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느정도 별거하면 자동으로 이혼 되는 줄로 오해하는 분들이 꽤 계시네요.

미국 전체를 통털어서 이혼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얼마간 별거 했다고 이혼이 자동으로 되는 주는 없습니다. 이혼을 그래 만만하게 보지 마소!

캘리포니아의 경우 이혼 서류를 접수시키고 나서 상대방에게 serve를 한 후, 이 serve한 날짜부터 6개월이 지나야 이혼 판결문을 받을 수가 있는데요. 이 6개월간의 waiting period를 두고 그냥 6개월 떨어져 살면 이혼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6개월의 시간적 텀을 두는 건, 사랑과 전쟁이라는 한국 재연 드라마에서 판사 할아버지가 말씀 하시듯 서로 조정 기간을 가지라는 의미도 있고, 하도 사람들이 왔다리 갔다리 하니까 6개월 안에 변심할 수도 있으니 판결문 내주는 걸 보류하는 의미도 있고요 (안 그럼 같은 사람들끼리 이혼-재혼을 수차례 할 수 있고, 그럼 그만큼 법원은 쓸데없는 인적, 물적 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거니까요).

가정법 변호사 비용은 보편적으로 시간당으로 계산이 된다고 말씀 드렸었죠. 변호사를 산다고 해서 다 법정에서 싸움을 하게 된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나눌 게 만불밖에 없는 커플이 5:5냐 4:6이냐를 두고 싸우느라 변호사 비용을 각자 만불씩 들일 이유는 없다는 거죠. 다 본인 형편과 사정에 맞춰 나아갈 길을 정하셔야 하는데요. 남자가 사업을 하거나 해서 재산을 많이 숨겨놓고 부인은 재산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던가, 남자가 돈을 어디로 빼돌린 거 같은데 부인은 그런 걸 알아보거나 할 능력이 전혀 안 되신다던가, 남자가 아주 악질이고 아이에게 폭력적인데 아이 양육권을 갖겠다고 눈을 뒤집어까고 덤비고 있다던가, 뭐 이런 상황이 아니시라면, 쌍방이 가장 합리적이고 만족할 수 있는 협의점을 끌어내는 것이 유능한 변호사의 할 일입니다. 법원에 가서 싸우는 게 아니구요.

어차피 법원에 가서 싸울 것도 아니고 그냥 합의만 할 꺼라면 변호사가 뭐가 필요하냐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 이미 유능한 변호사를 끼고 이혼 과정을 거쳐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실력이 있는 변호사를 내 편에 두고 말고가 내 bargaining power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모릅니다. 안 그래도 내가 상대방보다 어리버리 모르는 게 많은데, 내 변호사마저 상대방 변호사보다 밀리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내게 아무리 불리한 제시를 해온대도 내 권리를 똑부러지게 보호해줄 실력이 안 된다면, 말마따나 있으나마나한 변호인 이겠지요. 하지만 내 쪽에 똑부러지는 변호사가 뒷밤침 해주고 있으면, 상대방이 아무리 찌질한 또라이라도, 몇 번만 내 변호사와 만나보면 정신 차립니다. 얼토당토 않은 소린 안 하게 되지요. 원래 악질, 찌질들의 특성이, 약한자 앞에서는 큰소리 뻥뻥 치면서 지들보다 강한사람 만나면 바로 엎어집니다. =.= 에라~~~~~~~이!

또한, 내 쪽에도 실력있는 변호사, 상대방도 실력있는 변호사라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있는 변호사들은 어떤 게 싸울 가치가 있는 이슈인지, 어떤 게 쉽게 넘겨도 되는 이슈인지, 변호사들끼리도 소통이 수월하게 되고 (말도 마세요. 어떤 변호사들은 정말.. 클라이언트보다 아는 게 없는 것들도 있다니까요.. 말 막히면 화부터 내고, 우기기 작렬..) 전체적으로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절차를 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실력있고 잘 나가는 변호사라고 해서 무조건 싸워서 이기려 들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통계에 따르면 법원 밖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판사가 판결을 내려줘야 하는 이혼일 경우 (소송을 통해 재산분할과 써포트, 양육권 등의 문제를 싸울 경우), 평균 변호사 비용이 한 쪽에 2만불이 든다고 합니다. 한 사람에 2만불. 쌍으로 4만불이죠. 그게 평균이라고 하니. 많이 쓰려면 Sky is the limit입니다. 그런데 우스운 건, 이렇게 끝까지 이 악 물고 싸운다고 해서, 별다른 판결이 나오느냐, 그게 또 아니라는 거죠. 결국 서로 뻘짓하다 돈만 날릴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요구 조건을 주장하는 엑스들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법정에서 대적해야 할 상대들이 있죠. 하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합의점을 끌어낼 수 있는 상대들이 더 많습니다.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계시려면 상대를 알고, 나를 알고, 법을 알고, 이렇게 세 가지는 확실하게 아셔야 합니다. 내가 나를 도와야 변호사도 나를 더 잘 도와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 전투적인 삶의 자세. 늘 우리를 무장해야 할 생활의 요소들이라고 생각 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