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바마 멜로디’는 2013년 부활절에 태어난 책이다. 축복의 날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아직 만나지 못한 책의 모습이나 인상이 궁금해서 설레는 날을 보낼적에 한국에서 출판된 책을 나보다 먼저 받아본 옛 친구가 “반가워서 책을 쓰다듬어 주고 싶더라” 했다. 그녀의 따스한 마음을 받고 눈물이 왈칵났다. 함께 기뻐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어머니의 1주기를 맞아 어머니의 영전에 바치려고 책의 출판을 서둘렀다. LA에 사는 그림을 그리는 지인이 기꺼이 삽화를 보태어 주었고 한국의 ‘창작과 의식’ 출판사 사장님은 고맙게도 밤작업을 하면서 날짜에 맞추어 주었다.

 

드디어 지난달 중순에 항공으로 배달된 책을 만났다. 푸르고 산뜻한 인상이 좋았다. 이곳의 문화 공원에 있는 아이들의 동상앞에 내 그림자였던 개가 역시 동상처럼 앉아 있는 표제를 보면서 다시 가슴이 뭉클했다. 이렇게 나와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을.

 

푸른 하늘색은 바다를 좋아하는 나의 심성과, 내가 22년 입었던 공군복의 색깔이라 은연중에 나의 과거가 현재에 녹아서 책 표지를 만들고 있음이 신기했다. 

 

책을 집안 여기저기에 흩어놓고 눈길을 주었다. 이제 ‘앨라바마 멜로디’와 조금씩 친숙해져 간다. 남부에서 살며 가졌던 나의 느낌과 군복을 입었던 과거가 단단하게 현재의 생활속에 섞여있는 글들이 모였다. 그리고 정겨운 남부인들과 소탈한 남부문화를 소개하려던 의도는 좀 이룬것 같다.  

 

가끔 책을 집었다가 부끄러움이 나를 감싸면 버밍햄에 사는 현명한 지인이 일러준, “책을 만들 적에는 나의 책이지만 일단 출판되고 나면 나의 책이 아니라 독자들의 책이다.” 라는 조언을 떠올린다.

 

이제 나를 떠나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갈 이 책이 독자들에게 남부와 남부인들을 이해하도록 돕고 그리고 주어진 환경을 사랑하며 사는 한 여자의 여유를 함께 느껴 볼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