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본부를 둔 외교정책협회 (Foreign Policy Association)는 미국인들이 세상사에
관심을 갖도록 고무시키려는 취지로 1918년에 창설된 비영리단체다. 각 지역의 전문가를 동원해서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주는 세계적인 주요 사안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또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단체의 활동 중에 ‘위대한 결정 (Great Decisions)’
프로젝트가 있다. 일반인들이 서로 마주 보고 중요한 이슈를 직접 논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몽고메리에서 처음 이 프로그램이 시도됐다.
외교정책협회는 해마다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슈를 선정하고 각 이슈의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배경과 현황을 설명한 논문, 그리고 토론할 질문을 모아 책자를 발간한다. 책은 전국 어디서나 ‘위대한 결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그룹에 제공하고 그룹 멤버들은 책에 실린 정보를 읽은 후
모여서 토론한다. 몽고메리에서 등록한 25명은 첫모임을 갖기 전에 2016년도 책자를 받았다. 올해 선정된 8 주요 안건은 중동연합체의 변동, IS의
발흥, 쿠르디스탄의 미래, 국제 이주, 한국의 선택, 2015년 후의 유엔, 기후 지정학,
그리고 쿠바와 미국 상황이다. 모든 이슈가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줄 현재의 문제인데
그중에 한국이 포함되어 처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 그룹은 일주일에 한번씩 8번 만났다. 책에 실린 전문가들이
심층분석한 보고서를 읽으면서 분쟁지역의 역사적인 배경과 정치, 사회, 경제, 군사 등의 상황을 알게된 것은 골격이 됐고, 각
주제의 전문가인 지역의 대학교수들이 최근 동향을 보탠 보충강의는 근육을 보탰다. 마지막에 멤버들과의 진지한
토론은 살을 붙여 사태의 형상을 밝혔다. 대부분의 그룹 멤버는 세상사에 관심많은 퇴직한 군인이나 교육가다.
체험이 많은 만큼 의견도 많아서 활발한 토론으로 모임은 늘 열을 띠었다. 그리고
각 이슈의 실태는 알면 알수록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로 얽혀진 어제의 산물이다.
그렇게 인류의 역사는 초기부터 얽히고설킨 사람살이의
연속에 기복과 변동이 심했다. 특히 세계문명의 발상지인 중동이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화약고로 변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잇는 분쟁들이 발생한다. 이념과 종교의 균형이 도전이듯이
사람과 사람의 이해도 어렵고 상호협조해서 타협하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또한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되고
오늘의 우방이 내일은 적이 되면서 실리와 이권이 우선하니 서민들은 바람막이로 희생된다. 더욱 자칭 이슬람
전사들의 과격한 동태는 더 많은 파괴와 희생을 초래하며 파멸의 불길을 지핀다. 이어서 고래싸움에 등터진 새우같은
사람들이 주거지를 떠나면서 사상 유래없는 중동난민들의 대이동이 유럽을 휘청이게 한다. 인권을 존중해야 함은
알지만 적용은 불가능 같은 현실이다.
여러 지역의 불안정한 현재가 역시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불안정한 현재다. 특히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세부적으로 관찰한 전문가의 글을 읽으며 모국의 현실에 마음이 어수선했다. 그러나 한반도를 토론하는 날,
여행가는 바람에 유감스럽게도 참석하지 못했다. 다른 멤버들도 내 의견이 궁금했다며
나의 부재를 아쉬워했지만 나는 강사였던 교수와 따로 만나 그의 전망을 들었다. 그리고 쿠바와 미국의 상황은
멋진 변화다. 국교가 단절되기 전 쿠바로 신혼여행을 갔었다는 한 노인은 55년만에 가진 두 나라의 국교 정상화에 흥분했다. 그는 다시 쿠바를 방문할 여행계획을 세웠다.
함께 의견을 나누며 친숙해진 멤버들과 책속에 삽입된
5대양 6대륙이 한눈에 담기는
세계지도를 열심히 봤다. 가깝고 먼 나라들이 아니라 멀지만 가까운 193국가가 유엔을 통해서 하나로 뭉쳐있다. 그동안 나 사는 작은 도시의 소소한 일에 가졌던 관심이
세계 분쟁지역으로 확대됐고 뉴스매체를 통해서 얻는 파편적인 정보에도 이제는 상황을 잘 이해한다. 어떤 문제이든,
우선 관심을 갖고 내용을 알고 난 후 행동으로 옮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또한 무엇보다 세상을 바꾸려면 우선 나 자신이
바뀌어야 함을 배웠다. 우리는 선조로부터 물러받은 이 땅을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켜 미래의 후손에게 넘겨줄
의무가 있다.
연초에 ‘위대한 결정’ 통지를 받고 참여한
행동이 나의 위대한 결정이었다. 덕분에 세계 현대사 공부와 핵심 이슈에 경각심을 깨우친 계기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