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면 미국에선 졸업 시즌입니다.
보통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프로모션데이’라고 말을 하던데요.
의무교육이 고등학교까지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제 아들넘도 이번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가는 ‘프로모션데이’를 치뤘습니다.
하루 하루 시간은 더딘 것 같아도
지내놓고 보면 일년은 어찌나 빠른지 엊그제 킨더 들어가면서 징징거렸던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를 마친다~ 생각하니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두신 미씨 님들~
그리고 상급학교로 ‘프로모션데이’를 치른 미씨 님들~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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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을 뭘로 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K 엄마의 슬픈 탄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K 엄마는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두었는데,
그 아이가 엄마의 존재 가치를 무시하여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데다,
아이가 뱉어내는 날카로운 말들이 가슴에 쌓이고 쌓여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울먹이며 하소연 했지요.
전 그분의 하소연을 들으며 그 모녀의 문제에 대해
혼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먹든지, 무엇을 하든지..좋은 것을 보면 엄마는 늘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생선을 먹을 때도 살을 발라 애들 먼저 주었고,
엄마는 머리를 먹든지, 꼬리를 먹든지…그도저도 아니면 그냥 말든지 했지요.
쇼핑을 하러 갈 때도 애들 옷부터 샀습니다.
애들 옷장에는 아직 텍도 떼지않은 새 옷들이 옷장에 잔뜩 쌓여있는데도 말이죠.
대신 엄마는 활동하기 편한 고무줄 바지와 헐렁한 티셔츠를 입습니다.
설사 엄마가 옷을 사 입는다 하더라도 엄마의 옷은 기껏해야 20불 짜리고 아이들의 옷은
50불이 훌쩍 넘어가는 브랜드 네임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엄마는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좋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양보합니다.
아이를 낳은 그 순간부터 이름은 사라져 누구누구 엄마가 되며, 여자는 없어지고 엄마만 남게 되지요.
그리고 숙명처럼 양보의 습성은 엄마와 동일어가 됩니다.

더구나 요즘같은 자식 위주의 세상에서 엄마의 자리는 참으로 작고 초라합니다.
잘하면 제 탓이고 못하면 엄마 탓인데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며 키웠는데도
공은 없어지고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소리만 듣게 되니까요.
그나마 엄마 품에 있을 때는 좀 낫던 것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엄마의 한 마디를 허투루 듣고 무시하게 됩니다.
엄마는 무조건 주기만 해야하며, 무엇을 알려고 하면 안되고, 아이의 주변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라도 하면 “엄마는 몰라도 돼..”라는 짧은 말로 가슴에 비수를 꽂기도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맛있는 것은 무조건 양보하고, 좋은 것, 원하는 것은 다 해주었는데
왜 엄마는 아이들에게 얄궂은 무시만 받게 되는걸까요?

여기서 잠깐, 어느 날 저녁 저희집에서 벌어진 일화를 소개해보기로 합니다.
 
어느 날..저는 저녁 메뉴로 오뎅국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넣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국물을 내고
한 쪽에선 오뎅국의 별미인 계란을 삶았습니다..
계란 4개..더 많이 삶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집 사람들이 모두 콜레스테롤이 높은 관계로
한 사람 앞에 한 알씩만 먹을 요량이었지요.

푹 끓여진 오뎅국에 계란 한 알..
그것이 그날 밤에 주어진 한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오뎅국에 풀어진 계란 한 알의 맛..맛보신 분들은 그 별미를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제 아들 녀석도 그 별미가 좋았는 지 삶은 계란이 더 없는 지 물어봅니다.
“엄마, 삶은 계란 더 있어요?”
“아니, 한 사람 앞에 하나씩..더는 없는데~”
“네…”
“엄마 것을 주고싶지만…이건 엄마 것이라 줄 수가 없네~ 엄마도 오뎅국 계란을 좋아하잖니....^^ ”
“(아쉬운 듯…하지만 체념하며)네, 괜찮아요~”
“대신 다음 번엔 특별히 계란 두개를 줄게~”

