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아…….정말 …….이젠 화가 나다 못해 지겹다는 생각이 든 하루다.

잠시 집안일을 하고 있는 사이에 또 …….

세현와는 다르게  고현이는 손가락 감각이 발달하고 호기심이 많은 거 같다.

거기다가 무서운 게 없다. 세현이는 나의 한마디에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데 , 이 녀석……. 도무지 반응이 없으니.......

마커만 보면 어느 틈에 집어가서 눈 닿는 곳이면 다 칠해버린다. 오늘의 낙서 장은 가구다.

오늘따라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막 몰려든다.

매직 스펀지에 물을 묻혀서 열심히 '북북' .........(많이도 했네.)

한국에서 가져온 매직스펀지가 아녔음 넌 이미 죽음의 타임아웃이다 …….혼자 중얼거려 본다.(요즘은 미국에서도 Magic Eraser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Target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아이에겐 낙서가 발달 단계의 자연스런 현상이라지만 오늘 같은 날은 매까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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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이건 둘째가 16개월 때 쓴 육아일기입니다.

그때의 일기들을 보면  아이의 낙서와 그걸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쓴 부분이 많이 눈에 띱니다. 벽 한쪽을 종이로 붙여놓았지만 그 종이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눈에 띄는 깨끗한 곳(이 부분은 참 흥미롭습니다), 혹은 맘에 드는 곳에 낙서를 하고 다니는 작은아이. 그렇다고 온 집을 종이로 싸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렇게 어른의 눈에 비친  ‘낙서’는 사실 발달의 중요한 사건중의 하나입니다. 

식탁에 쏟아진 물이나 우유, 쥬스등에 손가락으로 끄적이는 것은  모든 아이들이 한번쯤은 꼭 합니다. 이것이 낙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걸 제한하게 됩니다. 그때의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열중 할 수가 없습니다. 일부러 컵을 뒤집어 쏟아서 까지 몬가 끄적거리면서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은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그런 중요한 시기의 아이와 가사와 육아에 버거워진 엄마.

집안 일등을 하지 않고 육아에만 전념한다면 충분히 이해해주고 포용해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사는 엄마가 얼마나 될까요?

거기다가 애가 둘 이상 되다보면 하루 종일 아이들과의 씨름……. 거기에다가 끊임는 집안 일.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 아이들의 낙서는 폭발의 도화선이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낙서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본다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의 끄적거림, 난화가 처음 나타나는 시기는 태어나서 10개월 전후입니다. 이때의 난화는 손이 아니라 단순한 어깨를 축으로 어깨와 팔을 상하, 좌우 움직임의 결과입니다.

영아들은 옹알이란 것을 합니다. 그게 언어의 시작이라면 이 끄적거림은 나중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바탕 입니다.  아이에게 처음 연필을 쥐어주면 무조건 입에 넣어봅니다.(앞으로 0세발달 과정에서 설명한 ②의 인지감각의 발달이론) 그리고 점찍기 비슷한 것에서 시작해서 어설프게 선긋기를 시작합니다. 이리 찍~ 저리 찍~.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손의 힘을 조절하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손을 움직인다는 것은 뇌, 눈, 손 사이의 협응을 발달하게 해주는 과정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한 난화가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온 집안으로 넓어집니다. 가구, 냉장고, 책, 신문지, 텔레비전 화면, 식탁, 장난감, 그리고 거울 등등…….아이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흥미로운 스케치북이 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마구 낙서하고 선 몇 개 그리고 마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어린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손을 움직이는 감각적이고 기능적인 운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긁적거리기' 속에서 탐구를 시작하고, 그것을 음미하며 즐기는 능력도 갖게 됩니다.

아이들의 끄적거리기에는 상하좌우 운동이나 지그재그 같은 형태가 나중에는, 빙글빙글 도는 모양(예: 해, 소용돌이, 실 꾸러미)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는 엄청난 연습과 노력의 결과입니다.

아이들이 왜 그림을 그리느냐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눈으로 '제 멋대로 아무 내용도 없는 것을 그린다.'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 것! 제멋대로라는 표현은 어린이의 그림 속에서 뭔가 의미 있는 내용을 기대하는 어른의 눈에서 본 것이고,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뭔가를 나타내기보다는 그리는 활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할 때가 있음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은 낙서 같은 그림을 반복해 가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알게 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지각 능력이나 상상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때 아이가 계속 원만 그린다거나 똑같은 걸 계속 한다고, 서둘러 사람을 그려보게 하거나 글씨를 쓰게 억지로 유도하면 절대 안 됩니다. 한 과정에서 충분한 연습이 끝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다음 과정으로 넘어 갈수 있게 됩니다. 4세쯤 되어야 자기가 그린 그림에 이름을 붙이면서 도형도 그리기 시작하고, 5-6세쯤 되면 제법 사람과 비슷한 모양을 그리게 됩니다. 머리, 팔, 다리가 붙어 있는 모습 말입니다. 또 아이들 개개의 성격이 다르듯이 그림 그리는 방식도 다릅니다. 일정한 부분의 한 각도에서만 그림을 그리는 아이, 한 가지 색깔로만 그리는 아이, 큰 종이 귀퉁이에 그림을 그려 놓고 다 그렸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런 아이의 그림을 가지고 아이의 성격을 판단하는 것 또한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신혼 때처럼 깨끗한 집을 유지하려고 하는 마음의 포기가 첫 번째 방법이자 마지막 방법입니다. 사실 이것은 정말 힘든 선택입니다. (아직도 전 깔끔하게 청소되고 정리 되어 있는 집에서 “조용히, 우아하게” 차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 모습을 꿈꾸고 있습니다.)

보통의 어드바이스는 아이들이 그런 낙서를 할 수 있는 넓은 종이와 장소를 마련해주고 아이가 낙서 할 때마다 그 곳으로 유도해주는 것입니다.......하지만 엄마가 아이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면서 낙서할 때 마다 종이를 붙여놓은 곳으로 이끈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낙서 할 때마다 제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고, 결국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에게 타이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낙서이기에 우리 엄마가 양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의 아무 곳에나 하는 낙서는 계속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기(보통 3,4살 정도)가 되면 멈추게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엄마가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에 “실컷”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겁니다.

이때 벽을 종이(커다란 소포가 배달될 때 그 안에 들어있는 전지 사이즈만한 갱지를 모아놓거나 아니면 두루마리 형식의 넓은 종이를(Office Depot,혹은 Office Max등에서 팝니다)를 비어있는 벽면마다 붙여놓고 아이가 낙서하는 장소로 이용하게 합니다. 때론 커다란 박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그리게 합니다. 그렇게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나면 아무 곳에나 낙서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림은 이런 곳에서 그리는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때 종이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바로 새로운 종이로 바꿔놓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낙서의 흔적이 남아있는 종이보단 새 종이에 더 흥미를 느낍니다.)

어느덧 이시기를 넘기고 둘째는 아무 곳에나 낙서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우연히 책을 보다 작은아이가 남긴 낙서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치 커다란 보물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참조 : http://eboo0.com/ (이부영의 초등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