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슈섬 북동쪽에 있는 토로쿠 지역의 사진전이 3월 한달 몽고메리에 열리고 있다. 다운타운에 있는 로사 파크스 기념관의 복도를 지나 전시장을 찾았다. 방문온 사람없어 외로이
걸려 있는 사진들 사이로 찬바람이 썰렁하게 돌았다.
일본의 사진작가 9명이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사태가 일어난 지역의 과거를 보여 주었다.
1940년대서부터 2011년까지의 평화롭던 생활상을 찍은 정경들이 낯설지 않았다.
어릴적에 본 한국의 산야와 닮은 지역을 보며 푸근함도 가졌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와
관습을 보여주는 사람살이의 단편들을 보면서 3년 전 자연재해가 바꾼 정경을 상상하니 가슴 깊숙이에서 아릿한
아픔이 일었다.
이제는 옛이야기가 된 사회의 흔적을 보고 우울하게
전시관을 나서다가 입구에서 웅성이던 많은 청소년들을 보았다. 부지런히 작품들을 진열하고
정리하느라 바쁜 한 여학생에게 질문을 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작품을 전시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왔다고 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이에 3-4명의 학생들이 가까이로 다가왔다. 재미있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들의 지도자인 미술선생과
또 더 많은 남녀 학생들이 주위에 몰렸다.
마이애미의 중학생 28명이 새벽 4시에 버스로 출발해서
12시간 걸려서 몽고메리에 도착했다. 민권운동을 일으킨 로사 파크스의 기념관에 와서
평화를 구하는 그들의 작품전시회를 가지려고 지난 6개월동안 작품을 만들었고 그리고 기금을 모으느라 애썼다.
세상 사람들의 자세를 바꾼 로사 파크스의 업적을 기리는 작품들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사회 문제를 의식적으로 재치있고 발랄하게 표현한 그들의 평화운동 해석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기념관 앞의 나무들 가지에 걸려있는 평화를
상징하는 컬러풀한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은 무지개길 같았다. 지도교사인 J.L. Vasile 씨가 지난 몇 년 세계 여러 지역을 다니며 수집한 평화의 깃발들이었다.
‘Peace Flags in the Wind’라는 프로젝트는 곳곳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이 만들어준 평화를 구하는 기원이
담긴 깃발들이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학생들이 기금 마련으로 만든 평화를 구하는 티셔츠를 두장 구입해서
기념관을 나선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사진전을 보고
다시 평화를 구하는 학생들의 희망이 담긴 작품들을 보고 떠나오며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읊었다.
‘주여 저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주게 하소서
위로를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를 받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을 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아멘.’
마이애미에서 온 손님들 덕분에 좋은 시간을 가졌다.
각 개인이 의식적으로 평화를 기원하고 실천에 옯긴다면 세상의 평화도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