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오랜만에 글 올려 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요즘 익숙치 못한 일을 하다보니 평소처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네요. ㅠ.ㅠ

오늘은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해봤을법한 명예훼손에 관해 글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한국 정치판에서 뻑하면 등장하는 소리죠. "명예훼손으로 고소할끼야!!! 콩밥 좀 먹어봐!!!"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이 민법뿐만 아니라 형법에도 해당이 된답니다. 또한 재밌는 사실은, "사실"을 누설해도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사실이라 하더라도 남의 명예를 훼손시킬 심산으로 사실을 퍼뜨렸을 경우, 형사, 민사상의 책임을 물게 된답니다.

미국의 많지 않은 몇 개 주에서도 형사법 법전에 명예훼손이 올라와 있다고는 합니다만, 간통과 마찬가지로 형사법원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추세이구요. 캘리포니아의 경우 명예훼손은 형법이 아닌 민법에만 속하게 됩니다.

무엇이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캘리포니아의 민법을 풀어 설명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1) Publication of a statement of fact

2) that is false

3) unprivileged,

4) has a natural tendency to injure or which causes "special damage" and

5) the defendant's fault in publishing the statement amounted to at least negligence.

==> 최소한 피고의 부주의를 통해 발표/공개된, (주제의 사람/회사 등을) 손상시킬 성향이 다분한, 또는 특별한 해를 입힌, 사실이 아니며 기밀로 보호되지 않는 발언/발행물

우선, Publication이란 제 3자에게 얘기를 하거나 글을 써서 보여주거나 하는 상황 입니다. 말로 하는 명예훼손을 slander이라 하고 글을 통해 하는 것을 libel이라 하는데요. 말로 하건 글을 쓰건,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발언이나 발행물을 통해 사람이나 기업체 등을 해를 끼친다면, 명예훼손을 걱정해 보셔야 하는 거겠죠. 또한 염두에 두셔야 할 사항은 내가 남에게서 들은 얘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했다고 해서 나는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 신문사에서 사실이 아닌, 그리고 한 정치인에게 아주 악영향을 끼치는 글을 발행했었는데요. 그걸 인용해서 또한번 기사를 냈던 쪼무래기 신문사, 피해 정치인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자 "난 몰라. 쟤가 그렇대서 난 인용한 것 뿐이야"하고 발뺌을 해보지만, 법전 어디에도 이런 발언/발행물이 본인 입/손에서 시작이 되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거죠. 그러니 "누구 엄마가 그러는데, 누구누구 엄마가 어쩌구 저쩌구래~~~" 하실 땐, 본인이 옮기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작업을 한번쯤은 거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한국과 달리 "사실"은 미국에서 absolute defense로 쓰입니다. 아무리 남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발언, 또는 진술을 했다 하더라도 그 발언 자체가 사실이라면 명예훼손이란 케이스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얼케절케 원고가 명예훼손 케이스를 연다 하더라도 피고는 본인의 발언/발행물이 사실에 입각했음을 입증하기만 하면 땡입니다.

3번에 나온 "unprivileged"는 저희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별 상관이 없는 element인데요. 정치인들이 청문회에서 하는 발언이나 변호사와 고객이 나누는 대화등은 기밀이 보장된, privileged statement입니다. 요렇게 말씀 드리면, '정치인들이 유세할 때 상대편을 깎아 내리는 발언들은 어떻게 되는거지?'하시는 분들도 계실 껍니다. 명예훼손에도 끕이 있는데요. 원고는 Public officials, public figures, individuals의 세 급으로 나뉘게 됩니다. 터미네이터 아저씨가 캘리포니아의 주지사가 되기 전엔 public figure이셨구요 (한마디로 유명인이죠) 주지사가 되셔서는 public official이 되셨죠. 원래 유명했던 유명인과 공직자들은 actual malice/constitutional malice를 입증해야 명예훼손 케이스를 이길 수 있습니다. 워낙 유명해지다 보면 구설수에 오르기도 쉽고, 말이 많다보면 100% 진실만 밝혀지기도 힘들다는 거죠. 그래서 신문사나 잡지사 등에서 이런 유명인들의 기사를 다루다가 보면 백프로 사실이 아닌 기사가 나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 때마다 소송에 걸린다면 이거 뭐 소송 무서워서 기사 쓰겠습니까. 물론 신문사 등의 언론단체들이 해당되는 다른 예외가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다가 대빵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가십은 누가 하던간에 왠만하면 면죄부를 받기 쉽단 말씀이죠.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거짓을 유포했거나, 아무리 사실이 아닌 걸 몰랐다 하더라도, 조금만 노력했담 금방 사실이 아닌 걸 알았을법한 거짓을 유포했거나 한 게 아니라면, 유명인들에 대한 가십은 고소감이 안 되기 쉽다는 거죠.

