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연거푸 스페인을 다녀왔더니 남편은 내가 스페인에서 본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나를 그곳으로 끄는 것을 보려고 스페인 가자는 그의 의도가 엉뚱해서 웃음이 나왔다.
순례와 관광을 혼돈했다. 스페인은 내년에 가고 국립공원을 찾자고 제안했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국립공원관리처를 창설한 지 올해로 100주년이다. 전국에 있는
59 국립공원은 제각기 장엄한 아름다움을 가졌지만
여행다니며 국립공원이 가까이 있으면 들렸지 국립공원을 목적으로 여행하지 않았다. 이번에 딸들도 휴가내어 함께
가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잘 됐다고 모든 여행일정을 딸들에게 맡겼다. 각자 보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활동의
의견을 수렴한 큰딸이 세부계획을 세웠다. 법대생인 작은사위만 못가고 라스베가스에서 만난 가족들은 차를 렌트해서
애리조나주와 유타주 국립공원 관광에 나섰다. 큰사위가 운전대를 잡았고 우리부부는 뒷자석 손님들로 그저 즐기면
됐다.
우선 대지의 에너지가 강력한 지역인 애리조나주의 세도나를
둘러봤다. 그곳에서 기를 받은 후 그랜드캐년으로 갔다. 작년에는 560만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는데 올해는 600만이 넘을 것이라 봤다. 보통 35퍼센트의 방문객이 해외에서
온다니 세계인이 죽기전에 보고 싶어하는 명소다. 거대한 협곡에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본 후에 1905년에 개업한 호텔 엘 토바의 식당에서 우아하게 저녁을 먹었다. 금을 캐기위한 광산으로 시작해서
관광지로 변모한 그랜드캐년의 역사는 엘 토바의 역사와 맛물려 있었고 예전에 광물을 실어나기 위해 설치한 철로는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열차가 이용한다.
가족들이 모두 노새를 타고 협곡을 구경하기로 한 날, 나보다 덩치 큰 짐승을 두려워하는 나는 일출관광을 선택했다.
잠을 설치고 일어나 어둑한 밤에 숙소의 로비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지정된 시간에
나를 픽업하러 온 안내자겸 버스 운전사인 토드는 털털한 50대의 남자다. 놀랍게도 나는 41인승 관광버스의 유일한 손님이었다. “나는 대단히 축복받은 사람”이라 했더니 그가 맞다고 응수했다. 국립공원에서 일한지 14년인데 단 한 사람을 위해 일출관광을 가는 적은 처음이라는 그는 친절하게
그랜드캐년을 소개했다.
아래로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그랜드캐년의 크기와 높이
등 형성 구조와 협곡에 사는 원주민들에 얽힌 사연들은 서부개척사다. 또한 많은 종류의 식물이 서식하고 야생동물이 보호받는다. 엘크와 늑대에 보브캣등 온갖 동물과
곤충이 공존하고 그중 엘크의 숫자는 미국 어느곳 보다 많다. 가장 큰 새인 켈리포니아 콘도르
400 마리 이상이 산다며 토드가 야생새를 소개하는데 마침 큰까마귀들이 버스앞을 날면서 우리는 웃겼다. 그리고 사우스림의 히스토릭 타운은 상주하는 2,500명 직원들을 위한 숙소와 교회,
K-12 학교, 도서관, 법정에 묘지까지 가진
마을이다. 성수기에는 여러나라에서 취업온 비정규직을 포함한 거의 5,000명 직원들이 관광객을 돌본다.
많은 빈자리를 의식하며 일출을 보러 가는 기분이 묘했다. 마치 시크릿 가든에 혼자만 초대받은듯 가슴이 뛰었다. 희미하게 모습을 들어낸 주변 정경은 평화로웠다. 버스가 호피 포인트에 도착해서 내리니 토드가
해가 뜨면 어떤 위치를 잘 보라고 알려줬다. 아직 어스름한 어둠이 덮힌 끝없이 펼쳐진 협곡 멀리 동쪽에 붉은
기운이 보였다. 서늘한 기운에 스카프를 단단하게 둘렀다.
심호흡을 하고 동쪽의 붉으스름한 지점에서 파노라믹
사진을 보듯이 천천히 180도로 시선을 옮겼다.
새벽의 고요속에서 어슴푸레한 형상이 꿈틀거렸다. 빛과 어둠이 뒤섞인 자연의 위용은
신비스러웠다. 혼자 보기 벅찬 감동을 누르는데 다른 관광버스가 손님을 몇 명 데려왔다. 모두 림 가까이 서서 조용히 장엄한 일출을 맞았다. 떠오른 햇살을 받은 캐년의 색깔이 빠르게
바뀌면서 당당한 모습을 들어냈다. 새로운 시작은 희망을 약속했다. 토드는
몇 곳에 더 나를 데려가서 놀라운 신의 창조물을 보여줬다.
그랜드캐년을 떠나 유타주의 브라이스캐년을 찾아가는
길은 멋졌다. 황야와 사막에 암벽등 자주 바뀌는 지형은 좋은 구경거리였다.
길여행 하며 어른아이들인 온가족은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향료와 채소,
비건과 채식자,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정책을 토론했다.
간혹 남부 장인과 양키 사위가 대통령 선거전에 반대 의견으로 부딪치면 여자들은 맛있는 간식을 돌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