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본국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사의 표명이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여옥 대변인은 대졸 대통령 발언과 부동산 투기의혹이 불거진 뒤 박근혜 대표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었다.
전여옥, 그녀는 어디 좋은 시비거리가 없을까, 호시탐탐 노리며 다니는 싸움닭 같다.
몇 년 전 자신이 맡은 조선일보 칼럼에다 아픈 아이때문에 방문했던 응급실의 정황과 의사들의 태도를 자기식대로 해석해 썼다가 국민들의 집단 포석을 맞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번 대졸 대통령 발언도 배웠다는 그녀만의 오만한 특권의식에서 온 것 같다.
그리고 설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일개 정당을 대변하는 여자가 어쩌면 그렇게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한심할 뿐이다.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서울대 나온 김영삼 전대통령은 왜 그렇게 죽을 쑤었을까?
이곳 중앙일보 신입사원 모집 사고를 가끔 볼 때가 있는데 '대학졸업자나 대학졸업자 수준의 실력을 가진자' 라는 문귀가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설사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실력을 갖춘 자라면 채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얼마나 진취적이고 건설적인 발상인가?
굳이 중앙일보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미국에서는 실력과 성실성만 갖추면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성공해 살아갈 수가 있는 것 같다.
나 주위만 보더라도 각 분야에서 모두 자기 몫을 단단히들 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다.
누가 그랬다.
한국에서 나온 대학 간판은 미국생활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을 뿐이라고.
지금은 대학 가는 사람보다 안가는 사람 찾기가 쉬울 정도로 대학진학이 일반화 되었지만 6,70년대, 그 어려운 시절에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나름대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역시 처음 미국 이민와서 종사한 일들은 청소,세탁소 등 노동일이었다고 했다.
먹고 살아야 했기에 어쩔수 없이 하긴 해야 했지만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한국에서 그렇게 어렵게 대학을 나왔나' 하는 자괴감에 처음 몇 년은 무척 고생스러웠다고.
그런데 막상 미국에서 몇 년을 살아보니 대학 간판, 그것 진짜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한국같았으면 대학나왔다는 자존심에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할 수 없는 일들을 여기서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고 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한국에서 대학강단에 서던 사람인데 지금 여기서는 구두 수선점을 하고 있다. 교수님이 구두 수리공이 된 셈이다.
"한국에서의 대학 간판만 가지고 자존심을 세웠다면 지금도 백수로 놀고 있겠지"
그는 스트레스 안받고 재고 걱정없는 자기의 현재 직업에 매우 만족한단다.
그런데 어디서나 특별한 사람들은 있는 모양이다.
한국 대학간판이 미국에서는별로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 한국에서 무슨 대학 나왑네' 하고 큰 소리를 치고 다니는 사람이 여럿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 대학 나왑네, 하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일수록 알고보면 그게 말짱 거짓말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에다 학력조회를 해보지 않고는 확인할 수 없을 터이니(이 바쁜 세상에 누가 먹고 살판났다고 한국에다 학력조회씩이나 해 보겠는가) 마음놓고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어떤 여성은 만나는 사람마다 나온 대학이 다 틀린다.
나한텐 분명히 이화여대 무용과를 나왔다고 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한텐 서울대 공대를 나왔다고 했단다.
그녀가 사람들한테 했다는 대학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진짜 한국에다 학력조회를 해서 코를 한번 납짝하게 해 줘 봐?하는 심술궂은 생각이 굴뚝같이 든다.
자기들 말대로 대학을 나왔으면 그에 상응하는 지식수준은 갖추어야 정상인데 한글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면서 입만 가지고 떠들고 다니니 이 또한 포복절도할 일이다.
그들은 또 왜 한결같이 한국의 유명대학만 나왔을까?
지방대학이나 서울의 이류대학 출신자들은 한사람도 없다. 모두가 한국에서 소위 SKY라고 일컫는 일류대학 출신들뿐이다.
오래전 이 지역에서 서울대 동문회가 조직된 적 있었다.
상항 총영사까지 참석하는 큰 모임이라 기자 자격으로 참석을 하고 돌아왔더니 전화통이 빗발쳤다.
사람들의 말인즉슨 B씨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기가 서울대 출신이라고 목에 힘을 주고 다녔는데 아무리 봐도 거짓말인 것 같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덮어놓고 있었단다.
그런데 때마침 서울대 동문회가 조직되었다니 그의 동문회 참석여부가 궁금한 전화였다.
참석은커녕, 동문회 명부에 그의 이름 석자가 없다는 것이 알려지고 나자 그의 서울대 타령이 쑥 들어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이제는 고려대 출신이라고 하고 다닌다던가.
서울대 동문회에 가서 내가 놀란 건 평소에 자신이 서울대 출신임을 단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던 사람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나는 세탁소를 하던 K씨와 전기제품 수리점을 하던 K씨가 거기 온 걸 보고 깜짝 놀랄수 밖에 없었다.
항상 허름한 옷에 앞에 별로 나서지 않던 사람들이라 평소에 눈여겨 보지 않았었는데 그들이야말로 서울대를, 그것도 전자공학과등 어려운 과를 나온 사람들이었다.
가짜 보석일수록 빛은 진짜보다 더 요란한 법이라는 걸 그때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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