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만 소도시인 몽고메리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들 중에 한인의 위상을 높인 작은 거인들이 있다. 그들은 한국전이 일어났을 때 공산당으로부터 모국을 지켜준 미국에 감사를 표한 동방예의지국 후손이다.

 

오래전이다. 다운타운에 있는 ‘캐피톨 인’ 모텔에서 식당을 운영한 한인이 있었다. 맛있는 남부음식으로 소문난 그 식당은 손님들로 늘 붐볐다. 멕스웰부대에 발령받아 와서 부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이 식당을 알게됐다. 바삭한 닭튀김과 금요일의 캣피쉬 튀김은 인기였다. 남편과 정기적으로 그곳에서 점심데이트를 하다가 나도 단골손님이 됐다. 다운타운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던 식당의 주인은 매해 6월이면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했다. 모국을 지켜줬음을 감사하는 그의 성의를 받으며 한국전 체험담을 나눈 노병들의 기사가 신문에 여러번 실렸다. 남부인들은 긴 기억력을 갖고 있다.

 

군복을 입은 한인여성을 반갑게 맞아준 그분과 맺은 인연으로 훗날 양성철 주미대사가 몽고메리를 방문했을 적에 그 식당으로 모시고 가서 남부음식을 소개했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그분의 노환 소식을 들은 얼마후 그가 식당을 닫고 자손들이 사는 조지아로 옮겼다는 소문을 바람결에 들었다. 폐업된 ‘캐피톨 인’ 건물을 지날적마다 나는 그분을 생각했다. 곧 건물을 철거한다는 뉴스가 최근에 들렸다. 사람과 건물은 흔적없이 사라지지만 선행을 한 아름다운 한인을 나는 영원히 기억한다.

 

며칠 전 클리블랜드 장군으로부터 한국전 참전 기념비 제막식 연락을 받았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오전, 미시시피로 출발하기 전에 남편과 다운타운으로 갔다. 법원옆의 작은 지역에 있는 2차 대전 기념비 주위로 사람들이 모였다. 몽고메리 시장의 인사와 간단한 한국전 소개에 이어서 참전용사인 클리블랜드 장군이 한국전의 상황과 그의 참전체험을 설명했다. 연합군이 승리했음을 증명하는 몽고메리 현대자동차 공장을 보면 그는 참전용사로써 자랑스럽다 했다.

 

몽고메리 시장 토드 스트렌지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졌다. 그가 앨라배마 주정부 개발국장이었을 적에 현대자동차를 몽고메리로 유치했다. 한국을 15번 방문한 한국통이고 현대자동차의 ‘대부’라는 별명도 가진 시장은 한국전 참전비를 제작하고 기부한 장혜복씨에게 감사했다. 장소를 물색하다가 2차 대전 기념비를 세운 ‘시비탄 클럽’의 동의를 받고 그 옆으로 정했다는 시장의 설명 후에 장혜복씨가 그의 오른팔인 은행원 크리스 디커트를 대동하고 포디움에 섰다. 그는 일본압제에서 한국을 해방시켜주고 또한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준 미국에 감사했다. 덕분에 모국이 발전해 성공했다고 인사했다. 그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7년 전 은행거래로 만나 일주일에 3번씩 함께 점심을 먹으며 친분을 쌓은 크리스가 알렸다.

 

장혜복씨의 스토리는 한반도의 역사다. 1928년 이북에서 태어난 그는 8세때 일본군이 부모를 끌고간 후 고아가 됐다. 일년을 혼자 거리에서 버티다가 고아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고아원에 옮겨서 성장했다. 그가 48세였을 적에 매릴랜드에 있는 닭공장으로 취업해왔다. 그곳에서 2년 보낸 후 플로리다, 어번, 트로이를 거쳐 몽고메리에 정착해서 뷰티서플라이 가게를 운영한다. 지금도 일주일 7일,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번 돈으로 기념비를 제작했다. 구상한 지 4년 만이다. 기념비의 덮개를 벗기니 직사각형 회색 점판암 앞면에 전투장면이 부조로 그려졌고 뒷면은 한국전의 개요가 새겨져 있다. 푸른 하늘의 산뜻한 구름이 ‘영원히 기억하리’ 글에 반사되어 전쟁의 상흔과 그의 삶의 애환을 달랬다. 그와 기념촬영을 한 다섯 한국전 참전노병들의 걸음은 위태롭게 휘청였다.

 

그는 이번에 장학재단도 설립했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손자손녀이거나 근무중 순직한 경찰과 소방관의 자녀들, 그리고 그처럼 고아출신을 대상으로 세운 장학금의 첫 수료자가 보육시설 출신으로 현재 트로이 대학 3학년인 여학생이 받았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을 아름답게 실행하는 그의 선행은 귀감이 된다.

 

기념비 제일 밑에 “일본으로 부터 해방시켜준 미국에 특별히 감사한다” 는 문구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어떤 고난과 역경을 거쳤는지 증언한다. 이 기념비가 멕스웰 부대와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몽고메리시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또한 이곳 한인들에게 어떤 중요성을 가졌는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