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의 현대자동차가 이곳 남부 몽고메리시에 참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직물업계의 폐업들로 앨라바마의 전체 경기가 침체했는데, 10여년전에 독일의 벤츠회사가 앨라바마에 공장을 짓고 크게 성공하자 자동차 업계가 앨라바마로 눈을 돌렸다.  혼다, 도요다 자동차 회사에 뒤따라 현대자동차도 이곳에 공장을 지으면서 앨라바마가 단연 미국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주소로 등단했다.

몽고메리는 앨라바마 주 정부 도시로 인구 20만 정도이다.  주정부 청사를 중심으로 앨라바마 정치와 문화가 집결되어 있다.  이곳에 작은수의 한국교포들이 튀지 않고 조용히 섞여 살아 왔고 길거리에는 가뭄에 뭐보듯 현대차들이 다녔다.  그런데 현대가 공장지로 몽고메리를 선택한 이후 참 많이 변했다.

갑자기 몰려온 한국계, 한국인들이 부쩍 늘면서 한국에 대한 열풍이 문화와 언어에 대한 왕성한 의욕으로 이곳 주민들을 들뜨게 했다.  현대가 보여줄 색다른 문화가 경제 재기의 기회로 떠오르자 앨라배미안들은 무지개 화사한 가능성을 꿈 꾸었다.  더불어 타지에서도 한국교포들이 많이 몽고메리로 이사왔다.

내가 한국서 왔다는 것 잊고 생활 한지가 벌써 30년이 넘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세번 넘은 셈이다.  공군으로 20년 이상 근무하며 미국생활에 맹렬히 나를 접목시켰고, 이민 1세로 열심히 미국생활을 챙겨왔다.

현대자동차가 몰고 온 바람은 충동적인 사건이 되어서 앞만 보고 살아가는 내 생활에서 뒤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었다.  미국인인가?  한국인인가? 내가 떠나온 나라, 내가 잊은 나라, 그나라는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새로온 한국인들과 나는 무엇이 같고 또 무엇이 다른가?

많이 변한 한국 정세와 젊은 한국인들에 조금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싶었다.  나는 아직도 30년 전의 한국을 가슴에 품고 사니까.

이제 내가 뿌리 내리고 사는 남부 생활이 더욱 편해졌다.  하나뿐이던 한국식품점이 3개나 생겼고 없던 한국식당이 4이나 생겼다.  한인교회도 엄청 많이 생겼다.  어디서든 한인들을 만나고, 길거리에 부쩍 늘어난 현대 자동차들이 눈 익은 풍경이다. 

이곳 주민들은 한국인들을 호의를 갖고 환영했다.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남부에서 현대자동차가 성공을 하고, 한국인들이 좋은 한국 풍습과 문화만을 소개하면서 이곳 남부 문화에 잘 적응해주길 바라는 것은 나 뿐만 아니라 이 동네에 오래 산 우리 교포들의 공통의 소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