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먹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부부의 나들이였다. 남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선택한 여행지는 우리 부부의 취향에 맞는, 음식 풍부하고 놀이가 많은 라스베가스였다. 집을 나서기 전에 잭팟이 터져서 횡재를 하면 앨라배마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인들에게 선언했고 천주교 사회봉사 단체의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카지노에서 돈을 따면 반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부터 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서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것은 포기했다. 30년 전에 방문했던 기억을 더듬던 남편을 따라 렌트카로 라스베가스 관광에 나섰다. 여러 블럭 길게 이어진 어른 아이들의 놀이터는 각종 흥미거리들로 번잡했다. 천천히 중심가를 한바퀴 돌았다가 제각기 특성을 자랑하는 카지노를 찾아가서 관광객들속에 섞였다. 간혹 찾아갔던 앨라배마 �痢助楮� 있는 크릭 인디언 카지노나 미시시피 빌록시에 있는 카지노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라스베가스를 찾은 사람들은 훨씬 젊었다. 세계에서 찾아온 젊은 관광객들속에 섞여서 우리도 젊은척했다. 눈이 즐거우니 마음도 가벼워져서 행동까지 자연스레 가벼워졌다.

 

우리는 찾아간 카지노마다 러브콜하는 슬럿머신들과 만나 우리의 행운을 테스트 했다. 슬럿머신들이 안내하는 세상구경은 심심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나 이집트, 중국, 인도와 자연동물들과 만화인물등 다양한 대상들이 아름답게 분장을 하고 호들갑 스러웠다. 한꺼번에 4 게임을 즐기는 성급한 사람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화면에 붙어 앉아 꿈쩍하지 않았다. 동서남북 흥겨운 정경들을 구경하다가 시선을 잡는 영상에 끌리면 마주 앉았다. 야금야금 내 황금 조각들을 도난당해도 계속 버튼을 눌렀다. 주거니 받거니 놀았더니 되로 받고 말로 돌려 주었다. 가벼워지는 주머니가 억울하지 않도록 도박하는 재미가 톡톡했다.

 

현명한 남편은 적당히 놀줄 아는데 나는 적당히를 모르고 버티다가 매번 손을 털었다. 여기저기 기계들에서 계속 벌어다 주는 남편덕에 새로운 그림을 찾아가 놀다가 지치면 귀찮아서 “어서 삼키라”고 슬럿머신에 부탁했으니 나는 도박체질은 아니었다. 그러다 피곤해서 졸음이 쏟아지면 남편이 놀고있는 머신 옆의자에 앉아서 잤다. 아마 라스베가스 슬럿머신 앞에서 잠을 잔 여자는 나 뿐일지 모른다. 두 번인가 새벽 3시에 푼돈으로 목돈을 만든 남편은 졸려서 흐물거리는 나의 팔을 잡고 기고만장이 되어 호텔로 향했다.

 

라스베가스에 머무는 동안 매일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었고 저녁마다 멋진 쇼를 즐겼다. 태양의 서커스 쇼는 인간의 창의성과 지구력이 어울린 신비의 절정이었다. 그리고 카지노 미술관 마다 특색을 자랑하던 특별 기획전은 모두 근사했고 입구에서 본 환상적인 음악 분수쇼나 불꽃쇼는 몸과 마음이 확 풀어진 여유에 불꽃을 피웠다. 관광지에 어울리는 놀이들과 화사한 시설, 끈임없이 연결된 쇼핑몰등 즐거운 유희 장소였다. 카지노의 화장실조차 재미있었다. 특색있는 장식이 흥미로워 찾아간 카지노마다 일부러 화장실은 꼭 구경했다.

 

카지노를 벗어나고 싶었던 날, 라스베가스 다운타운을 지나다가 웨딩 챠플이 쭉 이어진 거리 한쪽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이 비를 맞으며 순서를 기다려 들어가려는 가게는 전당포였다. 카지노와 전당포, 짝짝궁이었다. 쏟아지는 빗길을 달려서 30마일 거리에 있는 후버댐을 찾아갔다. 작년에 준공된 아리조나와 네바다 주를 잇는 고가 다리를 비와 추위에 �i겨서 서둘러 걷고 돌아와 댐을 한바퀴 돌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자연속에 이룬 엔지니어들의 걸작품에 탄성이 나왔다.  

 

라스베가스에서 유럽인들과 한인들을 포함한 동양인들을 많이 보았다. 진짜 도박꾼들과 오락을 즐기는 관광객이 구별되지 않았다. 그곳을 방문하며 꾸는 일확천금의 꿈은 가능성이 높았다. 럭셔리한 카지노 호텔에서 초미니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키크고 늘씬한 여자들을 많이 본 남편은 즐거워했다. 요란번쩍한 분위기에 벌룬을 탄것처럼 어지러웠지만 다행히 나같이 평범한 여인들도 드물게 보였다. 며칠 눈요기를 잘했던 남편은 후줄근한 나의 복장을 트집잡고 몸에 꽉 끼이는 옷을 입으라는 얄미운 핀잔을 주어서 웃음이 나왔다. 

 

일상을 잊고 재미있게 즐겼던 날들도 끝이 있었다.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떠나면서 생각난 말은 “황금을 돌같이 보라”던 누군가의 말이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관광지에서 즐긴 만큼 가격을 지불하고 떠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