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가정법을 정리해 올려드리기로 하고 너무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다리신 분들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1. 거주 요건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텍사스에서도 residency requirement를 충족 시켜야만 이혼 수속을 밟으실 수 있습니다. 기간은 이혼서류 접수일 전 6개월 이상(텍사스주 거주)과 90일 이상(서류 접수시키는 카운티 내 거주) 입니다. 어떤 주에서는 거주 기간을 막론하고 혼인신고만 그 주에서 했다면 이혼도 그 주에서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처럼 혼인신고를 어디에서 했건간에 거주 요건을 충족 시키셔야 이혼 수속을 밟으실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2. 이혼 사유

ㄱ. No Fault: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텍사스도 유책사유를 묻지 않는 no fault divorce가 있습니다. 다만, no fault divorce만 있는 캘리포니아와는 달리, 유책사유를 근거로 하는 이혼도 있습니다. 텍사스 주에서 유책사유로 쓰이는 근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ㄴ. Fault-based:

1) Cruelty (학대)

2) Adultery (간통)

3) Conviction of a felony (중범죄의 유죄 판결)

4) Abandonment (유기)

5) Confinement in a mental hospital (정신병원에 감금)

6) Living apart without cohabitation for at least 3 years (3년 이상 별거)

대다수의 이혼이 no fault divorce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한 쪽에서 no fault divorce를 원할 시, defense로 쓰일 수 있는 단 한가지는 "화해의 여지" 입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법률상의 이론일 뿐이지, 이제껏 화해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이혼을 막거나 (상대방의 의지가 확고할 경우) 이혼 판결문을 엎은 경우는 단 한번도 없다네요.

3. 유책사유가 이혼시 끼치는 영향

누차 말씀 드렸듯 캘리포니아에서 이혼을 할 시엔 누가 바람을 피웠나, 누가 가정을 파탄냈나를 전혀 따지질 않습니다. 재산 분할에 있어서도 영향이 없고요. 유책사유를 따지지 않고 진행하는 이혼이 훨씬 간단하고 깔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텍사스에서 유책사유를 사용해 이혼을 하는 경우는, 재산분할과 양육권 문제에서 유리한 입지를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와 같이 community property state입니다. 어디서 결혼을 했건, 어디서 재산을 증식했건, 텍사스에서 이혼을 할 시엔, 텍사스의 법에 따라, 결혼기간 중 모인 재산은 공동재산으로 분류합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하죠. 이게 이혼할 땐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어디에서 이혼을 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결정되니까요) 다만, 이혼시 공동재산은 반땡하는 걸 기본 원리로 하는 캘리포니아와는 달리, 텍사스는 "just and right division"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게 참 웃긴것이, 결혼기간 중엔 공동의 재산이었어도 갈라설 땐 똑같이 나눠갖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럴 바에야 그냥 동부의 많은 주들처럼 equitable distribution을 하지, 왜 양쪽에 어정쩡하게 발을 담그고 혼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습니다. =.=

뭐가 just and right인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판사의 재량에 따라 오만가지 정황을 봐서 판결을 내려 준답니다. 여기서 어정쩡하게 껴들어 오는 논리가 "무책 이혼에서의 유책사유의 영향" 입니다. 좀 복잡한 개념인데.. 쉽게 풀어 보도록 용 써 보겠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학대한 가정의 이혼입니다. 아내에겐 두 가지 옵션이 생깁니다. 하나는 무책이혼으로 가면서 재산분할시 학대로 인한 손해배상을 남편에게 청구함으로써 좀 더 많은 재산을 찾아 오도록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학대를 근거로 한 유책이혼을 하는 겁니다. 이 두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는 책에 설명이 안 돼 있는데요. 대다수의 이혼이 무책이혼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유책이혼시 요구되는 증거의 양이 훨씬 많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또한, 이런 경우, double dipping은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가 되어 있네요. 남편을 상대로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후, 또 유책사유를 이용한 이혼을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한 가지만 고르라네요.

4. Spousal Support (배우자 부양비)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는 유일하게 법적으로 법원이 강요하는 spousal support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나옵니다 (본인들끼리 합의봐서 판결문에 넣는 것은 문제가 없구요). 그런데 웃기게도 spousal maintenance라는 용어를 spousal support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고 있더라구요. 결국 그게 그거구만. 참 이상한 주라니까요. =.=  

보편적으로 Spousal maintenance는 10년 이상된 부부가 이혼할 시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10년이 안 된 커플일 경우, maintenance가 적용이 안 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경제적 능력이 더 많은 쪽에서 없는 쪽을 도와주는 개념으로 적용이 되고, 대개 3년 안에 이런 보조의 의무는 끝이 납니다. 다만 배우자가 불치의 병이 있다던가 일종의 장애가 있다던가 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경우, 3년 이상 maintenance를 지불하도록 판결을 내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 20, 30년 집안일만 해온 사람은 이혼 후 3년 이후부터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냐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 이런 사항들을 텍사스 법원에서는 재산분할 시에 고려를 한답니다. 재산을 "just and right"하게 나눠줄 때, 누가 경제력이 더 있고, 누가 앞으로 먹고 사는 데 더 돈이 필요한가 등을 고려해서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더 많은 재산을 떼어준다는 거죠 (그래야 앞으로 오래도록 주정부의 짐이 안 되고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전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안 드는 법인데요.. 암튼 법이 이렇답니다.

텍사스가 참 여러모로 복잡하고 골때리는 법조항이 많더라구요. 오늘은 요만큼만 올려 드리고. 차차 더 많이 올려 드릴게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