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는 잡것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제껏 육아를 전담해온 엄마에게, 헤어질 꺼면 아이는 두고 나가랍니다 (지가 바람 나고도 아내에게 애는 놓고 니만 나가라고 하는 조카 십팔색깔 크레파쓰의 설화도 들었습니다). 안 그러면 납치로 경찰에 신고 한다고요.

법을 잘 모르는 엄마는 겁먹기 쉽죠. 가만 생각해 봐도, 부모가 갈라선답시고 엄마나 아빠가 애를 데리고 숨어 버리면 남겨진 부모는 퐝당할 테니까요.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시는 분들 가끔 봤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두 종류의 법이 엮이게 됩니다.

하나는 당연히 "이혼"에 관련된 가정법이고요. 다른 하나는 "납치"에 관련된 형법이죠. 이 둘 다 주법이기 때문에, 자세한 가락은 주마다 다 다르기 쉽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법을 빗대어 broad하게 설명 드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마저도 다른 룰을 가지고 있는 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대다수의 주에서는 결혼 기간 중 육아의 책임과 권리는 부모가 똑같이 나눠갖게 됩니다. 따라서,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가는 순간에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고 해서 늘 아이를 돌봐오던 엄마가 한순간에 납치범이 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렇담, 아이를 못 데리고 나가게 막는 아빠는 아이 감금범이 되게요? 애아빠가 아무리 땡깡을 놓고 경찰에 연락을 해도, 경찰이 엄마 안 잡아 갑니다. 아니, 못 잡아 갑니다.

다만, 이럴 경우, 아이와 함께 거주지를 어디로 옮기는지, 그 연락처는 아빠에게 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를 아빠에게서 격리시키기 위해 데리고 나가 숨어버렸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주소 주고 나와도 이런 주장 하는 찌질남들 많겠지만) 덜 들으실 수 있겠죠. 만약 남편이 폭력적이라서 거처를 알려주기 겁이 나시는 분이 계시다면, 쉘터로 가시던, 경찰로 가셔서 접근금지 요청을 하시던, 외부에 알리셔야 합니다. 애아빠 무섭다고 아이 데리고 숨어버리면, 나중에 법원에 불려 나가셔서 양육권 관련해서 완전 억울하게 덤탱이 쓰실 수 있으니까요. 신분이 걸려있어 그러신 분들은 더더욱 VAWA를 통해 영주권 문제 해결하실 수 있도록, 외부에 본인의 상황을 알려야 합니다. 애아빠보다 영어도 딸리고 법도 더 모르고 해서 폭력적인 애아빠의 행패와 협박을 참고 버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시는 분들 가끔 있거든요. 그 놈이 휙 돌아서 뒷통수 치면, 억 하고 당하시는 겁니다.

또 염두에 두셔야 할 문제는, 애만 데리고 나가서 법원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산다고 합시다. 애아빠가 당장 법원으로 달려가서 애엄마가 애 데리고 없어졌다며 이혼 서류를 접수 시킴과 동시에 양육권을 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애엄마, 영어도 잘 못하고, 서류 뭐 왔는데 뭔지 잘 몰라서 양육권 hearing에 안 가고, 반년만에 (주마다 기간도 틀립니다) 아빠에게 양육권을 넘겨주는 default 판결문이 나옵니다. 그럼 애아빠는 이걸 들고 룰루랄라 경찰서로 가서는, 법원에서 내게 양육권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애엄마가 애를 데리고 숨어버렸다고 "납치" 신고를 합니다. 그간 연락을 했건말건, 경찰에게 제시된 증거로는 애엄마가 납치범 입니다. 그러면 이 납치범을 잡아 오라는 영장을 만듭니다. 이게 최근에 뉴져지 살다 한국 나가서 별거 하시던 어머님이 졸지에 납치범 되신 사건과 비슷한 시나리오지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너무도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법을 조금만 더 알아 보셨다면, 이렇게 억울한 일 당하실 일이 없으셨을 텐데. 사람이 맘만 먹으면 얼마나 치사하고 악해질 수 있는지, 그걸 당하실 때까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너무 많네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어!" 하시지만.. 인간이기에 그럴수가 있나 봅니다...

다시 정리하면, 이혼을 결심하고 집 나가실 때, 남편이 납치로 신고한다고 협박하는 건,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 (그냥 떼를 쓰는 경우라면) 무시하셔도 되고요. 정말 abusive한 경우엔 역으로 경찰에 신고 하세요. 언어폭력도 폭력입니다. 아이를 빼앗겠다고 협박을 하는 것도 가정폭력 입니다. 그런 악질들은, 엄마가 아이 데리고 나갈 경우, 정말 치사하고 간악하게 나올 놈들이기 때문에, 애초에 법의 도움을 구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셨다간 정말 억울한 꼴 당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에서 출두명령 나오면, 무조건 나가셔야 합니다. 뭔지 모른다고, 좀 무섭다고, 그냥 안 나가셨다간, 나온 사람 (이런 경우, 애아빠)이 원하는 대로 일방적인 판결문이 나오게 됩니다. 절대 이런 결과 안 나도록, 법원에서 종이 쪼가리 한 장이라도 날라오면 무조건 변호사 만나 보시고, 돈이 없으시면 주변에 영어 잘 하는 분의 도움이라도 받으셔서 정확하게 이게 뭘 요구하는 종이 쪼가리인지 확실하게 알아 보세요. 그리고, 제일 좋은 방법은 남자가 뒷통수 치기 전에 선빵을 날리는 겁니다. 남자가 납치네 뭐네 헛소리 하기 전에, 본인이 양육권 신청 하세요.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신 거라면, 인내가 미덕이 아닙니다.  

뉴져지 어머님, 부디 좋은 결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