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하고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면서

비로서 제대로 인생이 무섭고 불안하고 두려워졌습니다.

연습도 안했는데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주제도 안되고 능력도 안되는데 엄청난 감투를 쓰게된 사람처럼 

모든 것이 너무나 버거워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주저앉게됩니다.

그러나 또 같은 것들이 나를 살게 해주기도 합니다. 

짜증나고 우울한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가도

윙~ 하는 요란한 잔디깍는 소리와 함께 풍겨나는 잔디 냄새가 반가워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입맛이 딱 사라질 것만 같은 더위에 할 일도 태산같은데

정직하게 꼬르륵거리는 배꼽 시계에 어느새 수저를 들게되고

천방지축 울고 웃는 네명의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허리가 휘고 목이 쉴 지경이지만 그래도 고사리같은 손으로 엄마를 만지며 두 눈을 응시해주는게 마냥 고맙고

아내가 울고 있어도 티슈 한장 챙겨줄주 모르면서도 배려없는 말 한마디로 눈물 우려내는 남편이 얄미워 죽겠다가도 한 침대, 한 이불 덮고 손잡고 있는 것이 아직 좋으니

이래서 사나봅니다. 

이래서 웃나봅니다. 

크게 내세울거 없는 인생이였지만 그동안 살아줘서 고마워... 잘 해냈어... 또 힘을내... 라고 내 자신을 토닥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끊임없이 소소하게 미소지을 수 있는 날들이 계속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