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기는 민이 동생이야. 많이 이뻐해줘..^^”

 

                

 

엄마는 얼굴이 빨갛고 못생긴 조그만 아기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나는 엄마 앞에서는 착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생이라는 저녀석이 잔뜩 못마땅했습니다.
저녀석이 우리집으로 온 후 내가 아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어버렸기 때문이지요.^^;;

틈만나면 날 껴안아주던 엄마의 팔에는 늘 저녀석이 안겨있었고,
밤마다 내 곁에서 자장가를 불러주던 엄마는
이제 저녀석의 품에서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어디 그 뿐이게요?
엄마는 이제 더이상 나를 프리스쿨에도 데려다 주지 않습니다.
밤새 자지 못한 엄마를 위해 옆집에 사는 송이 엄마가
나와 송이를 함께 프리스쿨에 데려다줍니다.
저녀석이 온 날부터 프리스쿨에서는 엄마가 만들어준 도시락을 먹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맛없는 보리또를 겨우..힘들게 먹는 시늉만 하다가 왔습니다.ㅠㅜ
그러니 내가 저녀석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나에게서 엄마를 빼앗아갔고, 엄마의 사랑과 엄마와 함께 했던 달콤한 등교길, 엄마의 맛있는 도시락까지 빼앗아 갔으니까요.

 

저녀석이 아무리 못마땅해도
엄마가 너무 이뻐하는 저녀석을 어찌할 도리는 없습니다.
그저 나는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총알같이 저녀석 곁으로 달려가 조금 심통을 부리는 것으로 분을 달랜달까요~

 

쪽쪽쪽 맛나게 빨고있는 공갈젖꼭지를 쏙~ 빼버리는 심통 하나,
뽀송뽀송한 기저귀 속에 손을 넣어 보드라운 엉덩이를 꽉~ 꼬집어버리는 심통 둘,
숱도 별로 없는 머리카락을 쭉~ 잡아당겨버리는 심통 셋,
모르는 척 곁에 있던 물컵을 쫙~ 넘어뜨려버리는 심통 넷…등등..
그렇게 심통을 부리는 것으로요.

 

내가 심통을 하나씩 부릴 때마다 저녀석은 소스라치게 놀라 울음을 엉엉 울어대고
나는 태연하게 장난감을 갖고 엄마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엄마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지요.

 

그러던 어느날,
내가 저녀석의 보드라운 엉덩이를 꼬집고 있는 것을 엄마가 발견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간 내가 행했던 모든 심통들이 한순간에 들통나 버린 것이 무안하고 부끄러워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숨어버리고 싶었어요.
하지만…우리집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쥐구멍은 없었답니다.

무안한 내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 본 엄마는 내 손을 꼭~ 잡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민아, 아기가 미워?”

“……”

“민아, 아기가 엄마를 빼앗아간 것 같아?”

“……”

“민아, 엄마가 아기만 사랑하는 것 같아?”

“…….”

 

나는 엄마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목까지 나오는 말을 참았습니다.
만약에 엄마가 내 말에 상처받으면 날 더 미워할 것 같아서요.

‘그래요..엄마는 아기만 사랑하고, 엄마는 아기만 이뻐하고 나만 미워하고…엄마는
옛날에는 나만 보고, 나만 안아주고, 나보고만 웃었는데…엄마…미워…아기 미워….’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엄마는 살짜기 날 껴안아 주었습니다.

 

      

 “민아, 밤에 하늘을 보면 별이 많지?”

“네..”

“그 별들 중에는 엄마가 살았던 엄마별, 아빠가 살았던 아빠별, 그리고 민이가 살았던 형아별이 있단다.”

 

  

    

 

“정말야?? 엄마? 그럼 할머니별도 있어?”

“그럼. 할머니별도 있지. 할아버지별도 있고 삼촌별도 있고 동생별도 있고…”

“동생별도 있어?

“그럼. 동생별도 있지. 우리 민이가 혼자서 외롭고 쓸쓸해 할 것 같아서 엄마, 아빠가 동생별에서 아기를 데려온거야.”

“동생별에서?”

“그래..엄마가 맨 처음 아기를 데려왔을 때…민이 동생이라고 그랬지?”

“네..”

“거봐..이 아기는 그 누구의 동생도 아니고 민이를 위해 동생별에서 데려온 민이 동생이야.”

“송이 동생도 아니고?”

“그렇지…송이 동생도 아니고..민이 동생이지. 그러니까 형아별에서 온 민이가 동생별에서 온 동생을 잘 보살펴주고 이뻐해주어야 하는거야. 동생별은 형아별보다 작고 약하거든. 작고 약한데 꼬집고 미워하면 동생별에서 온 동생이 아야할지도 몰라.”

“아야하면 민이 동생 안 해?”

“아니, 아야해도 민이 동생이야. 왜냐하면 민이를 위해 동생별에서 왔으니까.”

“나때문에 동생별에서 왔어?”

“응. 근데 민아, 민이가 좋아서 동생별에서 온 동생을 민이가 미워하면 동생 마음이 어떨까?”

“나빠..”

“그렇지..동생은 형아 보려고 동생별에서 왔는데 형아는 자기를 미워하니까 마음이 아플거야. 그래서 민이가 꼬집고 미워하면 동생이 우는거야..형아야…나 마음이 아파…..하면서 말이지.”

 

나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나는 지금까지 저녀석이 나때문에 동생별에서 온 줄도 모르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러 온 나쁜 악당같은 녀석으로만 생각을 했거든요.
진작 알았다면 내가, 형아별에서 온 내가 좀 더 잘 보살펴주었을텐데…

저녀석의 보드랍고 연한 엉덩이에게도 미안하고
숱도 별로 없이 맨살이 드러나보이는 머리에도 미안하고
공갈젖꼭지를 빼버려 곤한 잠을 깨운 것도 미안하고
일부러 물을 엎질러 이불을 척척하게 만들어버린 것도 미안했습니다.

미워했던 마음,
얄미워했던 마음,
그 마음이 미워서 엉엉 울었습니다.

 

나는 저녀석때문에
엄마의 사랑, 엄마의 자장가, 엄마의 품, 엄마가 만들어준 맛난 도시락, 엄마와 함께 했던 달콤한 등교길까지 전부 손해보긴 했지만
이제는 행복한 마음으로 엄마에게 안겨있는 저녀석을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녀석은 나때문에 동생별에서 온 내 동생이니까요.
절대로 송이 동생이 아니고 내 동생이니까요.

 

   

      

 

나중에 저녀석이 자라 나처럼 키가 크고 멋지게 춤을 출 줄 아는 날이 오면
나는 저녀석에게 동생별에 대해 물을 것입니다.

“헤이, 동생..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이 글은 정지연 님이 답글로 주신 말씀을 각색해서 만들어 본 것입니다.^^>>

     지연 님..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