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jurisdiction에 관해 한 편의 글을 올려 드리고, 속편?을 올려드리기로 하고선 급한 불을 끄느라 이 주제로 돌아오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다리신 분들은 죄송.

한 주에서 자라고, 결혼하고, 이혼까지 하면, 아주 간단하고 깔끔하게 그 주에서 이혼 수속을 밟으시면 되겠지만, 한국에서 혼인신고하고 미국에 와서 살다가 이혼하시는 분들, 동부에서 혼인신고 하고 서부에 이사온 후 이혼하시는 분들 등 결혼기간 중 생활터전을 옮기시게 되면 어디서 이혼 수속을 밟아야 하나 무척 헷갈려 하시는데요.

우선, 주마다 어떤 사람들이 본인의 주에서 이혼을 할 수 있는가에 각기 다른 기준으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이혼 서류 제출하시기 바로 전, 그 주에서 6개월, 서류 접수시키는 카운티에서 3개월 이상 거주를 하셨어야 이혼 접수를 하실 수가 있고요 (10년 사시다가 동부로 이사 가셨다가 일년만에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 오신거라 하더라도 먼저 언급한 룰에 따라 거주기간 제약에 맞춰 기다리셨다가 서류 접수가 가능 하시다는 말씀). 매싸추쎗츠의 경우는 혼인신고를 그 주에서 했다면, 다시 그 주로 돌아와서 바로 이혼 서류 접수시키실 수 있다네요. 이런 거주기간의 제약 조건 등은 각 카운티의 법원 웹싸이트나 구글에서 간단히 찾아 보실 수 있고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으니, 한국 떠난지 20년이 지났어도 한국에서 이혼을 해야한다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요.  그건 절대절대 아니구요.  지금 거주하시는 곳에서 이혼을 하는 게 맞습니다.  더더우기 양육권 문제가 연루되어 있을 경우에는요.

여기에서 생각해 보셔야 할 문제가, 사실혼 입니다.

어떤 분이 예전에, 거의 부부처럼 동거했던 남자친구와 수년전에 헤어지고,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는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하셔서 사셨는데, 뜬금없이 옛남자가 변호사를 사서 이혼 서류를 접수를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칼럼에 글 올리셨었죠. 한발 너무 늦게. 이 분 주윗분들이, 얄팍한 지식으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사실혼이 인정이 안 된다더라, 변호사 볼 필요 없고, 그냥 무시해라, 라고 해주셨다죠. 그래서 법원에서 나오랄 때 나가지도 않고, 변호사도 당연히 안 만나보고. 그러다가 졸지에 이혼을 당하셨습니다. 판결문이 나와 버렸죠. 이혼으로.

이런 퐝당한 씨츄에이션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 reciprocity라는 원리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 나라임에도 각 주가 마치 하나의 국가 단체인양 제멋대로의?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전에도 말씀 드렸듯 연방법은 몇 개 안 되구요 (파산법, 이민법, 특허법 등) 나머지는 몽땅 각 주가 각기 나름의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주에선 사실혼이 인정이 되고, 어떤 주에선 택도 없으니, 이럴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Full faith and credit이란 doctrine이 있습니다. 미국의 어느 주에서 혼인을 했건, 그 혼인을 한 주의 법 상으로 합법적인 혼인이었다면, 이혼하는 주에서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 준다는 겁니다. 따라서, 디씨나, 콜로라도같이 사실혼이 인정되는 주에서 그주의 법에 따라 사실혼으로 인정 될만한 사실혼의 관계를 가지고 사시다가 캘리포니아로 이주를 하셨다면, 캘리포니아에서 이혼을 하실 수가 있는 겁니다. 물론, 디씨나 콜로라도같은 주에서 사실혼 관계가 있었음을 입증할만한 근거자료는 캘리포니아 법원에 고스란히 (사실혼이 인정되는 주에서 이혼 할 때 제출할 근거 자료들을 똑같이) 가져다 제출하셔야 하는 거구요.

사실혼 관련 칼럼을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동거와 사실혼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건 헷갈리시면 안 되구요. 사실혼은 법원에 혼인신고가 안 된 상태로 부부처럼 산 분들이 해당이 되는건데 (그나마 극소수의 주에서만 인정이 되구요), 참 아이러니컬리, 이 관계를 끝내는 방법은 법원을 통한 이혼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민 신분과 이혼과는 무관하다고 누차 말씀 드렸는데요. 아무리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이혼을 할 수는 있으십니다,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것처럼요. 다만, 나눌 재산이 있는지, 양육권을 놓고 싸워야 할 아이가 있는지 등에 따라서 어디에 이혼 서류를 제출해야 할지가 갈리게 되지요. 이 역시 여러번 말씀 드렸지만, 미국과 한국 사이에는 reciprocity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아무리 내게 유리한 판결문을 받아온다 하더라도 아이가 미국에 있거나 분할해야하는 재산이 미국에 있다면, 한국의 판결문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시민으로서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뭐를 보던 한국에서 이혼을 할 수 있는 분이라 하더라도 정작 판결문을 enforce해야 하는 아이나 재산이 미국에 있는 분이라면 (남편의 직장과 부동산 등이 미국에 있어서 등의 이유) 당연히 미국에서 이혼 수속을 밟으시는 게 현명한 거죠. 이런 걸 잘 따져보지 않으시면, 나중에, 몇 십 만불의 재산배당을 판결문으로 받았지만, 미국에 재산 한 점 없는 남편은 한국으로 날라 버리고, 한국에서 큰 사업체 굴리며 떵떵거리고 사는 반면, 애엄만 애 데리고 미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한국에서 또 이혼 소송을 해야하는 아주 어이가 없는 사태가 발생하시는 겁니다.  =.=

아... 또 가구 나르러 오라고 보스가 부르십니다.. =.=

그럼, 조만간 또 글 올려 드릴게요. 봄이라 알러지가 장난이 아니네요. 다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꽃가루도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