4번에 나온 "special damage"는 거짓유포를 통해 입은 피해입니다. 멀쩡히 깨끗한 식당에서 쥐가 나왔다더라~~~는 소문을 퍼뜨린 옆집 식당 주인, 명예훼손으로 걸려 들어가게 되면, 그 거짓소문으로 인해 옆집 식당이 입은 금전적 타격, 정신적 타격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내야 한다는 거죠. 이 부분에서 잘 생각하셔야 하는 문제가, 어떻게 damage (피해액)을 입증하느냐 입니다. 철수 엄마가 영이 엄마는 성격이 증말 이상하고 다른집 애들 욕을 있는대로 하고 다닌다고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합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영이 엄마, 식음을 전폐하고 10파운드나 빠졌습니다만, 멀쩡히 애들 돌보고 집안일 하고, 대인관계 원만히 유지합니다. 이런 경우, 피해액은 아주 애매해 집니다. 철수 엄마 때문에 대인기피증이 와서 할일을 못 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정신과를 다니고 정신과약을 복용하고 등의, 달러 가치를 매길 수 있는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본인이 루머의 중심에 있다는 거,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겠죠.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을 법대로 다스릴 수는 없는 겁니다. 판사가 솔로몬도 아니고요. 법원은 보편적으로 금전적인 분쟁을 중재해 주는 역할을 하지 옳고 그름을 따져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가끔 다른 사람이 (보통 시댁식구) 본인을 열심히 씹어대고 다닌다고, 억울해 죽겠으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없겠냐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 엑스엑스같은 시댁식구도 그들의 언론의 자유라는 게 있는 겁니다. 법원에 고소를 한다고 해도 피해보상을 받는 개념이지 내 소문을 더 이상 못 퍼뜨리게 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Gag order이라고 해서, 개인, 또는 언론기관의 언론의 자유를 국가기관에서 억지로 막는 경우는 (법원의 명령을 통해) 국가안보 등 아주 심각한 문제일 때만 해당이 되고요.

5번에 나온 "최소한 부주의"는 흘러나간 사실이 아닌 발언/발행물이 적어도 부주의를 통해서 나간 거였어야 한다는 겁니다. 철수 엄마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더 큰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는데, 큰회사에서 철수 엄마의 옛날 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합니다. 철수 엄마의 근무태도에 대해 묻는데, 철수 엄마가 워낙 말단이었던지라 전화를 받은 빅보스는 근태기록부를 뒤져보게 되죠. 철수 엄마의 이름이 붙은 기록부에는 이 사원이 주위 여직원들과 문제가 많았고 결근한 날이 많다고 나옵니다. 빅보스, 기록부에 적혀 있는대로 큰회사의 인사과장에게 전해주죠. 그러나 아뿔사. 기록부에 이름을 붙인 경리언냐가 실수를 한 겁니다. 영이 엄마의 기록이 철수 엄마 기록부에 들어와 있었던 거죠. 당연 철수 엄마는 새 직장을 얻지 못하고, 그 이유가 전 회사의 빅보스가 자신에 대한 거짓사실을 인사과장에게 전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됩니다. 자, 이 경우 (다른 법적 컨셉인 vicarious liability는 제끼고) 빅보스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액면 그대로 따지자면 아니오가 답이겠습니다. 왜냐하면 빅보스의 잘못된 발언은 빅보스의 부주의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명예훼손 케이스는 판사 앞에 가기까지 최소한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소요 됩니다. 물론 이 기간동안 변호사비용 엄청 깨지구요. 이래저래 deposition이네 뭐네 복잡한 절차를 많이 거치셔야 합니다. 따라서, 누가 내 뒷담화를 깐다고 해서 "에잇~씨, 고소할꺼야!" 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참 우습게도, 처음에 이런 민사소송을 시작하려는 고객에게 "왠만하면 좋게 합의 보시는 게 좋을 껍니다.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너무 많이 소요되고, 얻으실 것이 별반 없으실 텐데요"라고 말하는 변호사에게 "돈이 문제가 아니죠! 저런 것들은 법 무서운 걸 가르쳐줘야 합니다.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규~~~요!" 하신 분들, 1년, 2년 지나면 말 싹~~ 바뀌시고, 변호사 좋은 일만 시켰다, 애시당초 맡지 말았어야 할 케이스를 맡더라, 비양심적이고 돈 밖에 모르는 것들이다~~~ 하신답니다. =.=

쓰다보니 굉장히 긴 글이 됐네요. 이해가 가셨을라나 모르겠습니다. @_@

저희 동네는 심한 알러지가 돌고 있네요. 면역력 낮아지는 때일수록 숙면과 운동 꼭 챙겨 주세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