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몽고메리 다운타운의 한 비어있는 건물의 벽에 마련된 ‘Before I die I want to…’ 소망의 벽에 문구 하나 적으려고 찾아 갔다. 얼마 전부터 다운타운에 새로운 명물로 들어설 이 벽에 대한 재미있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을 가졌다. 이제 준비가 끝나서 주말에 일반에 공개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빈 가게의 앞면을 가린 보드를 검은 페인트로 칠하여 칠판같이 만들고 그 위에 흰 글씨로 ‘Before I die I want to___’라는 라인을 많이 인쇄했는데 비어있는 공간을 나보다 발빠른 시민들이 벌써 빈틈없이 꽉 채워 넣었다. 그리고 공간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그 앞 보도에 자신들의 소망을 적었다. 사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어디 몇가지 뿐일까.

 

벽 앞에 서서 시민들의 소박한 꿈과 희망을 읽었다. 남부 바이블 벨트에 어울리는 종교적인 글귀가 많았다. 그 중에서 죽기 전에 구제되고 싶다는 글에 마음이 동했다. 용서해주는 것을 배우고 싶다거나 남에게 축복이 되고 싶다는,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다는 소망 등은 따뜻한 사회를 느끼게 해주었다. 미국과 세계를 여행하거나 아프리카에 가서 살고 싶다는 글에 훗날 무엇이 되고 싶다는 소망들이 많았다. 책을 출판하거나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글을 읽으면서 주춤였다. 그것들은 바로 나의 현 소망이다. 그러다가 죽기 전에 자신의 집을 갖고 싶다는 글과 망가진 인생을 바로 잡고 싶다는 글에는 가슴이 아렸다. 실현 가능성은 제쳐놓고 줄줄이 적힌 소망들이 연결되어 만든 휴먼드라마는 잔잔한 인간애로 가득했다.

 

이 소망의 벽은 2년 전 뉴올리언스에서 중국 이민자의 후세인 캔디 정이라는 여자가 착안했다. 가까이 지내던 지인을 잃고 삶과 죽음의 근본적인 문제에 고뇌하다가 이웃에 방치된 집의 벽을 덮은 낙서위에 검은 페인트 칠을 하고 ‘Before I die I want to…’ 라는 문구들을 남겼다. 지나는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다양한 꿈과 소망을 적어 넣어서 그녀에게 감동과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더러는 우스꽝스런 농지거리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생각하게 하는 진실이 담겨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열성적인 시민들의 호응에 용기를 얻은 그녀는 이 소망의 벽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국 대도시에 같은 형태의 소망의 벽이 공공장소에 생겨서 시민 각자의 소망을 이웃과 공유하는 표현매체가 되면서 도시 예술의 형태로 발전되었다. 이어서 해외의 많은 지역에도 이 소망의 벽이 퍼졌다. 그리고 굼뜨게 움직이는 몽고메리가 드디어 조인했다. 곳곳에 마련된 소망의 벽에 적힌 문구들은 지역색깔은 있으나 내용이 비슷해서 환경이나 문화, 그리고 피부색은 달라도 인간의 본질적인 꿈과 희망은 같음을 강력하게 증언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숨 가쁘게 움직이는 생활에서 잠시 멈추고 죽음을 인식하는 것보다 삶을 성찰하는 기회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시한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실천하려는 각오를 다지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 소망의 벽은 기분좋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 순간 성실하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미국 민권운동의 불씨가 되었던 로사 파크씨의 100세 생일을 기념해서 트로이 대학의 로사 파크 기념관에서 지역 학생들에게 로사 파크씨가 이룬 업적을 상기시키고 개인적인 소원을 물었다. ‘My wish is…’ 로 시작하는 문장에 이어진 초, 중, 고, 대학생들의 소원이 주말 신문에 특집호로 실렸다. 비록 학생들이지만 그들의 소원은 신기하게도 바로 어른들이 원하는 희망사항이었다. 인종문제 해소와 동등한 인격대우를 해주는 정당한 사회, 더불어 가난과 경제적인 불안정까지 현 사회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우리 사회의 거울인데 수 십년 이 지역의 고질병을 자라는 세대에도 물러준 셈이라 뜨끔했다. 이렇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나, 가진 소원들은 강한 영향력을 가졌다.

 

작년 여름에 버킷 리스트를 만든 나에게 ‘Before I die I want to…’와 ‘My wish is…’ 두 프로젝트는 대단한 관심거리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질문은 영원히 살겠다거나 후세에 남길 명예가 아니고 아름다운 이 땅에 사는 동안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가꾸고 싶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희망 나눔이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