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선 - 죽음의 선에서 생명의 선으로’라는 타이틀을 가진 특이한 사진전이 몽고메리에서 열린다. 다운타운에 있는 로사 파크스 기념관에서 4월 한달동안 열리는 이 사진전은 한국과 독일계 주민들에게는 친숙한 장면들이 담겼다. 특히 한국의 DMZ와 독일의 장벽을 직접 찾아보았던 나에게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은 많은 상념을 회상시켜 주었다.

 

경기관광공사에서 휴전 60주년을 기념해서 4만 장이 넘는 사진들에서 100여점의 사진을 선정해서 작년에 한국에서 전시회를 가졌고 책자도 발간했다. 그 사진들을 2011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 ‘A-KEEP (앨라배마-한국 교육 경제 파트너십)’ 이 주선해서 앨라배마에서 전시 기회를 마련했다. 독일과 한국의 역사적 사건과 상황을 기록한 세계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은 시대별로 전시되어 스토리를 연결시키고 있었다. 두 나라의 가슴 아픈 전쟁과 분단의 역사에는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의 잔인함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분단의 참상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포착한 사진속의 영상들은 아직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가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해방 후의 남북 사회 상황을 보여주는 흑백 사진들에 이어 한국 전쟁을 담은 장면들은 언제 보아도 나의 가슴에 뜨거운 멍어리를 만든다. 강대국에 의한 휴전협정으로 국토를 나눈 군사분계선인 DMZ 는 60년이 지난 오늘도 냉정한 현실로 버티고 있다. 이념과 인간성의 분리로 단일민족이 절단되어 오랜 세월을 제각기의 체제속에 변화되어 온 부담을 한인들은 대대로 짊어지고 산다. 그러니 군사분계선이 무너지고 통일이 되어도 민족단합에의 길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통일이 되어야 비로서 이루어진다.

 

모국의 통일과 부활의 꿈을 꾸게 돕는 경우가 바로 독일의 전례이다. 세계 2차대전 후 동독과 서독으로 분리되었던 독일도 오랫동안 분단의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구소련의 패망에 따라 통일을 이룬 독일은 분단의 과거를 벗어나서 지난 25년 이념 화합과 국민들의 의식변화를 중시하는 사회 전반적인 단결을 이루는 여정을 거치고 있다. 통일 후 독일이 이룬 놀라운 성과는 현재 유럽에서 독일이 가지는 막강한 역활로 증명된다. 그리고 과거 동서 분계선이었던 금지 구역은 그린벨트로 조성하여 생태지역으로 보호하며 인간과 자연을 존중하는 새로운 생명선으로 멋진 탈바꿈을 시켰다.

 

시대의 희생물로 국토 분단의 참혹한 상황을 맞았던 두 나라의 아픔을 보여주는 사진전이 바로 이곳 앨라배마에서 열리는 의미가 크다. 남부는 피부색의 분단으로 오랫동안 흑백갈등의 과거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노예해방령 후에도 긴 세월 의식의 분단으로 인권유린을 당했던 흑인들이 편견과 차별의 높은 벽을 허물고 만인은 동등하다라는 주인의식을 찾은 민권운동의 산실이 바로 이곳이다.

 

두루두루 모두에게 의미 깊은 사진전의 오프닝 리셉션에는 한국과 독일, 앨라배마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이구동성으로 과거와 현재를 중시했다. 그들의 견해를 들으면서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은 발전도 없다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축사로 나선 몽고메리 시장은 독일과 한국이 앨라배마와 맺은 현시대의 인연을 상기시켰다. 21년 전에 과감하게 투자유치를 했던 독일의 벤츠자동차 회사를 시작으로 앨라배마는 여러 자동차회사를 영입하면서 단연 남부의 자동차 산업지로 변모했다. 특별히 현대자동차 회사가 몽고메리를 현주소로 가졌으니 한국의 여파가 이곳의 경제 문화 사회전반에 걸쳐 영향을 준다.

 

이어서 몽고메리 시장은 “4월달을 한국의 달”로 선포하고 그 증서를 한인회장에게 전달했다. 시장이 공포했듯이 이곳 한인사회는 내외로 충실히 발전했다. A-KEEP의 창시자도 몽고메리에 오래 산 한인이다. 모국과 앨라배마를 연결하는 가교역활에 나서서 지난 3년 열심히 활약했다. 작년 여름부터 동분서주하며 이번 사진전을 유치한 그녀는 자랑스럽게 변모한 한국을 닮았다.

 

전시관을 천천히 다시 돌았다. 검은 액자에 영정 사진처럼 멈추어 있는 모국의 역사는 내가 어디서 왔음을 일깨워 주었다. 개인의 삶은 지구 어느 구석에 살더라도 모국의 생명선에 연결되어 있다. 올해 독일에서 가진다는  통일 25주년 축제가 부럽지않다. 군사분계선에 웅크리고 있는 희망이 알을 깨고 나오려고 꿈틀거리니 곧 모국에서도 민족의 수난사가 끝날것이다. 그리고 가질 축제에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