이 본인의 권리행사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고 (덩치로 밀리던 싸움을 못 하던), 셋째, 나와 당하는 사람과 특별한 관계가 있고 (내 새끼!!!!!!!!!!!).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 된다면, 내 아이 대신 내가 싸움에 뛰어 들어도 되는 겁니다. 어차피 폭력 행사하고 있는 아이가 내 아이에게 상해를 입혀도 그 보상도 못 받기 십상인데, 두 눈 벌겋게 뜨고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는 걸 보고있을 이유가 없다 이 말이죠. 단, 정당방위에도 끕이 있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하듯, 정당방위가 성공적인 디펜스로 쓰이려면, 방어의 정도가 합리적이었어야 합니다. 다섯살짜리 아이가 주먹질을 하는데, 나는 사시미칼을 들고 휘두를 수는 없는 거라는 말씀 (=.=+). "Reasonable force"를 써서 정당방위를 하셔야 합니다. 그 녀석을 적절히 밀쳐 내신다던가 날아오는 주먹을 휘어채셔서 저지하시는 등의 행동은, 나중에 그 애 엄마가 고소를 하네 뭐하네 난리 부르스를 춰도 전혀 걱정하실 것 없는, 합당한 "정당방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정 아는 것이 힘입니다. 엄마들, 힘내시고,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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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린아이가 아주 악질적으로 우리 아이에게 큰 해를 끼쳤을 경우, 형사입건을 시키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실 수 있을 꺼예요. 하지만 형사입건이 되려면 "criminal intent"가 입증이 돼야 하는데요. 보통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이 범죄자의 마인드가 성립이 안 된다고 법으로 정해 놓은 곳이 많아요. 몇 살부터 criminal intent가 적용이 되는지는 주마다 다른데, 캘리포니아의 경우 7살 이전에는 어떤 악질스런 짓을 하던 criminal intent가 성립되지 않는 나이라고 법으로 규정되어 있구요. 7살에서 14살 사이의 아이들은, 죄질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들이나 할 위험한 일을 하다가 사고를 쳤을 경우 (엄마 차를 몰고 나갔다가 사고로 사람을 쳤다던가, 총을 가지고 장난 하다가 실수로 친구를 쐈다던가 등의) criminal intent가 성립이 되지요. 따라서 그냥 보통 아이들의 싸움 등에서 내 아이가 크게 다친다 하더라도 (레슬링을 한답시고 여러 아이가 내 아이를 깔아 뭉개서 크게 다치는 등) 형사 입건은 쉽지 않아요. 민사로 가서 피해 보상을 받는 수 밖에는 없다는 말씀 이지요. 근데 위에 알려드렸듯 왠만해선 피해보상 받는 것도 쉽지 않으니, 막을 수 있다면, 내 아이에게 불운의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온 몸 던져 막는 게 장땡이라는 말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