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는데 몰두했던 내 이민생활에서 생긴 아이들도 자연히 영어로 성장했다.  두딸은 가끔씩 외할머니나 외가측 식구들과 한국어로 인사하지만 일반적인 대화는 어림없다.

미국사는 많은 친정식구들 영어와 한국어 대충 섞어서 사용한다.  가족이 모이면 이민 1세들은 열심히 한국어 사용하고 옆에서 이민 2세들은 열심히 영어 사용한다.  이민생활에 힘들어 아이들에게 끈질기게 한국어 가르칠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은 더욱 단단히 영어권에 들어 갔다.

나도 영어에 매달리면서 한국어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국을 떠난후 그곳과의 인연은 냉정하게 끊어 버린 셈이다.  군대생활하며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한인 이민사회와도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

재밌게도 우리 가족은 모두 출생 국가가 다르다.  이민 1세인 일본계 남편과 한국계인 나는 영어가 편하다.  미국서 태어난 큰딸과 독일서 태어난 작은딸은 제 2 외국어로 불어를 배웠다.  불어 대화를 한국어보다 더 잘하는 딸들을 보면서 아차했지만 늦었다.

한 10년전 이곳 몽고메리 토요일 한글학교에서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를 따라 다닌 딸들이 한글 쓰는 것과 읽는 것을 처음 배웠다.  초등학교 책들을 더듬이며 제대로 읽어도 그 뜻을 몰랐다.  한자의 한글까지 섞이니 더욱 어려울 수밖에.

학교 공부에만 열중하라하고 한글 가르치는 것은 접었다.  그동안 미국아이들인 딸들에게 한번도 한국어 사용을 강요하지 않았다.  편한대로 우리 식구들은 영어 사용하며 바쁜 하루들 열심히 살았다.

북쪽으로 대학을 간 큰딸이 주체성을 찿으며 방황했다.  그리고는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택하고 방학때마다 한국을 찿아서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다.  비록 50퍼센트의 한국인 이지만 한국 정서에 더 익숙한 딸이다.  어휘력이 짧아서 많이 힘들때 딱 한번 나한테 불평을 했다.  왜 어릴때부터 한국어를 가르쳐주지 않았느냐고.

한국어가 더욱 서툰 작은딸은 한국어나 한국인에 익숙하지 않다.  늘상 "Mom" 이라고 부르다가 필요하면 "엄마" 라고 부른다.  그래서 작은딸이 "엄마"하고 전화하면 내 신경이 곤두선다.  대학가에 한인교회가 있어도 열심히 한국말 사용하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한국어로 대답할 수가 없으니 겁난다고 피한다.

한국서 유학온 학생들과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딸들을 보면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지만 타지에서 대학원과 대학다니는 딸들에게 장거리로 한국어 가르치기가 너무 힘든다.

누가 딸들이 성장할때 왜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았는지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이곳 주류사회에 섞여 생활하며 한국을 잊고 살아 온 내 삶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대자동차가 이곳에 공장을 지으면서 한국과 한국어를 내 생활에 되찿아 준 셈이다.  지난 30년 꽁꽁 숨겨 두었던 한글을 찿아서 이렇게 내 생활을 나눌수 있는 글을 쓸수 있는 기회도 생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