여느집 풍경하고는 사뭇 다른 풍경이지요?
보통의 엄마들은 아이가 잘 먹는 것 같으면 엄마 입 속에 있는 것이라도 빼주겠지만
저희집에서는 좀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엄마도 입이 있고 엄마도 눈이 있고 엄마도 귀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저는 무조건 양보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엄마들은
‘세상에나, 어쩜 저렇게 매정하다니?? 자식이 먹고싶다는 걸 제 입에 갖다 넣다니…말도 안된다.’라고
생각하시기도 할거구요.
혹은 ‘이기적이어도 한참은 이기적이네…’하며 혀를 쯧쯧 찰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만약 순간의 이기가 평생을 좌우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주 단적인 예였지만 [오뎅국 삶은 계란 사건]으로 인해
아이는 우리 엄마에게도 엄마 몫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먹고 싶어도 엄마 몫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훗날 엄마로서 자식들에게 대접받기 원한다면, 일단 시작은
‘엄마도 좋은 것이 무엇임을 알고 있고 엄마에게도 몫이 있음을 가르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조건 아이들 우선으로 양보하여 키우다보면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는 주기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싹터 자리잡게 되고, 
나중엔 더 받지 못해 오해하고 더 주지 않는 엄마를 무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네가 나한테 이런 대접을 할 수가 있니??” 하는
엄마의 슬픈 하소연 뿐이겠죠.
“내 옷 안 사입고 니 옷 사줬는데…”
“맛있는 생선도 나는 안 먹고 너만 줬는데…”
필시 엄마는 오로지 자식을 위해 양보만 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요, 누가 그러라고 한 적 있나요?
엄마는 엄마 스스로 그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엄마 스스로 양보의 습성과 자신을 동일시 하여 무엇이든지 아이들에게 먼저 해주었고,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 했습니다.
그 말을 다른 말로 바꿔보면 자신을 아끼고 자신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낄 뿐만아니라 남에게도 대접 받는다는 말이 됩니다.
엄마가 엄마 자신을 생선 머리나 꼬리를 먹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면
아이들은 엄마를 생선 머리나 꼬리를 먹는 사람으로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 먼 훗날 엄마가 더 이상 생선 머리만 먹을 일이 없어진다 해도
“우리 엄마는 생선 머리만 좋아해..혹은 생선 꼬리만 좋아해..” 하고 말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대접 받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엄마에게도 먹을 줄 알고,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나도..생선 몸통 먹을 줄 안다..그러니 이것은 엄마 몫~
나도..비싼 옷 사입을 줄 안다..그러니 이 옷은 엄마 몫~
이것은 엄마 것~
저것은 엄마 것~ 그렇게 말이죠.

자신의 몫을 챙길 줄 아는 엄마는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엄마를 대접하는 아이를 보게 될 것입니다.
멋을 부리는 엄마에게 “엄마가 무슨 멋을 부려??” 가 아니라
“우리 엄마도 멋을 부릴 줄 알아..” 말하게 될 것이며,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도 “이건 우리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인데..” 하고 엄마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엄마가 자기 몫을 챙기는 데는 자칫 함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자기 몫을 챙기기만 하는 엄마는
무조건 양보만 하는 엄마만큼이나 아이들에게 좋은대접을 받을 수가 없다는 거죠.
그러므로 진실로 진실로 대접을 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면,
대접을 받고자 하되 최대한 아이들을 배려하고,
내 몫을 챙기되 늘 공평하고 합리적인 엄마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합니다.

배려, 공평, 합리
그런 것들이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 엄마는 늘 친절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이건 엄마 것~” 하고 끝내지않고 왜 엄마 것인지, 엄마가 왜 그것을 좋아하는 지 정당한 이유를 설명해주어야지요.
가끔은 사돈의 팔촌까지 들먹이며 ‘예’를 사용하셔야 하구요.
그 설명을 들은 아이의 눈에 엄마가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게 결코 얄밉게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한두 번만 그렇게 엄마의 몫을 이야기 하시면
그 다음부터는 저절로 마실 나간 엄마 몫까지 챙겨두게 될 것입니다.

K 엄마가 가진 우울증은 무엇보다도 믿었던 아이에게 받은 ‘무시’가 컸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시가 왜 시작되었을까??

그것은 엄마의 극진했던 양보심이
결국엔 엄마를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입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지요.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입도 없는 사람을 무시하기는 쉬운 일일 테니까요.

나중에..’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애먼 아이 탓하고 싶지 않다면,
무조건 좋은 것은 나 먼저라는 생각보다 상대를 대접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배려와 합리적인 엄마의 이미지 위에서
자기 몫을 찾으시는 현명한 미씨 님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변해야 우리 아이도, 학교도, 사회도, 세상도 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