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사는 지역에 끈적한 애착을 갖게 된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몽고메리에 대한 사랑이 살면서 깊어 간다.  특히 시민의 56퍼센트가 흑인인 몽고메리시는 미국 인권운동의 산실이다.

로사팍스씨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하길 거부한 단순한 행위가 일어 난것은 1955년 12월 1일인 목요일 이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50년후인 작년 12월 1일도 역시 목요일이었다.  그녀의 작은 행동은 거대한 버스보이컷 사건의 불씨로 지펴졌다. 

과거를 알면 현재를 이해하고 또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듯이, 50년전에 이곳에서 일어났던 인권운동의 시작이었던 버스보이컷 사건을 상기하는 다양한 집회와 기념행사들이 작년 12월부터 일년내내 있었다. 

작년에 내가 속한 ‘One Montgomery’ 클럽 회원들은 50주년 기념행사의 시작이었던 Montgomery Children’s Walk 2005에 깊숙히 개입했다.  몽고메리의 미래인 학생들이 로사팍스씨의 기념관에서 주 정부청사까지 8 블럭을 함께 걸어가서 기념식을 갖었던 행사였다.

유치원에서 12학년까지, 몽고메리의 모든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서 가 50명씩의 학생들이 다양한 메세지가 적힌 포스트를 들고 참석해서 젊은 에너지가 왕성했다.  여기에 버밍햄과 애틀란타에서 원조 온 학생들과 몽고메리 시민들도 합세해서 한 5천명의 다 인종들이 서로 어깨를 나누고 과거와 미래의 다리 역활을 했다.

스웨덴과 일본 TV에서 파견 나온 기자들도 열심히 취재했고 멀리 미시건이나 오하이오등 타지에서 찿아온 관심있는 외부인들도 길가에서 이 아이들의 사회참여를 주시했다.

나도 ‘One Montgomery’ 플래카드를 함께 잡고 아이들 뒤를 따라 걸었다.  콩고에서 전쟁의 뒷전에 남겨진 고아들을 돕다가 돌아 온 인권운동의 베테랑인 흑인 웹목사가 함께 플래카드를 잡았는데 그는 앞에서 통통 튀며 걷던 흑백아이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굉장히 기뻐했다.

40년전에 그가 17살 일때,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투표권을 얻기 위한 행진으로 인권운동에 발을 들였다는 웹목사는 그당시에 한국계 ‘이무생’ 이라는 여자분이 함께 걸었다 했다.  40년후에 다시 한국계인 나와 함께 걷는 특이한 인연이라며 한인 여성들의 적극적인 지역사회 참여에 감동했다고 했다.

천천히 걸으며 웹목사는 몽고메리에 얽힌 많은 사연을 회상했다.  뉴스로 보도 되지 않은 재미가 솔솔 나는 숨겨진 뒷 얘기들이었다.  그리고 그때 흑백인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만나 대화를 갖도록 주선한 백인 인권운동 협조자들이 있었는데, 의견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단다.  상대를 이해한것이 나를 이해하도록 했단다.

한 유명인사가 강한 동등한 사회를 만들자고 열심히 강조하는 것을 듣는 아이들의 뒤에서 나는 옆에 선 웹목사의 얼굴에서 어느정도의 만족한 미소를 봤다.  완벽한 동등에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참 많이 걸어 온 그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별로 없었다.  동등한 인권의 사회를 갈구하는 그의 강한 열망의 눈빛속에 수천의 아이들과 시민들 그리고 그중에 나도 서 있었다. 

로사팍스씨로 인해 몽고메리에서 시작한 인권운동이 국제적인 움직임으로 성장했다.  전세계인들의 관심속에서 평생 인권운동에 헌신하는 95세의 좌니카여사에게 그녀의 공로에 감사를 표하는 최고의 영광을 돌리면서 일년에 걸친 버스보이컷 50주년 기념행사가 이번주에 끝났다.   

어제 신문에서 현대자동차가 로사팍스씨의 기념관을 관리하는 트로이대학에 8만불을 기부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로사팍스씨가 체포된 길 어귀에 있던 ‘엠파이어’ 극장은 헐리고 그 자리에 몇년전에 그녀의 기념관이 들어 섰다.  이 돈으로 버스보이컷의 역사적인 사건을 영상화 시키는 장식판 10개를 만들어서 기념관 벽에 영구히 보전한단다.  아무튼 현대자동차가 단단한 기반을 잡고 이곳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성숙한 자세에 흐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