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커 배럴 (Cracker Barrel Old Country Store)은 미국의 고속도로변에 있는 전통적인 가족식당겸 선물가게이다. 늘 많은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다. 건물 입구에 쭉 놓여있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식당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좋고 입구 상점의 자잘한 상품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좋은것은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음식의 맛이 같아서 믿고 찾을수 있는 점이다.

 

이 식당의 아침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여행중에 자주 이용한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남편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고 나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나무 게임을 한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삼각형 나무판에는 작은 구멍이 15개 뚤려있다. 하나만 비어있고 14 나무 조각이 구멍을 메꾸고 있다. 한 조각을 집어서 다른 한 조각을 건너뛰어 빈 구멍에 넣고 중간에 있던 조각을 빼내는 게임이다. 이렇게 계속 건너뛰기를 하면서 가능한한 나무조각을 보드에 적게 남기는 게임이다.

 

보드에 나무조각 하나를 남기면 ‘천재’이고, 둘을 남기면 ‘아주 똑똑한’, 세개를 남기면 ‘보통 바보’, 그리고 네개 이상을 남기면 ‘지독한 멍청이’ 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나는 보통 2-3개씩 나무조각을 남기는데 어쩌다 하나를 남겨서 ‘천재’가 되면 남편의 시선을 끌어서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여행중에 이 식당에 들리면 아이들과 서로 나무게임을 갖고 놀려고 다투었던 기억에 오늘은 쓸쓸한 미소가 나왔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 보아도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은 모두 고개를 약간 숙이고 스마트폰을 갖고 놀거나 전화하지 나무게임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나무 보드에 열중하는데 뒷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의 대화가 솔솔 귀로 흘러 들어왔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점잖고 품위가 있어서 신선했다. 사회와 경제의 변동에 대해서 그들이 나누던 관점은 현실적이고 진지했다. 어떤 사람들인지 모습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더니 깔끔한 의복을 입은 8명의 노신사들이었다. 하얀 머리의 80대쯤으로 보이는 그들은 지역인들이었다. 식당에 모여서 늦으막한 아침을 먹으면서 허심탄회한 심중의 의견을 나누던 인연이 아름다워서 여러번 눈여겨 보았다.

 

나무 조각에 세균이 많다며 손을 떼라고 눈총을 주는 남편을 묵살하고 나는 음식이 나올때까지 계속 게임에 몰두하며 뒷자리의 대화에 끌렸다. 급변하는 사람살이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나누던 대화에는 삶의 여유를 관조하는 지혜가 있었다. 덕분에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를 가졌다. 낯선 지역에서 낯선 사람들의 현명하게 세상을 사는 자세를 들으면서 ‘아하’ 하고 여러번 감탄했다.

 

흘려들리는 뒷 테이블 노인들의 지혜에는 아랑곳없이 스마트폰에 몰두한 남편과 마주 앉아 나무 조각을 잡으며 신식과 구식의 공존을 느꼈다. 빠르다고 다 미덕이 아니라고 남편에게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을 사는 마음이 젊은 남편과 아날로그식 평범한 버릇을 선호하는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각자 취향대로 편하게 한세상 살면서 낯선 지역을 찾으니 요즈음은 함께 보고 듣는 것도 해석이 달라진다. 

누가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