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바마에서 재밌는 곳이 많다.  어번대학에서 불과 15분 정도 거리에 로차포카라는 인구가 135명 정도인 시골이 있다.  이곳에서 일년에 한번, 늦가을에 시럽 만드는 축제를 열면 원근에서 근 2만명이 몰린다.  이때 로차포카시를 가로 지르는 14번 좁은 도로변 양쪽은 긴 주차장이 된다.

로차포카시는 통 털어서 남북으로 1.5마일, 동서로 한 2마일 정도의 직사각형의 도시로 16세기에 금을 찿던 스페인 탐험가에 의해 외부에 알려졌다.  원래는 크릭인디언들이 살던 곳이고 로차포카라는 이름도 ‘거북이들이 살던 땅’ 이라는 인디언어다.

1836년에 백인 개척인따라 철길이 생기며 이곳에 정거장이 세워졌다.  그당시는 주위의 어번이나 오플라이카시보다는 더욱 번창했다.  19세기 말에 조지아 철도가 오플라이카에서 버밍햄으로 직통되자 교역소의 역활이 사라지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떠났다.  그후 극심한 경제적인 불황과 여러 악조건을 거치며 로차포카는 서서히 뒤안길에 밀렸다.

1972년에 이곳 주민들이 기발난 아이디어를 냈다.  재래적인 방법으로 시럽 만드는 축제를 열어서 관광객들을 부르고 시럽을 팔자는 것이었다. 

사탕수수는 4천년 전에 인도에서 처음 재배된후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가 나중에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씨를 가지고와서 재배했다.  날씨가 더운 루이지아나주가 사탕수수를 크게 재배하지만 남동부 여러 주, 앨라바마도 재배한다.  남북전쟁후 사탕수수 재배가 거의 전멸되었다가 다시 복구되었을때는 기술개발로 시럽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사탕수수로 시럽을 만들때,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며 함께 맛을 즐기던 지역잔치였다.  시럽은 철과 칼슘이 높고 설탕보다 쉽게 만들수 있으며 또한 값도 싸서 여러 음식에 즐겨 사용되는 남부의 인기 음식이다.

비록 짧은 미국역사지만 이곳 남부인들이 전 세기의 생활에 갖는 애착심은 대단하다.  그래서 재래식으로 시럽을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고 현지에서 시럽을 구할 수 있는 이곳의 가을행사에 꽃찿는 벌떼되어 모인다. 

마을의 중심지에서 보여주는 시럽 만드는 과정은 재밌는 구경거리다.  맷돌같은 시설에 사람이 사탕수수 줄기를 넣으면 그 시설에 연결된 롤러에 줄을 단 말이 시계 방향으로 걸어 가면서 롤러를 돌리자 사탕수수 줄기가 이겨져서 쥬스를 낸다.

사탕수수의 90 퍼센트가 쥬스이고 10 퍼센트가 섬유질이라 쥬스가 많이 나온다.  이렇게 모은 쥬스를 가제 수건같은 것으로 찌꺼기를 걸른후 그 옆에 설치된 야외 솥에서 3-4 시간 끓인다.  김 올리며 끓고 있던 시럽같이 축제 분위기는 훈훈하고 정겹다.  생기는 거품을 계속 걷어내며 밑에서 2 인치 크기의 버블이 올라 와 시럽이 될때가지 가끔 나무 주걱으로 저어 준다.  이렇게 다 된 시럽은 다시 가제수건으로 걸러서 양동이에 모아 식힌 다음 병에 담아서 판다.  따스한 비스킷을 한국의 조청꿀처럼 향긋하고 달짝한 시럽에 적셔서 먹으니 세상의 어떤 음식도 부럽지 않았다. 

시럽 만드는 잔치판에 민속 공예품 상인들이 참여하면서 해마다 관광객 수도 계속 늘어 간다.  경제적인 부활을 꿈꾸던 몇사람의 의지가 로차포카를 재건시켰고 그리고 이제는 시럽도 일년내내 주문 받아서 팔고 있다.

임시무대에서 흥을 돋우는 지역인들의 컨츄리 음악을 들으며 도로변 철길을 중심으로 빼곡히 들어선 크고 작은 텐트속의 아기자기한 수공예나 민속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  찿아 온 사람들이 많아서 복잡했지만 즐거워하는 로차포카인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푸짐하고 향긋한 시럽도 맛보고 크리스마스 선물까지도 샀다. 

이곳에서 덴버사는 옛 친구가 불쑥 생각났다.  도시를 떠나서는 못 살것 같다는 그 친구에게 조금 천천히,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삶, 스타벅스의 커피보다 시럽에 적신 비스킷에 행복한 남부 사는 재미를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