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6일 오후 1시 10·29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시민분향소를 철거한다고 일방 통보한 가운데, 서울시가 통지한 행정대집행 계고서 자체에 법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예고한 시간대에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서울시가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언제든 강제 철거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유가족과 시민들은 분향소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다.

앞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2월 4일자 <"尹 거짓 분향소 자리에 유족·시민이 진실의 분향소 열었다"> 기사 참고)

당시 서울시와 경찰은 강제철거를 시도했지만, 시민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서울시와 경찰의 강제철거 집행 과정에서 유가족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후 서울시는 물러났다가 분향소 설치 당일 저녁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전달했지만,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에서 이를 거부했다. 당시 시민들도 계고서를 전달하려던 시 공무원에게 "오세훈은 사퇴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시민대책회의 이지현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계고서를 받지 않았다"며 "서울시 공무원이 계고서를 흘리고 갔다고 표현하게는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일 계고장 전달 현장을 지켜봤다는 시민기자 손유재 씨는 "계고서를 받지 않자 던지듯이 하고 갔다"면서 "기자들이 계고서를 주워서 서울시가 전달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전했다.

행정대집행은 일정한 기간 행정상 의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가 내민 계고서을 보면 분향소가 현저히 공익을 침해한다는 내용과 함께 영정 사진과 촛대 등을 철거 대상물로 명시했다. 또 집행 비용도 징수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민대책위원회 소속 법률전문가들은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계고서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집행의 목적뿐만 아니라 계고 절차 등도 법에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행정대집행법 제2조는 행정청의 명령과 관련, 불이행을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 대집행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향소 설치는 공익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

또한 같은 법 제3조는 계고 절차와 관련, 사회통념상 해당 의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확보하라고 돼 있지만, 서울시는 단 한 차례만 고지한 채 이틀 후 강제철거하겠다고 했다. 전례도 없는 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이창민 변호사는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는 불특정 다수인이 오가서 통행에 위험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공익 목적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분향소 설치는 관혼상제이고, 조그마한 분향소 설치로 통행에 우려가 있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 시민들이 다같이 추모하고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공익적 목적"이라면서 "시민 통행에 불편을 끼친다는 서울시의 논리가 비루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시는 일방적 통지가 아나라 유가족이 충분히 숙지하도록 시간을 주고 통보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도 않았으므로 절차적 하자도 있다"며 "이틀 만에 행정대집행을 통해서 철거한다는 전례도 없다"고 밝혔다.

민변의 김남근 변호사는 "행정대집행법은 공익을 심히 침해하는 경우에 한다고 되어 있는데 분향소가 공익을 심히 침해하는 상황이냐"며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분향소를 마련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고 유가족 요구는 다 막으면서 분향소가 공익을 저해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시는 유가족에게 녹사평역 지하에 분향소를 차리라는 것인데 이를 유가족들은 '무덤으로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서울시가 제안하지 않으니까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을 제안한 것인데 협의도 안 하고 막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