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이제 접고.

어떻게 좋은 남편과 더 좋은 시어머님을 만났는지 비결을 물으시는 분을 위해:

1. 저와 시어머님의 성격이 아주 비슷합니다. 책임감 강하고 성깔있고 뒤끝 없고?

남편은 시어머님께 곰살맞게 구는 스타일은 아닌데 맴으로 엄청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많이 배우시지 못하셨지만 일찌기 과부 되시고 나서 부지런과 신앙 두 개 갖고 세 아이를 키워내신 분이십니다.

그런 어머니의 강한 모성애와 부지런함 무대포정신 등을 저한테서 봤더군요, 남편이.

어머님 성격이 저와 많이 비슷하셔서 바쁠 때 굳이 용건도 없이 정기적으로 전화를 드려야 한다던가 하는 눈치도 안 봐도 되고, 생각날 때 편지 드리고 형편 되는대로 챙겨 드리고 하면 너무너무 고마와하시고 좋아하시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게, 시어머니와 비슷한 며느리가 이래저래 결혼생활이 편한 거 같아요.

2.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긴장을 풀지 않습니다.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늘을 열심히 살고, 결혼 전과 다른 모습 보이지 않으려 노력 합니다. 남편이 그러더군요. 저는 언제고 자기를 떠날 준비가 된 거 같아 무섭다구요. 그래서 긴장이 된답니다. 남자들은 참 이상하게 자기한테 올인하는 여자가 고마운 줄을 모르는 거 같습니다. 워낙 제 성격이 그렇기도 하지만, 모든 일을 저 혼자 알아서 하도록 해놓고, 남편이 도와주면 보너스를 타는 기분으로 삽니다. 그러면 남편이 해주는 모든 일이 고맙습니다. ^^

3. 아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습니다.

가끔, 재혼하면 아이와 나는 패키지 딜이다. 아이를 짐스러워 하는 건 치사한 일이다 라고 하시는 분들 뵙는데요. 저는 아이가 부담스러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아이도 짐스러울 수 있는데요. 나를 사랑하니 아이도 패키지로 사랑해라라고 요구하는 건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 아이를 불쌍하게만 여겨줘도 고마운 거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우리 사이에 아이를 낳으면 제 아이가 소외감을 느낄 꺼라고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하는 사람을 만났네요.

4. 아이에게 엄하게 합니다.

부모 사이에도 교육방식을 놓고 논란이 자주 일게 됩니다. 제가 워낙 엄하게 가정교육 받고 자라기도 했지만, 남의집 아이들 깽판치는 거 보면서, 그걸 방관하는 엄마가 얼마나 꼴보기 싫은지 배웠답니다. 그래서 간혹 아이가 남편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잘못을 하면 남편이 혼낼 틈을 안 주고 제가 나서서 엄하게 혼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혼을 안 나고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 제가 혼내야 할 꺼 같다고 생각을 했구요. 일차적으로, 남편이 아이를 혼내면 아이는 서러운 생각이 앞설꺼라 생각했고 (자기가 잘못을 했어도) 아이가 남편을 안 좋아하게 될 수 있단 생각을 했구요.  이차적으로, 제가 혼을 내면 아무래도 제 배에서 나온 아이이니 언젠간 엄마 속을 이해해 줄 꺼라 믿었구요. 삼차적으로, 제가 아이를 엄하게 하면 남편이 아이를 더 안됐다고 생각하고 감싸줄 꺼라 생각했구요. 일이삼, 다 먹혔습니다. ^^

5. 시어머님을 좋아합니다.

이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은데... 어쨌든 저는 시어머님을 같은 여자/엄마로서 존경하고 인간적으로 좋아합니다. 곰살맞지 않은 남편 대신해서 생신도 챙겨 드리고 전화도 드리고 하니 (제가 원래 좀 잘 챙기는 성격이긴 한데요.. 이것도 받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완전 틀리더라는.. 아무리 쳐해줘도 당연한듯 더 바라는 것들도 있고.. =.=) 남편이 무진장 고마와 합니다. 제가 진심으로 어머니 좋아하는 거 남편도 알아서 저한테 더 잘 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뽀나쓰...

남편이 저를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앉아 있었습니다......... (제 얼굴이 몸에 비해 날씬하다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